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가을은 겨울로 가는 여울목, 화려한 단풍, 풍성한 먹거리, 보기만해도 배가 부르다.
어릴적 이 맘 때, 할아버지 손잡고 합덕장엘 간 기억이 새롭다. 사람들로 북적대는 처음 본 시장의 모습, 어린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난생 처음보는 신기한 물건들, 저녁무렵 환한 전깃불은 동심을 감동으로 움직였다. 집에서 합덕까지는 삼십리가 좀 넘는 신작로, 뽀얀 흙먼지 날리면 온 몸에 먼지를, 비내리면 흠뻑 적시며, 눈내리면 차가운 줄도 모르고 뚜벅 뚜벅 걸으며 그 길을 삼년 동안 걷고 또 걸었다. 그래도 동네에서 중학교 다닌다고 부러워했고 나도 자랑스레 성취감에 도취되곤했다. 새벽 네시, 어김없이 불을 때서 따스한 밥해 주신 어머니의 정성에 지금도 눈시울 적신다.
장날 비가 온다. 어쩌다 차를 타면 숨막힐 정도로 버스 안에서 아우성이다. 제대로 정해진 시간도 없다. 다음 버스는 언제 올지도 모른다. 차라리 걷는 게 편하다. 북창쯤오면 붉게 떠오르는 아침햇살, 나는 시인이 된다. 중얼 중얼 오늘도 태양은 떠 오른다. 하교길 어둠이 오면 어린 몸에선 식은 땀이 서린다. 무서워도 가야한다. 들판 가로질러, 산을 넘고, 어둠을 헤치고, 그렇게 삼년을 다닌곳이 합덕중학교이다. 선택한 그곳은 합덕장 열리고, 전기불 환한 활기 넘치는 나의 제너두, 무릉도원, 유토피아. 엘도라도였다. 교직에 들어 와 근무지를 선택하라기에 서슴없이 합덕이라했다. 그래서 합덕여고에서 삼년 근무했다. 그 학교를 나온 여자와 평생부부로 산다. 어린시절 합덕장이 준 이미지는 일생 내내 가슴에 살아 숨쉰다.
정겨움이 서린, 우리 꿈이 살아 여전한 합덕장, 지금도 사랑한다. 그곳에선 보낸 시간은 낭만이고 추억이고 그리움이다. 친구들과 어울려 취하고 싶다. 합덕을 노래하고 싶다.
첫댓글 그런 생각은 우리모두 갖고있는데 .글로서 표현을 못했을 뿐이요 참말로 부럽소 멋지게 글로 옴겨 우리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주니 확실히 당신은 보통이 넘소 이런 사람이 내친구라 생각하니 내가 어깨가 으쓱합니다 부디 건강해서 계속해서 감동을 주시길 빌어봅니다 . 감사합니다 .
생각나는 대로 마음가는 대로 그냥 썼는데 과찬하시니 긴장됩니다. 동새대가 주는 우리 만 느끼는 아름다운 추억이지요.
그래도 좁은 버스를 타도 옆에 여학생이 타면 마음이 콩닥 콩닥 거리고 팔이라도 움직여 살짝만 스치어도 그느낌은 지금도 설명 할수 없을정도로 짜릿하고 아찔 했는데 내가오는 거리는 채 십리도 안돼서 그럴때면 집이 멀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지금 글을 보니 먼훗날 그때가 갑자기 생각이 나면서 혼자서 살짝 웃어 봅니다 .
그땐몬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