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 반이면 넉넉히 도착하리라고 예상했던 그 시골 교회를 찾아가는데는 꼭 세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침부터 찌푸렸던 날씨가 늦은 오후 되면서부터는 진눈깨비를 어지럽게 날리자 고속도로 차량들이 심한 정체를 보이기도 했지만 눈이 쌓여 지형마저 변한데다 일찍 어두워진 산촌의 숲속에서 길을 잃고 한참을 헤매다 보니 저녁 예배가 시작되기 직전에야 가까스로 예배당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현관에 신을 벗어놓고 예배당 안으로 들어설 때 순간적으로 느꼈던 온기만큼이나 그 밤 예배의 분위기도 온화했습니다. 성도라고 해야 노인 몇 분과 중년의 여인 둘 그리고 목사님의 가족이 모두로 여느 시골 교회와 그리 다를 게 없는 풍경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버지 목사님의 인도를 따라 피아노를 치고 있던 사 학년 된 맏딸의 흔쾌한 표정과 조금은 서툴지만 자신감 넘치던 손놀림에서, 청아하게 느껴졌던 남매의 소프라노에서 그리고 아직 개구쟁이의 장난기가 역력했지만 한 시간 가량이나 지속된 예배 시간 동안을 엄마 옆에 앉아 다소곳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여섯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동자에서 나는 쥴리 앤드류스가 주연을 했던 영화 싸운드 오브 뮤우직을 떠올렸고 천국을 보았습니다.
그날 저녁 예배에서 나는 설교를 했지만 그들은 내 설교에는 그리 의미를 두고있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나는 아버지가 인도해 가고 어머니와 여섯 자녀들이 함께 연주해 가는 예배 여행에서 가장 감동을 받은 승객이었습니다.
예배를 마치자 교우들은 미리 준비해둔 저녁상을 차려 내놓았습니다. 예배당 한켠에 차려낸 저녁상은 된장에 곰삭은 깻잎만큼이나 소탈하고 담백한 것이었습니다. 그날 저녁 예배에 참석했던 이들은 내가 밥 한 그릇을 다 비워내고 동치미 국물 한 대접을 모두 마셔 식사를 끝낼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나의 식사광경을 유심히 지켜보았습니다. 상을 물린 후에도 그들은 돌아갈 생각이 없는 듯 했지만 돌아오는 길이 걱정이 되어 서둘러 나올 때 산촌의 밤은 벌써 깊었고 앞을 헤아리기가 어려울 지경으로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