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고/필똑***********
이 소설은 한 만화책의 소재를 바탕으로
[어린 선생님] 이란 소재를 썼을 뿐이며,
만화책과 흡사한 장면은 한 장면이 나오나
그것을 바탕으로 썼다는 것을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1.....
"그러니까 이 부분에서는 주어가........"
여기는 혜성 사립 고등학교의 2-7....
바로 이 2-7의 담텡이 안 승호의 영어 수업시간 중이다..
"teacher!"
승호를 부르는 듯... 승호는 물론 반 아이들까지도 그를 주목한다.
장 우혁... 금발 머리의 검은 눈동자가 승호를 보고 있다.
"왜? 궁금한 거 있어?"
"원숭이가 영어로 뭔지 알아?"
고등 학생의 질문치고는 어째 좀...
"..글세... 뭘까?"
안 승호의 되받아 치기 전략...
"A.N.S.E.U.N.G.H.O... You!"
순간 교실은 조용... 그가 부른 단어들을 하나씩 맞춰보는 다른 아이
들...
안...승...호?... 풋... 쿡...
"푸하하하....^^"
교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구...^^
안 승호가 가르치던 세 번째 수업시간의 일이었다.
2.....
"그럼 오늘은 새로 오신 선생님을 소개하겠다. 사정이 있는 관계로 좀 늦
으셨다. 이 분은 2-7의 담임
선생님으로 과목은 영어다. 호주에서 수석으로 대학을 졸업하시고 한국으
로 이번에 귀국하시면서 우리
학교로 발령 받으셨다. 앞으로 잘 지내도록....."
"와아아아~~~~~"
남학교라 그런 지 새 선생님에 대한 환영이 대단하다..^^;
이윽고 조회대 앞으로 누군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 모습에 모두들 입
을 다물지 못하고...
허걱... 저... 저 사람이 진짜 선생??....
얼핏 봐도 젊다. 아니... 젊다 못해 우리 또래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다...
노란 금발 머리가 입가까지 내려오고, 귀걸이까지 한 대단한 패션에 어울
리는 작은 머리와 동그스름한
턱선...
"안녕하세요. 안 승호입니다. 담당 과목은 영어고, 앞으로 잘 부탁합니
다.^^"
여기는 2-7의 교실...
"야, 야. 장 우동. 쟤 귀엽지 않냐? 나이도 얼마 안 먹어 보인다. 쟤가
울 반 담텡이래. 쿡... 잼 겠
당~^^"
"....."
검은머리가 길어 입가까지 내려오는 까무잡잡한 잘 생긴 한 남학생이 옆
에 서 있던 다른 학생에게 말
을 한다.
조회도 안나가고 이러고 있는 거다...--;...
검은머리의 남학생은 강 타... 전교 1등은 항상 놓치지 않는 대단한...
날라리...
매일 노는 거 같으면서도 전교 1등만을 놓치지 않는 그를 보며 사람들은
모두 놀라워한다...
압구정동 일대의 불가사의중 하나인 셈이다...--;...
그리고... 그가 지금 말은 건 사람은... 그의 친구 장 우혁...
그의 아버지는 부자인 탓에 우혁은 빽이 많다.
이 혜성 사립 고등학교도 그의 아버지가 지은 거고, 그 주위 압구정동 일
대로도 여러 사업체들과 상점
등을 갖고 있다.
우혁은 그 덕에 깡 좋게 금발 염색을 하고 댕기구, 가끔 땡땡이도 치면
서 자유로운(?) 나름대로의 학
교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뒤의 사람들이 꽤나 대단한 탓에 선생님들도 못 건드리는 장.우.
혁....
또 그와 맞먹는 날라리 강.타.가 있는 바로 이곳... 2-7....
아무도 담임을 하지 않으려 해 결국 학교 회의 결정으로 외국에서 선생님
을 데려온 것이고, 그가 안
승호 인 것이다... 당연히 그는 2-7이 어떤 곳인지 모르고 왔고...(--...
불쌍하네염...쩝...)
안 승호의 앞에는... 너무나 대단한 것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3.....승호의 학교 적응하기!!
"웅... 희준아... 나 사기당해떠...ㅠㅠ"
"뭐? 사기?"
"내가 맡은 2-7... 심각한 반이라서 아무도 안 맡으려던 반이래.."
"정말?"
"나 이제 어떠케...ㅠㅠ"
희준이... 승호의 유일한 친구... 문 희준...
그 역시 대단한 두뇌를 가졌고 승호와는 대학 졸업 동기생....
지금은 호주에 있는 희준과 국제 전화 중...
"아직 수업 안 했지?"
"웅.. 낼 해..."
"걱정 마. 그래두 선생님인데...."
"글세 그 반이 그렇지가 않대잖아..."
"으레 겁먹고는... 몰라... 국제 전화 비싸. 끊어!"
"주나~~~"
"몰라. 낼 다시 전화할 테니까 끊어. 낼 수업 잘하고."
"피이~ 문 희준... 사랑이 식었어...--.."
"닭살.... 사랑은 무슨 사랑이냐? 끊어."
전화가 끊기구... 승호는 여전히 한 숨만 폭폭 내 쉴 뿐...(한 숨도 귀엽
게 쉬네여...^^)
내일이 걱정이다... 잠깐 체육 선생님한테 들은 말인데...
