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메의 산
삼척 우두봉 (700m)
최근 등산로 정비를 마친 아기자기한 산
광산도시인 삼척시 도계읍 서쪽에 소머리 형상의 바위로 둠을 이룬 산이 우두봉이다. 아기자기한 암릉으로 이루어진 이 봉우리는 조망이 사방으로 트여 경치가 좋아 얼마 전 삼척시에서 도계시민의 건강증진을 위하여 등산로 정비를 마친 곳이다.
이른 아침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 민병갑씨와 도계 작은꽃노인복지센터 사회복지사 박형순씨(오른산악회)와 요양보호사 민경희, 김숙녀씨와 인사를 나누고 동해, 삼척과 태백을 잇는 38번 국도가 지나는 도계읍 흥전리 매바위골 입구를 산행들머리로 택한다.
산세를 올려다보니 골산인데 이정표 노릇을 하는 그림지도에는 '대덕산' 이라 표기되어 있다. 그런데 마을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은 우두봉이란다.
나무도 집도 바위도 땅도 석탄 때문에 모두가 검다. 이곳 어린이들은 그림을 그릴 때 하천색을 푸른색으로 칠하지 않고 까만색을 칠했다고 한다. 검은 석탄물이 흐르니까 본대로 그린 것이다.
미심쩍은 마음으로 오른편 협곡의 허름한 철다리를 건너니 폐쇄된 어린이집 마당이 나온다. 폭 2m 넓이로 신설한 등산로가 잣나무, 소나무들을 간벌한 절벽 아래 급경사로 구불구불 돌층계를 따라 이어진다. 5분쯤 올라서자 묘와 철탑, 의자가 있는 능선상의 쉼터다.
이색적인 것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철탑들이 산, 능선, 계곡으로 줄줄이 이어져 있다. 이 철탑은 대한석탄공사 흥전광업소에서 채탄한 석탄을 도계역 부근 석탄저탄장까지 연결하는 석탄운반시설로 도로 인접 부지에 지주(post)를 설치하고 그 사이를 주삭(wire)으로 연결한 후 캐리지에 실어 운반하는 삭도설비(sky line system)다.
왼편으로 90도를 걲어 북쪽 지릉을 따라 오른다. 간벌한 나무들 사이로 왼편은 매바위골, 오른쪽으로는 도계 시가지가 내려다보인다. 안개가 어렴풋이 깔렸는데 바람이 차지 않고 훈풍이다. 묘도 띄엄띄엄 나타난다.
'높이 21m, 66kv 고사리전철 No.33' 철탑 밑에 이르니 들머리 흥전리에서 570m를 왔다. 날머리가 되는 도계시민공원까지는 3.83km가 남았다.
간벌 소나무들 사이로 고도를 높이자 '흥전리 660n, 시민공원 3740m' 이정표가 서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바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급경사길에 나무 층계를 만들어 놓았다.
154킬로볼트 철탑이 있는 암릉의 철계단을 올라 삼각점에 당도하니 좌우로 조망이 시원스럽다. 서쪽은 백두대간 매봉산 풍력발전단지의 이국적인 풍광이 한눈에 들고, 아찔한 절벽 건너편으로는 낙동정맥 최고봉 백병산이 육백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솟아있다. 마침 저 아래 강릉으로 가는 열차는 바람을 가르며 꼬리를 감춘다.
"여기 이쪽에 내가 근무하는 화약고, 새비리로 하산하는 길이 있습니다." '흥전리 1750m, 시민공원 2650m' 이정표 앞에서 민병갑씨가 손짓하는 새비리를 내려다보니 절벽이다. 새비리에 대덕사란 절이 있는데 그래 누군가 우두봉을 '대덕산'이라 이름을 잘못 붙인 듯하다.
