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미 글 / 정진희 그림 / 184쪽 / 9,500원 / 아이앤북
『부엉이 방구통』을 처음 접하면 생소한 제목에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부엉이와 연관된 말인가 싶지만 제대로 짚어 내기에는 아리송하다. ‘부엉이 방구통’은 외부 균에 감염된 소나무 가지의 한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불룩하게 부풀어 오르는 ‘소나무 혹병’을 민간에서 지칭하는 말이다. 나뭇가지에 앉은 부엉이가 방귀를 뀐 자리에 생겨났다는 재미있는 유래에 따라 부엉이 방구통이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태희는 공부 잘하는 언니를 두어 조금 피곤하고, 같은 반 아이에게 놀림을 당하기도 하는 우리 주변의 보통 아이다. 하지만 태희는 기죽지 않고 씩씩하다. 엄마가 일하는 마트의 사장 아들인 윤수가 ‘빨갱이’라고 놀려대도 기가 죽기보다는 어떻게 반격할까 궁리한다. 그런 태희가 다른 아이들보다 잘하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할아버지에 대한 관심과 사랑.
솟대는 말 그대로 ‘솟아 있는 대’로, 예부터 액막이 또는 기원을 담아 높이 세운 새 모양의 막대다. 도대체 왜 할아버지는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가족조차 달가워하지 않는 솟대 만드는 일을 계속하는 걸까? 그것도 꼭 산을 헤매서 어렵게 구한 부엉이 방구통으로. 그리고 할아버지가 경찰관이었다는 사실은 왜 들추어서는 안 되는 비밀일까? 또 ‘5월 18일’이니 ‘광주’니 ‘피해자’니 하는 말들이 무겁게 오고가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 모든 수수께끼의 해답을 알고 싶은 태희를 좇아 독자들의 궁금증도 커져갈 즈음 할아버지를 둘러싼 비밀들이 하나하나 밝혀진다. 그리고 태희와 할아버지의 멋진 합작품으로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던 인물들은 치유와 화해를 맞는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은 지금으로부터 37년 전의 일이다. 5·18의 피해자는 비단 광주시민뿐만이 아니었다. 신군부의 명령을 수행한 계엄군과 경찰들 중 몇몇은 당시의 충격으로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가해자 편에 섰던 까닭에 자신의 아픔을 발설하기는커녕, 5·18에 연루된 사실을 꽁꽁 숨기며 살아가는 안타까운 피해자들이다.
이야기 속에서 할아버지는 5·18 때 경찰 신분으로, 신군부의 광주시민 진압 명령을 피해갈 수 없었다. 그러나 당시 이웃들을 포함한 광주시민들이 당하는 참상에 큰 충격을 받고 곧바로 경찰을 그만두고 평생 숨어 지내다시피 했다. 그저 하루하루 부엉이 방구통으로 솟대를 만들며 속죄의 길을 걷고 있다. 할아버지가 태희에게 부엉이 방구통을 설명하며 한 말은 어쩌면 자신의 아픔을 추스르기 위해 수없이 되새겨 온 다짐일 것이다.
이 책은 어린이책이지만 5·18이라는 버거운 주제를 담았다는 점에서 제목만큼이나 생소한 시도다. 이야기 속에서 5·18은 여전히 어른들을 무겁게 짓누른다. 하지만 작가는 씩씩하고 호기심 많으며 할아버지와 잘 소통하는 손녀 태희를 통해 독자들을 무거움으로부터 지켜낸다. 태희가 알아가는 만큼 독자도 등장인물의 상처와 뿌리를 이해하며 갈등해소의 해피엔딩을 함께 맛보게 된다. 비록 우리 역사의 어두운 부분일지라도 이 책처럼 어린이가 읽고 소화해 낼 수 있는 동화로 풀어내는 시도들이 앞으로도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이야기 속에 5·18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들을 더 많이 녹였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 수업시간에 배우는 학습으로서의 역사보다, 여러 등장인물의 갈등과 화해의 이야기에서 어린이들이 역사를 좀더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영분_『정약용 이야기』 저자 / 2017-03-01 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