2-7은... 성적도 좋은 반이긴 하지만 교내 최고의 날라리들이 모여있
는... 그들의 천국이란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그 반에 관련된 일들은 안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 그 대단한 반의 담텡이가 된 안 승호....
걱정을 한 가득 안은 채 승호는 서서히 잠이 든다....
"스읍~~~~~ 후우...."
2-7 문 앞.... 첫 조회를 하러 온 승호...
우선 들어가기 전에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문을 열고.... 드디어 교실에 들어간 승호...
순간... 시끌벅적하던 2-7 아이들의 시선이 승호에게 모아졌다.
승호는 교탁 앞에 서서는 아이들과 겨우 눈을 맞춘다... 이윽고 입을 여
는 그...
"안 승호야. 앞으로 1년 간 너희랑 지내게 되었으니까 잘 부탁해."
"선생님!"
한 아이가 승호를 부르며 손을 들고...
"어디 보자... 잠깐만..."
승호가 출석부를 펼쳐 그 아이의 얼굴과 같은 사진을 찾아낸다...
"민우... 니가 민우구나? 왜? 뭐 궁금한 거라도...."
승호는 무슨 일이냐는 듯 동그란 눈을 깜빡이며 그를 본다.
"풋...^^"
그 모습을 가만히 보던 우혁이 살짝 웃는다.
옆에 있던 강타는 우혁이 웃는 게 마냥 이상하기만....
"선생님. 애인 있어요?"
보통 새 선생님에게 묻는 아이들의 흔한 질문의 시작이었다.
"애인? 글쎄...."
"에이~~~~~~"
남학생들의 야유가 들리고....
"애인은 아직 없어.^^"
"호주는 어때요? 좋아요?"
"좋은 곳이야. 환경도 깨끗하구...."
"호주에서 살았으면... 캥거루도 봤어요?"
쿡... 뭐야... 보통 애들이잖아?... 괜히 겁먹었네...
아이들의 질문에 승호는 내심 마음이 놓였다.
"당연히 봤지. 그냥 집 주위에서 막 뛰어 댕겨.^^"
"정말요? 원래 동물원 같은 데 잡아 두는 거 아니었어요?"
뭐야.... 진짜 믿네... 쿡... 풋...^^...
"선생님. 몇 살이세요?"
역시나... 이 질문이 왜 안 나오나 했다...
"나이?"
어떡할까?.... 말...해야 되나?....
"....8..."
"28이요? 에~~~이~~~ 글케 안 보이는 데요? 더 젊잖아요."
"아니... 그게 아니고... 18...."
순간 반은 조용.... 1...8..?... 18?...
가만... 18이면... 우리나라 나이로... 고등학교 2학년 학생.... 2학년이
면 우린데... 우리면...
뭐야, 이거?... 우리랑 동갑이단 말야?!!!
"18이여?!!!"
"응.. 대학 5년 일찍 졸업했어."
기가 막히다... 동갑내기한테 수업을 받으라구?... 나, 참...
갑작스레 주위에 깔리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들... 승호는 아이들의 반응
에 잔뜩 긴장한 상태다...
콰당!!...
갑자기 교실 뒤쪽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소리... 모두들의 시선이 그 곳으
로 박힌다..
그 곳에는 금발 머리 장 우혁이 의자를 발로 차고 일었어 있었다.
'쟨가?... 장 우혁이?...'
우혁에 대해선 이미 교장(?)에게 대충 듣고 온지라...
장 우혁은 금발 사이로 보이는 그 까만 눈으로 승호를 엄청 노려보고 있
었다...
섬뜩한 그 눈빛에.... 온 몸이 오싹할 정도...
'뭐, 뭐야...'
"씨발... 동갑내기한테 수업을 받아? 아무리 날라리 반이라도 그렇지, 이
따위 대접이 어딨어?!!"
우혁은 차갑게 한 마디 내 뱉고는 신경질적으로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야, 장 우혁!"
그 뒤를 강타가 급히 따라 나가고... 반 아이들도 우혁과 생각이 같다는
듯...
1교시 체육을 준비하기 위해 체육복을 꺼내 들고는 승호는 안중에도 없
는 듯 탈의실로 향했다...
텅 빈 교실에는 승호만이 남아있고...
첫 날부터 담텡이 안 승호는... 완전 무시당했다...(불땅...ㅠㅠ)
승호는 아침 조회 사항을 칠판에 적어 놓고는 교실을 나왔다.
그리고는 옥상으로...(설마 자살을?...) 옥상에 올라와서는 핸드폰을 꺼
내 국제 전화를 거는 그...
Rrrrrrrr..... 이윽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네."
"희준아..."
"누구... 승호? 승호야?"
"주나..."
"수업 시작했어? 애들은 어때? 무슨 문제 같은 건 없고?"
"...완전 무시당해떠.... 아아앙~~~~~~~ㅠㅠ"
"스, 승호야..."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는 승호....
"어떠케.... 머리 노란 넘이 막 욕하구, 성질 내구.... 아침 조회하려구
들어갔는데 막 다 무시하구..."
승호의 하소연은 계속 되고...
"...다 울었냐?..."
"....."
"선생이란 넘이 애들한테 무시당했다고 질질 짜기나 하구... 거기 어디
냐?"
"학교 옥상..."
"허이구.. 자살이라도 하게?"
