영화광인 저는 극장 개봉작은 어지간하면 다 봅니다. 일단 어떤 영화든 베낄 장면은 하나씩 있게 마련이라고 믿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제가 굳이 보지않는 영화가 올 해 3편 있었습니다. '예스터데이' '아 유 레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저의 궁시렁 궁시렁을 보면 작년 12월 15일에 영화 '화산고'를 보고 남긴 글이 있습니다. 제목은 -영화 '화산고'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기-
작년 12월에 올린 글 중 일부를 다시 옮겨보면...
-전략-... 저는 화산고를 보면서, 혹시나 이 영화가 요즘 잘나가는, 외형적으로 비대해져가는 한국 영화계의 독선을 보여주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분명 화산고는 예전 같으면 나오지 못했을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제 산업이 거대화해가면서, 거대 제작사는 나름대로 자신감이 생겼겠죠. 빈약한 스토리도 돈으로, 현란한 와이어 액션으로, 엄청난 그래픽으로 가릴 수 있다는 그런 자신감...
저는 영화광의 한 사람으로 한국 영화의 양적 팽창을 환영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영화 산업이 발전하고, 기술력의 진보가 대단해도, 모든 영화의 기본은 '이야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전하는가가 영화를 만들때 제일의 고려순위이지, 그 영화의 외적 요인, 그래픽이나 특수 효과가 스토리보다 우위를 점해서는 안됩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 스토리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순간... 저는 그 순간 영화는 수렁에 빠져든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허접한 시트콤 피디, 민시기가 한국 영화에 대해 너무 딴지를 걸었죠? 읽고 언짢으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했던가요? 저는 한국 영화계의 양적 팽창이 질적 성숙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하는데, 혹 그러지 못할 것 같은 걱정이 자꾸 들어서 답답한 마음에 이런 글을 써 봅니다. 화산고를 보고 나오며 했던 불길한 생각, 단순한 제 기우이길 바라며...
---여기까지 입니다.
그리고 다시 2002년 9월 18일.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올 한 해는 참으로 우울한 해였습니다. 수많은 신인 감독들이 데뷔작을 선보였지만, 참신한 상상력으로 저를 경도시킨 영화는 없었구요. 많은 제작사들이 수십억씩을 들여 SF 블록버스터를 들고나왔지만, 스토리가 당기는 영화는 없었습니다. 그나마 '2009 로스트 메모리즈'는 볼 만 했지만, 대작 이후 복귀작을 들고온 감독들의 작품들은 기대 이하더군요.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는 조폭 영화만 상영관을 채우고...
저는 그 중에서도 특히 '예스터 데이'나 '아 유 레디?' '성소 재림'은 그 제작비만으로도 저를 우울하게 합니다. 돈들인 영화가 무조건 나쁘다는게 아닙니다. 다만 저는 외형으로 승부하는 영화보다는 줄거리와 이야기로 어필하는 영화가 보고 싶다는 거죠. 그리고 그런 블록버스터 한 편에 투자할 돈으로 작지만 알찬 영화 여러 편을 제작했다면 한국 영화 시장은 더 풍성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성소 재림' 분명 지지하는 분도 있고, 저의 이런 딴지가 생뚱맞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돈들인 영화 '성소'가 불만이 아니라, 그 '성소'에 들일 돈으로 작은 영화를 더 많이 만들지 못하는 영화산업이 불만입니다.
올해 초, 이정향 감독님의 '집으로...'를 보고 나오며 저는 환호했었답니다. 작년에 저는 저예산 이란 영화 '천국의 아이들'을 보면서, 왜 우리 나라에서는 이런 영화가 나오지 않을까, 많이 아쉬웠거든요. 그래서 '집으로...'의 성공에 박수를 보냈는데, 아쉬운 점은 그러한 작은 영화의 성공이 흐름이 되진 못하고 하나의 이변에 그치고 말았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