바위 위로 난 철계단을 지나 최고의 조망처에 올라서니 도계 시가지가 발아래 펼쳐지고 도화산, 오봉산, 응봉산, 육백산이 첩첩 산 그리메를 그린다. 한동안 넋을 놓고 사방을 둘러본 후 조망처 바위지대를 뒤로 하고 북쪽 능선을 따르자 숲속에 쉼터와 '흥전리 2160m, 시민공원 2240m' 이정표가 있는 우두봉 정상이다.
최근 등산로 정비를 마쳤으나 정상에는 삼각점이나 정상석이 없어 허전하다. 나무들에 둘러싸여 조망도 시원찮다.
하산은 계속 북쪽 주릉을 따른다. 멋쟁이 소나무들이 지키는 능선으로 17분쯤 걷자 안부에 '흥전리 2560m, 시민공원 1840m' 이정표와 의자가 놓여있는 삼거리에 이른다. 왼쪽은 사람이 다니지 않아 희미하지만 동방산(749.2m) 정상으로 가는 길이고 오른쪽 넓은 길은 도계시민공원으로 가는 길이다. 시민공원 방면으로 접어든다.
노란 꽃봉오리를 맺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생강나무 산사면을 지나 로프가 설치된 말목이 끝날 즈음 두번째 삼거리다.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새비리의 농가를 지나 가파른 콘크리트길과 만나게 되지만 콘크리트길을 걷다보면 무릎이 시큰거려 고통스럽다는 의견에 따라 왼쪽길로 향한다. 콘크리트길과 달리 솔갈비 푹신한 낙엽길이다.
편안한 길 따라 금강소나무들이 하늘을 찌른다. 송이버섯이 나는 곳인가 보다.
30분쯤 허허로이 내려서니 전주 이씨, 안동 권씨 넓은 묘에 잔디도 좋고 소나무들도 멋지다. 조금 더 내려가니 콘크리트길이 나오는 삼거리다. 이곳에서도 오른쪽 콘크리트길을 버리고 왼쪽 솔밭 사이로 넓게 뚫린 길로 접어든다. 길에는 노루발풀, 매화노루발풀이 간간이 나타나 산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아름다운 길을 즐기며 천천히 걷길 30여분. 시민공원 입구에 도착하니 김춘백씨 농가와 도계소방서 건물이 있는 38번 국도다.
*산행길잡이
흥전리 매바위골 입구-(2시간)-우두봉-(1시간15분)-도계 시민휴식공원
매바위골 입구에서 정상까지 외길이다. 정상을 지나 안부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선 후 그 이후부터 만나는 갈림길에서는 어느 길로 가든 도계시민휴식공원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콘크리트길로 하산을 택할 경우 가파른 길이 이어진다. 산불경방기간과 상관없이 산행을 할 수 있어 좋다.
*교통
도계읍버스터미널(033-541-0380)에서 태백행 버스가 오전 7시45분부터 오후 9시40분까지 1일 26회 운행한다.
*잘 데와 먹을 데
별장여관(541-2841), 태백장(541-2129), 개성각(541-3658), 경북회관(541-8825~6), 신선해물탕(541-2746), 초원삼계탕(541-2650) 등이 있다.
*볼거리
긴잎느티나무 도계읍에 있는 긴잎느티나무는 1962년 12월에 천연기념물 95호에 지정된 것으로 높이 22m, 흉고둘레 8.9m, 밑둥둘레 11.1m, 가지는 동서 32m, 남북 23m 정도로 퍼졌으며 나이는 100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 느릅나무과에 속하는 느티나무의 변종으로 좁고 긴 잎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1988년 태풍으로 가지가 부러지기도 했으나 지금도 웅대한 형세를 유지하고 있다. 한때 도계여자중학교 운동장에 있었기 때문에 마을 성황당나무로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다른 나무로 성황당나무를 바꾸려고 하자 천둥번개가 쳐서 바꾸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마을사람들은 매년 음력 2월15일에 제를 올리고 있다.
글쓴이:김부래 태백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