"미쳤냐?... 그 녀석들땜에 내가 죽게?"
"안 승호. 정신차리구 어여 내려가."
"...웅...주나...보구시포...ㅠㅠ..."
"거기 가더니 이게 닭이 됐나... 됐어, 끊어..."
"주나..."
"나 강의 들어가야 해. 끊는다. 이따 전화할게."
매정하게 전화를 끊어 버리는 희준... 그런 그가 야속하기만 한 승호...
결국... 힘없이 옥상을 내려가는 그다...
"아... 이거, 참..."
승호가 한국에 간 후로 사실 희준도 은근히 걱정이 되긴 한다.
승호와는 중학교를 다닐 때부터 알고 지낸 죽마고우 사이...
그러므로 서로에 대해선 많이 안다. 승호는 강한 거 같지만 사실 알고 보
면 여려서 눈물이 많다.
거기다 중학생도 아니고 동갑내기를 가르치게 되었다니...
게다가 한국에는 승호의 친구가 없다. 당연히 한국은 낯설기만 할 뿐...
혼자 많이 힘들거다...
희준은 강의를 하기 위해 강의실로 향하던 길을 멈추고 교수 실로 향했
다...
5교시 수업은 영어... 승호에겐 첫 수업시간인 셈이 된다...
승호는 다시끔 2-7 문 앞에 섰다...
'아까는 날 무시했지만... 이번만큼은 절~대루...'
승호는 조용히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치만 승호에게는 눈길 하나
안주는 아이들....
'지금... 나랑 해 보겠다, 이거지?'
승호가 교탁 앞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를 그를 보려 하지 않는다.
"어... 내가 늦은 관계로 다른 반들보다 진도가 좀 늦었거든?.."
웅성.. 웅성... 웅성거림은 멈추질 않는다.
"그러니까 잘 따라와 줬음 좋겠구..."
분위기는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승호가 말하는 건 안중에 없는 듯...
"질문 할 거 있으면 간간이 질문들 하..."
여전히 혼자 말하고 있는 승호...
"야, 너희..."
그러나 여전히 듣지 않고 떠들어대는 아이들...
"야!!!"
승호의 외침에 반은 순식간에 조용해지고... 그제 서야 모두의 시선이 승
호를 향한다...
"너희... 내가 지금 말하고 있는데 자꾸 씹을래?!!"
"....근데 어쩌라고?..."
뜻밖의 반문에 승호는 더 황당하기만 하다...
"너... 너 지금 나한테 따진다는 거야? 아무리 내가 너희랑 동갑이래도
그렇지! 난 너희 담임 선생님으
로 여기에 서 있는 거야!"
"동갑이면 말 놓는 건 당연한 거 아냐? 안.승.호.."
"우, 우혁아.."
강타가 뭔가 심각해지는 분위기를 느끼고 우혁을 살짝 말려 보지만...
"하지만 동갑에도 차이가 있다는 거 알아 둬. 너흰 대학을 준비하지만
난 이미 대학을 졸업했어. 장.
우.혁..."
"쿡... 그렇다고 우리더러 동갑내기 녀석한테 수업을 받으라구? 야! 이
거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우혁의 물음에 다른 아이들도 맞장구를 쳐주고...
"맞아... 이건 너무해..."
"그래..."
"이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야..."
아이들이 다시 소란스러워 지고...
"...후우... 수업하자. 7쪽 펴..."
그러나... 누구도 책을 펴질 않는다...
"너희. 수업할 때만은 동갑이 뭐다 얘기하지 말았으면 좋겠고, 수업 외
에, 아침 조회 시간이나 종례시
간 외에는 뭐... 어차피 같은 나인 건 맞으니까.. 그 때만큼은 말 놓는
거 상관없어. 하지만 수업 시간
만은 지켜 줬음 좋겠다."
승호의 말에 이어... 뒤쪽에서 들리는 한 톤 높은 목소리...
"야, 공부하자. 선생님 말씀이 맞아."
강타다... 쟤가 전교 1등이라는...(역쉬...^^)
승호... 조금은 고마워 지는 듯...(막 눈물 나올라 그래...ㅜ.ㅜ)
"야, 책 펴.... 승호야. 공부하자~~~~~^^"
역시나... 기대했던 내가 잘못이다...--;... 금새 분위기가 흐트러지
고....
아무래도 첫 수업을 하기는... 힘들 것 같다...
결국... 승호는 첫 수업을 포기했고, 종례 시간에는 전달 사항을 대충 말
하고 나와 버렸다.
물론... 듣는 애들은 하나도 없었지만...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쟤네 들하고 어떠케 1년을 지내라는 건
지...
그냥... 앞날이 캄캄하기만 한 승호다...(힘내!...^^;...)
승호의 두 번째 영어 수업 시간... 다른 반 아이들은 수업 잘 듣는 데
왜 2-7...
우리 반만 반항적인 걸까?.... 에휴... 또 절로 한숨을 쉬는 승호....
그리고는 책을 펴 들고 칠판에 필기를 한다.
"이거 필기하고.."
승호가 다 쓰고 분필을 내려놓고 뒤를 돌았는데... 쓰는 녀석은 하나도
없다...
다들 쓰지도 않고 놀고 있다...
"이거 쓰라구..."
누구도 듣지 않는다...
"좋아... 나도 생각이 있다구..."
