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친구들과의 산행(만원의 행복)
어제 내린 비가 너무 고맙다. 청명하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정말 산행하기 좋은 날에 산수가 어우러진 멋진 아차산으로 해서 용마산 까지 산행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진달래 먹고 물장구치던 어린 시절의 친구들 아홉 명이 모였다. 수원 사는 신 두철이 좀 늦게 오는 바람에 늦어지기는 했어도 산을 오르면서 나누는 이야기가 감칠맛이 나고 어린 시절을 함께 하고 이제 60이 넘어 인생의 진면목을 알고 쓴 맛 단맛 다보고 남녀가 스스럼없이 진한 농담을 할 수 있는 우리들이 함께 산행했다는 것이 정말 좋다.
10시 40분 아차산역을 나와 영화사 절을 거쳐 11시에 아차산 입구에서 기념사진 찍고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산에 들어서자마자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는다. 화사한 햇살과 산들산들 부는 신선한 바람을 온몸으로 마시며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약간의 경사진 길을 올라 평지와 다름없는 아차산성을 끼고 오르는 산행이 마냥 즐거운 듯 친구들 좋아하는 모습이 얼굴에 역력하다. 11시 30분 한참을 올라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큰 바위에 앉아 준비한 막걸리에 창하가 산 칡즙을 마시니 그 시원함이 끝내준다.
서울 강남지역이 한눈에 들어오고 어린이 대공원이 뚜렷하게 보이고 저 멀리 남산의 서울 타워가 보이고 반대편으로 팔당대교까지 보인다. 출출하던 배를 채우고 본격적으로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좀 오르니 저 멀리 용마산 정상이 보인다. 그냥 평지 걷는 기분이 드는 산이라 친구들 아주 수월하게 오른다. 12시 12분 드디어 아차산 정상에 도착하여 기념사진 한 장 찍고 용마산으로 가기위해 하산한다. 잠시 하산하다 다시 오르막길을 올라 용마산으로 진입한다. 용마산까지도 아주 수월한 산행길이다. 친구들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야기 나누며 오르니 그 모습이 보기 좋다.
12시 40분 드디어 용마산 정상이다. 348m 그리 높지 않은 산이긴 해도 서울시내방향을 한눈으로 조망할 수 있는 전망 좋은 멋진 산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산이기에 꾸준히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산이 바로 아차산 용마산이다. 그렇다고 경관이 다른 산에 비해 뒤떨어지지도 않는다. 바위가 있고 아름다운 소나무가 즐비하고 사시사철 철 따라 피고 지는 꽃들이 아주 다양하니 좋다.
정상에서 잠시 머물다 중곡동 방향으로 하산한다. 하산 길은 가파르고 아주 짧은 코스이다. 13시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고 점심을 먹는다. 여자들이 함께 하니 먹을 것이 많아 좋다. 순환이가 내가 좋아하는 홍어 무침까지 준비했으니 산해진미에 취한다. 늘 남자들끼리만 산행하며 굶주렸는데 오늘 여자들과 함께 하여 이런 호사를 누리니 진작 이런 산행을 했으면 나의 체중이 60 kg은 넘었을 텐데.
아! 아쉽도다!
산에서의 점심 식사 뒤에 하산하며 진달래꽃 감상하고 흐드러지게 핀 개나리에 정신이 몽롱하도다. 팔각정에서 좀 더 하산하다 바위에 뿌리는 내리고 자라는 소나무를 친구들에게 소개하니 모두 감탄한다. 바위에 뿌리 내리고도 고고한 품위를 잃지 않는 소나무가 나는 좋다. 한참 앉아 소나무를 감상하며 수다를 떤다. 좀 더 내려가니 소나무 두 가지가 마치 사랑을 나누듯 연리지 되어 우리에게 숭고한 사랑을 가르친다. 산에 걸맞은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은 산이다. 즐거운 우리의 산행도 14시 30분에 끝이 났다. 세상의 이치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니 산행이 끝난다고 슬퍼할 필요가 없다. 다시 시작이 있을 것이니까.
중곡동에 도착하여 내가 자주 가는 설렁탕집에서 설렁탕에 소주 한잔 걸치니 세상이 우리들의 것인 양 즐겁고 힘이 솟는다.
우리들 같은 고향에서 태어나 함께한 60년 세월이다. 이제 서로 누님이라 했다가 아줌마라 해도, 비아그라 하나만 사주라 해도 웃고 넘기는 수준에 도달한 도통한 우리들이다. 이렇게 하루 웃고 즐겁게 진한 농담도 하며 지낼 수 있는 친구들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 크나큰 축복이자 행복이라 생각한다.
사정이 있어 오늘 함께 하지 못한 친구들아!
같은 개울에서 발가벗고 헤엄치던 우리들 아니냐! 다음에는 사정이 허락하면 함께 하자꾸나!
멀리 수원에서 와준 신 두철, 안양에서 와준 산행베테랑 황 창하, 용문에서 와준 성 기남, 용인에서 멀다하지 않고 와준 김 영성, 광주에서 물어물어 와준 유대선, 홍어무침으로 나를 감동시킨 오 순환, 만인의 연인 김 남희, 궂은일에 빠지지 않는 이 근영 고맙네. 모두 수고했네.
첫댓글 정말 아름다운 산행이었어소중한 인연 오래오래 이어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