어제 승호가 집에 가서 밤새 생각한 일... 어떻게 하면 그 녀석들을 잡
을 수 있을까?....
승호가 자신의 분필 통에서(선생님들 개인 분필 통 있잖아여, 왜...^^)
분필과 모양이 비슷한 쇠막대를
하나 꺼내 들었다.
어제 철물점에 가서 어렵게 구한 미니 쇠막대..(?)... ^^
'뭘 하려는 거지?...'
승호가 분필만 한 쇠막대를 꺼내 들자 아이들의 시선이 하나, 둘 그에게
모아지고...
승호는 한 번 웃고는 마이 마이 이어폰을 귀에 낀다... 음악은 최대
로...
갑자기 웬 음악을... 점점 더 의문에 쌓여 가는 승호의 행동들...
승호가 뒤를 돌아 칠판으로 다가간다... 잠시 후 들리는 소리...
끼이익~~~~~ 끼이익~~~~~
모...모야, 이거?....
무지 기분 나쁜 소리가 교실 안에 울려 퍼지고... 하나, 둘 듣기 싫은
듯 귀를 막기 시작한다...
원인은.. 승호가 분필로 긁는 칠판 소리...--;...
"안 승호. 그만 해!"
강타가 소리 질러 보지만... 소리는 더 심해지고...
"아, 진짜... 야! 너 그만 안 둬!?!"
저걸 때릴 수도 없고... 여전히 들리는 소리에 아이들 모두 짜증을 낸
다...
(이거 기분 나쁜 소린 거 아시져? 막 소름끼치는...^^;...)
"선생님, 그만 해여~~~~~~"
결국... 한 아이가 참지 못하고 존대를 쓴다... 그래도 안 들리는 듯 계
속 긁는 승호...^^;..
"선생님~~~~"
"수업 받을 께요~~~~~~"
"필기할게요~~~~"
신경질적이던 말투가 어느 새 애원 조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또... 승호를 선생님으로 부르는 아이들... 그러나 음악 탓에 아이들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우혁이 인상을 잔뜩 찌푸리다가 입을 연다...
"좋아.. 안 승호... 조금은 인정할까?..."
"정말이야, 장 우혁?"
"저러고 기를 쓰는데 넌 불쌍해 보이지도 않냐?"
"그래?... 아, 근데 저 소리 좀 그만 낼 수 없는 거야?.. 아, 진짜..."
강타가 인상을 잔뜩 구긴다...
"안.승.호.선.생.님. 수업들을 테니까 그만 좀 하라고요!!"
강타가 다시 한 번 신경질적으로 말하지만... 여전히 긁고 있는 승
호....--;....
마침내(?) 장 우혁이 일어선다... 승호가 있는 곳으로 나가는 그... 뭘
하려는 건지...
승호는 자기 옆으로 우혁이 온 지도 모르고 계속 칠판만 긁어댄다...
우혁은 그런 승호를 보고 한숨을 쉬고는 그의 귀를 막고 있던 이어폰을
빼고 속삭였다.
"이제 그만 하지 그래? 안 승호..."
승호가 놀라 우혁이 있는 쪽으로 급히 고개를 돌리고...
순간... 승호의 다갈 빛 눈동자가 우혁의 까만 눈동자와 마주친다...
'뭐야... 장 우혁, 이 녀석...'
눈처럼 하얀 얼굴에 박힌 까만 눈동자... 조각한 듯한 선명한 턱선... 이
렇게 가까이 보긴 처음인데... 꽤
이쁘장하게 생겼네?...
'가까이서 보니 꽤 귀여운데?'
동그스름한 턱 선과 눈...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쫑긋한 귀.... 외쌍커
플... 다갈 빛 눈을 깜빡이며 자기
를 올려다보고 있는 게 꽤 귀엽다고 느끼는 그다... 아, 이럴 때가 아니
지...
"수업들을 테니까 칠판 그.만.긁.으.라.고..."
우혁의 말에 정신을 차린 승호...
"어? 수업 듣겠다고?"
"그래..."
"좋아.."
그제 서야 승호가 칠판에서 떨어진다... 아이들의 한 숨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다들 자리에 앉고, 수업하자."
약 30분 동안의 수업... 그래도 승호에겐 감격스런 첫 수업인 셈이었다.
(뿌듯!~~*^^*)
종례 시간.... 어제의 일을 계기로 아이들과 조금은 친해진 승호다...
친해졌다?... 그건 좀... 심심하면 그 쇠막대를 칠판에 들이대는 승호 덕
에...--;...
"너희 청소 조 안 짰지?"
"청소해야 돼?"
너무나 황당한 질문...
"야. 그럼 너희가 쓰는 교실 너희가 청소하지 누가 청소를 하냐?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번호대로 청
소 조 자를 테니까 오늘부터 시작해. 아, 그리구 나두 같이 할거니까 그
렇게 알고 있어."
"선생님이 청소를 해?"
"그럼. 나도 쓰는 교실이잖아..^^"
그러나 우혁의 눈에는.... 그게 너무나 뻔뻔하게 보일 뿐이다...
분명... 청소하는 애들을 감시하려는 차원에서겠지... 누가 하나, 누가
안 하나...
"그러니까 이 부분에서는 주어가........"
안 승호의 세 번째 영어 수업시간 중이다..
"teacher!"
승호를 부르는 듯... 승호는 물론 반 아이들까지도 그를 주목한다.
장 우혁... 금발 머리의 검은 눈동자가 승호를 보고 있다.
"왜? 궁금한 거 있어?"
"원숭이가 영어로 뭔지 알아?"
고등 학생의 질문치고는 어째 좀...
"..글세... 뭘까?"
안 승호의 되받아 치기 전략...
"A.N.S.E.U.N.G.H.O... You!"
순간 교실은 조용... 그가 부른 단어들을 하나씩 맞춰보는 다른 아이
들...
안...승...호?... 풋... 쿡...
"푸하하하....^^"
교실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구...^^
승호는 우혁의 말에 머리가 아프다는 듯... 관자놀이를 짚고는 한숨을 쉰
다...
"장 우혁. 수업 방해하는 질문은 하지 마. 자, 계속 듣자."
끊겼던 수업이 다시 시작되고... 승호는 본연 선생님으로 되돌아간다...
"장 우혁. 승호 어때?"
"..뭐가?..."
"귀엽지 않냐? 다른 반 애들은 다 부러워 하잖냐. 너희는 신세대 선생이
라서 좋겠다구.
내가 봐도 그래. 승호 쟤 귀엽구, 늙은 담텡이는 아니잖어?"
"....."
"난 맘에 드는 데 넌 아닌가 보다?"
"맘에 안 들어..."
"왜?"
"거기 강타랑 우혁이. 너희 은근히 방해 돼."
강타와 우혁이가 소곤거리는 걸 들은 승호의 지적...
"승호야."
"강타, 너. 내가 수업 시간에는..."
"알써, 알써. 담부턴 지킬게. 근데... 우리 학년의 날 뭐 할 꺼야?"
"학년의 날? 그게 뭐야?"
"1년에 2번씩 하는 우리 학교 행산데, 그냥... 우리 2학년들만 그 날 공
부 안 하고 장끼 자랑 같은 거
하면서 이틀 간 노는 거야."
"그래? 언제?"
"음... 1학년이 3월에 하니까 2학년은 4월에 하겠지?"
"난 그런 말 못 들었는데?"
"당연하지. 원래 그런 건 2주전에 알려 주거든? 그니까 우린 비밀리에
좀 일찍 준비하자는 거지."
"그럼 다음주에 반장선거 하니까... 반장 뽑구, 회의해서 정하자."
"그래."
"지금이... 5분 남았네? 금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너희 다음 시간 체육
이지? 수업 잘해."
승호는 그렇게 수업을 마치고는 교실을 나왔다.
♬딴.. 따라라 라라라... 따.. 라라라라라라...♪(^^;...)
H.O.T의 노래 환희....
승호와 희준이는 오래 전부터 한국 가수 계의 최고라 불리는 H.O.T를 좋
아해 왔다. (말로만 듣던 쵸
티 오빠덜의 남자 팬?...--;...) 당연히 폰 소리도 그들의 노래 소리
로....
"네."
"승호야."
"어, 희준아! ^^"
승호는 가던 길을 멈추고 그대로 복도 벽에 기대서서 희준과 통화를 한
다.
아이들이 체육복을 다 갈아입고 하나, 둘 교실을 나오고...
"어? 장 우동. 승호다, 승호."
강타의 말에 우혁이가 승호에게 시선을 돌리고...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저 조그만 얼굴에서 계속 미소만 피게 한다...
웃으며 통화하는 승호의 모습이 우혁은 그다지 좋게 보이지 않는다...
"야. 승호 쟤 누구랑 통화하길 해 저렇게 웃음꽃이냐?
"....."
"쟤 저러고 웃는 거 보니까 디게 귀엽다. ^^ 그치? 이참에 내 껄로 확..
찍어버려?"
"완전 어린애야... 안 가냐?"
"어? 그래.. 가자."
하여간... 우혁은 뭐 하나 승호를 긍정적으로 봐 주는 게 없다... 대체
왜 그러는 건지...--
"엉...구냥... 지금? 괜찮아... 응... 걔?... 어... 걔두 이젠 꽤 조용하
긴 한데.... 역시 일대 날라리 짱이란
말 괜히 붙은 말은 아닌 것 같아... 날 엄청 싫어하는데.... 근데 준아.
내가... 원숭이 닮았어?"
"뭐?"
"아니, 우혁이가.."
"우혁이?"
"엉. 그 머리 노런 놈... 걔가 우혁인데 막 나 원숭이라 그러구...--
..."
"풋.... 야, 근데 생각해 보니까 닮긴 닮았다.^^"
"문 희준, 너!.."
"농담이야, 농담.^^"
"너 지금 멀리 있다고 나 놀리는 거지?"
"글쎄.. 쿡쿡...^^"
"피이~... 그나저나... 벌써 호주가 막 그립다... 여긴 넘 힘들어..."
"좀만 참아라.^^"
"뭐?"
"어? 아, 아냐. 그냥 혼잣말 좀 했어."
"치... 싱겁기는..."
"그냥... 너 잘 하고 있나 궁금해서 전화해 본 거야."
"그래.. 그래도 안 승호한테는 울 쭈니밖에 없당~~*^^*"
"넌 닭도 아니면서 웬 털을 이렇게 날리냐?... 혹시 양계장에서 하숙하
냐?...--;..."
"풋... 어? 수업 종 났다. 준아. 나 수업 들어가 봐야 해."
"그래. 잘 하구."
"응."
승호는 플립을 닫고는 다음 수업을 하기 위해 교실로 들어간다...
4.....반장 선거
시간이 지났다. 승호가 이 학교에 온 지도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다.
그로써 새 학기도 2주가 지났다. 오늘은 반장을 뽑는 날...
"안 선생님."
"네?"
"오늘 반장 선거하는데 그 반은 어때요? 뚜렷해요?"
"아뇨. 누가 될 지는 좀 이따가 알게 되겠죠.^^"
교무실을 나오는 승호... 교실로 향한다.
"야, 앉아 봐."
"승호야. 오늘 반장 선거한다며?"
이 넘들.... 선생님이란 말은 매일 쏙 빼먹구...--;...
그래두 다른 선생님들 앞에서는 꼬박이로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는 애들이
다. (그건 고맙쥐...^^)
"응. 그럴 건데.... 너희 그 동안 어떻게 뽑았어?"
"우리 추천해서 그 후보 중에서 투표해 갖구 뽑았지."
민우... 승호에게 첫 질문을 던졌던 그 장본인...
그땐 몰랐는데... 민우는 강타 못지 않은 대단한 날라리다...
거의 활동적인(?) 날라리는 장 우혁을 중심으로 강타와 민우인 셈...(무
슨 조직두 아니구...^^:...)
"정말? 호주는 그렇게 안 뽑는데.."
"어떻게 뽑는데?"
"그냥 반 아이들이 됐으면 하는 사람 한 명을 써서 내는 거야."
"그럼 표가 갈리잖아?"
"아니. 한 번도 갈라진 적 없어. 그 만큼 그 반장이 아이들 지지를 받고
있단 거니까."
"승호야. 금 우리두 글케 하자.^^"
강타의 깜짝 제안...
"얘들아, 어때?"
강타의 말에 아이들 모두 동의하는 듯 하다.
"정말 그래도 돼?"
승호의 되물음에 다시 한 번 'Yes'라고 대답하는 2-7 일동들...
"그래, 그럼. 종이 나눠 줄 테니까 거기다 울 반 반장이 됐으면 좋겠다
고 생각되는 사람 적어."
"알았어."
'이 짱 나는 넘덜... 선생한테 대답하는 거 하곤... 하긴... 첫 날부터
이 반에서 선생 되는 건 포기했다..'
시간이 지나고 표들을 거뒀다.
"내가 불러 줄게. 누구 칠판에 써 줄 사람?"
"아, 내가 할게."
민우가 손을 들어 보이고는 앞으로 나와 흰 분필(은근히 흰색을 강조하
는 작가...^^;..)을 집는다.
"금 부른다."
승호가 접어 논 표들을 하나 하나 피며 읽기 시작한다...
"음... 이 민우... 강타... 강타... 강타... 이 민우... 이 민우... 강
타... 강타... 이 민우..."
그렇게 이름이 한 35번쯤 불리고...
"어? 결과 나왔다. 누구야?"
"강타~~~"
"금 이제부터 2-7 반장은 강타다?"
"응."
못된 쉑이들...--++++
"야, 너희. 이런 시간에는 선생님이라 그러랬잖아."
"모~올... 우린 승호라고 부르는 게 더 정이 간단 말야. 그치, 얘들아?
~~~~^^"
"구러~~엄.."
"에휴... 그래. 니들 맘에 내키는 대로 불러라..."
"승호야. 부반장은?"
"부반장? 당연히 민우잖아. 솔직히 말해서 이름 나온 사람도 민우랑 강타
밖에 없구..."
하긴... 이름이 여러 개로 나올까 내심 걱정했는데... 나온 이름은 딱 2
개...
강타... 이 민우...
"그럼 민우 부반장 하라 그래~"
"맞아~"
"민우야. 애들이 원하는데... 할거지?"
"그래.^^"
드디어 정해 졌다. 2-7의 반장 강 타, 부반장 이 민우....
과연... 이들이 승호를 도와 멋진 반을 만들 수 있을까?...
여기는 혜성 사립 고등학교.. 이 학교를 지은 사람은 장 우혁의 아버
지...
5년 전 설립된 이 학교는 다른 학교들 보다 좋은 조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한 반에 35명 씩... 보통 학교의 교실보다도 넓고, 학급도 한 학년에 12
학급 씩 모두 36학급이다.
넓은 운동장에 가장 좋은 조건의 모래를 깔았고, 한 쪽 켠에는 체육관이
두 개가 지어져 있다.
학교 뒤쪽으로는 잔디 구장이 있어 축구 부 활동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또 체육관이 넓기 때문에 실내 조회를 설 때도 쓰이며 다른 하나의 체육
관은 수영장 실습 체육관으로
쓰이고 있다. 결국... 수영장이 학교 안에 있다는 셈이다.
모두들 사립이라 비싸다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꼭 그런 것 만은 아니
다.
의무적인 교육비와 지원 금 정도를 정기적으로 3달에 한 번 내는 거 외에
는 전혀 돈이 들지 않는다.
책 값, 수학 여행 등은 모두 학교측에서 지원하는 것이다..(디게 부자
다..--;;...)
건물은 크게 1, 2학년 건물과 3학년 건물. 두 개로 나뉘어 져 있다.
혜성 사립 고등학교에는 날라리가 많다.. 말 그대로... 공부 잘 하면서
노는 아이들이다...
지난 1회 혜성 사립 고등학교 졸업생은 100% 대학을 입학했다.
성적도 전국에서 톱인 학교가 바로 이 학교인 것이다.
이 학교에서 하는 특활 부서 활동 시간은 3주일에 4시간 씩...
수영, 야구, 축구, 농구, 뮤직, 영화, 방송, 영어.... 여러 부서들의 활
동은 참으로 대단하다.
남학교라 엉망일 것 같지만 그들의 활동은 실로 뛰어나고, 항상 관련된
분야에서 상을 휩쓴다.
모든 조건이 좋은 이 학교가 다만 단점이 있다면... 함부로 전학생을 받
지 않는다는 것과 입학 인원수
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
한 반에 35명은 정확하게 입학하게 해 해마다 420명의 숫자만을 받아들이
고 있는 것이다.
또 전학생도 받는 기준이 꽤 까다롭다... 그렇다고 성적만 보고 안 받는
다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그 아이가 이 학교에 적응을 할 수 있을 지가 가장 큰 관점일
것이다...
정해진 학급 임원 명단을 교장에게 제출하기 위해 교장실로 향하는 승
호...
"어, 승호야!"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민우다..
"어디가?"
"교장실."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 승호... 그의 옆으로 붙어 같이
움직이는 민우...
"우리 반 어때?"
"그냥... 대충 적응은 하고 있지, 뭐..."
"그 때.. 너 무시했던 거 미안..."
"아냐.. 여기 애들은 그런 일이 없어서 황당했을 테니까... 괜찮아.^^"
"참. 어디 살아?"
"어? 그냥... 학교 근처에 아파트 하나 얻었어. 지금은 혼자 살고 있
구...^^"
"그래.. 심심하겠다. 가끔 애들하고 너희 집에 놀러가두 돼지?"
"당연하지~^^"
그렇게 얘기하면서 가다 보니 어느 새 교장실 앞까지 오고...
"어, 안 선생님. 마침 부르려던 참이었는데..."
갑자기 열린 교장실 문... 그리고 나온 교장 쌤...
"어? 민우 아니니?"
학교의 대표적인 아이들(?)의 이름은 거의 외우는 교장 쌤...
특히 2-7은 담임처럼 거의 알고 있다... (이 뜻은...--;...)
"아, 교장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 전 그럼 그만 가 볼게요. 상담
해 주신 거 고맙습니다.^^"
"어? 그, 그래...^^;.."
좀 전의 태도는 어디로 갔는지...--;;;
민우가 가는 것을 보다가 이내 교장실로 들어가는 승호...
"요즘 아이들은 어때?"
"그냥... 그렇지, 뭐..."
"혹시 나이 때문에 무슨 트러블 같은 건 없어?"
"...어... 그런 건 없어.^^"
"다행이다. 아직 친구는 못 사귄 거야?"
"아는 사람이 있어야지.. 형도 참..."
"그럼 혼자 지내겠네?"
"그래.. 그 좁은 아파트가 넘 넓은 것 같애...--.."
"너 그거 아냐?"
"뭘?"
"니 머리... 좀 늙은 교사들이 뭐라 그러는 거... 이쁘기만 한데...^^"
"내가 좀.. 한 외모 하잖아, 형.^^"
"안 승호 선생님. 내일 당장 원상복귀 시키고 오시죠.^^"
"에이, 형은. 농담도 못하나, 뭐?"
"아냐. 그냥 하구 다녀. 머리 어울리니까 그렇게 요란한 것 같지도 않구
만... 희준이는 잘 지내?"
"응.. 그 녀석이야 강의하느라 바쁘지.. 나도 호주에 있었으면 그러고 있
었을 텐데..."
"참. 임원 명단 갖고 온 거지?"
"어. 여기.."
승호가 명단을 교장 선생님에게 내민다.
반장 강 타. 부반장 이 민우....
"이번 임원이구나... 아. 글구 속 썩이는 넘들 있음 말해. 희준이한테 부
탁 받았으니까 내가 도움을 좀
주지.^^"
"됐어. 그런 건 없으니까 걱정말구. 금 가볼게."
"어, 또 보자."
승호는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교장실을 나왔다...
근데... 금새 심각해진다... 글구... 무지 무지 뼈저리게 후회한다..
왜 아이들의 행실을 낯낯이 불지 못했을까?...(착한거샤...ㅠㅠ)
참... 혜성 사립 고등학교의 교장 유 영진...
젊은 나이에 교장이 된 실로 대단한 사람이다.
승호와는 유 영진이 호주 교환 학생으로 3개월 간 유학을 갔을 때 알게
된 사이.. 물론 그 때 희준이
도 알게 된 것이다.
여기 와서 이곳 교장이 유 영진이란 걸 알고 얼마나 기뻐하던 안 승호인
가... 하지만 자신을 안다고 속
인 걸 생각하면...--;;....
젊은 교장인 만큼... 개방적이라서 아이들이 자유분방(?)한 건지도 모르
겠다...
5.....학년의 날 1 - 승호 VS 우혁
"음... 학년의 날 할 거 뭐 좋은 아이디어 있는 사람 없어?"
지금은 학년의 날을 위한 임시 학급회의 시간...
"우리 연극하는 거 어때?"
"연극? 또 다른 건?"
"강타야. 우리 게임 대회 해 보는 거 어떨까?"
"게임 대회?"
이거 회의 시간 맞아?..--;... 아무도 존칭 안 쓰구... 손들고 발표하는
넘 볼 수가 없구...
그래두 참여도는 100%다. 그거 하나만은 만족하는 승호다. (이거라도 만
족해해야지..--)
두 가지 의견이 나왔다...
투표를 하니까 정확하게 16:19... 음... 차이가 별로 나질 않는데....
승호와 강타, 민우가 고민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강타야. 그냥 우리 2개 다 하자."
"2개 다?"
"아, 그거 좋겠다. 파트 나눠서 반은 게임 대회 준비하고, 반은 연극 준
비하고. 좋을 것 같은데?"
"아... 얘들아, 그거 어때?"
강타의 물음에 아이들 모두 동의하고...
"좋아. 그럼 우리 반은 게임 대회랑 연극하는 거다? 참. 누구 장끼 자랑
나갈 사람 없어? 그거 반에서
두 팀 이상은 나가야 된다던데."
"강타야. 너랑 우혁이랑 나가. 너희 춤 잘 추잖아."
민우의 말에 아이들도 모두 수긍하는 눈치...
"알았어. 우혁이랑 얘기해 보구.^^ 뭐 더 나갈 사람은 나한테 얘기해 주
구. 금 끝! ^^"
강타가 회의를 마치고... 승호에게 간다.
"승호야. 너 춤 잘 춰?"
"뭐? 춤?"
"응. 하지 못해두 돼. 가르쳐 줄 테니까 같이 나가자.^^"
"호주에서 살 때 주니랑 추긴 췄었는데..."
"주니?"
"어? 친구.. 나.. 나가도 돼?"
"구러~엄. 우혁이도 허락할 거야. 나가는 거다?"
"그, 그래.^^"
승호에게 신신당부를 해 놓고 우혁에게 향하는 강타....
"야, 장 우동!^^"
"제발 그 우동이란 말은 뺐으면 좋겠다.."
"어? 알써~... 너 나갈 거지?"
"..넌?.."
"나갈 거야.^^"
"너야 좋다면..."
"나가는 거다, 그럼?"
"그래..."
"참. 승호도 나갈 거야.^^"
"..걘 왜?"
"왜라니? 승호도 춤 출 줄 알아."
"..됐어... 걔랑 나가."
우혁은 차갑게 말하고는 교실을 나가버렸다.
"야, 장 우혁!"
강타가 나가는 우혁을 급히 불러보지만... 뒤도 안 돌아보는 우혁이...
"아, 진짜... 승호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는군.."
"강타야. 너 우혁이랑 싸웠어?"
"어? 아니, 그냥..."
"아니.. 아까 수업시간 내내 둘이서 아무 말도 없길래..."
승호가 걱정이 됐나보다..
'아까 일을 말해야 하나?...'
"저기, 승호야..."
"..비켜.."
승호는 갑작스레 들리는 차가운 음성에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우혁이다... 첫 날 자신을 보고 화내던 그 눈으로... 엄청 노려보고 있
는 그다...
사실... 지금까지 수업시간에서도 자신과 눈이 마주치기만 하면 째려본
걸...--..
"우, 우혁아..."
승호가 주춤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가 내 자리에 앉으래?.."
아... 여기 우혁이 자리였지?...
"아, 미안..^^;.."
"....."
우혁은 신경질적으로 가방을 집어들었다.
"어? 야, 어디가?"
"..RED..."
우혁은 그렇게 한 마디를 던져놓고는 교실을 나가 버렸다.
승호는 어의가 없다는 듯... 우혁이 나간 문만 멍하니 보고 있다...
지금... 자기 반 학생이... 담임 선생님이 빤히 보고 있는 데서... 땡땡
이를... 쳤다?...
뭔가가 잘못 되도... 한참 잘못됐다...
"저... 승호야...^^;..."
조그만 승호의 얼굴에서 심각성이 느껴지자 강타가 슬쩍 말을 걸어본
다...
"..강타야.. 우혁이 어디 가는 거야?"
"어? 어, 저기.."
"..어디 갔냐고..."
"..RED라고.. 우리 잘 가는... 나...이트..."
승호가 아무리 같은 나이라지만... 선생님인데... 나이트라 말하는 게
좀 걸리나 보다...
"너 오늘 시간 있지?"
"어? 어.. 왜?"
"가자."
"어딜?"
"RED..."
해가 지자 주위가 어둑어둑해진다..
길거리의 간판들이 빛을 내기 시작했고, 주위는 하나 둘 앳된 얼굴들로
차기 시작한다...
이제 이 저녁거리는 아이들의 천국인 것이다...
승호는 새로 보는 한국의 모습이 마냥 신기할 뿐이다.
물론 이런 곳은 호주에도 많이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보는 건 처음인 승
호...
아니.. 그것보다도 지금 더 중요한 건... 우혁이를 만나면 뭐라 말해야
할지 생각하는 것...
'만나면... 먼저 욕을 바가지로 해 줄 테다... 내 앞에서 학교를 땡땡이
를 쳐? 그건 날 완전 개만도 못한
애로 생각하면서 무시하는 행동이야... 얼굴이 하얘서 착하게 생긴 줄 알
았더니만 무늬잖아, 무늬... 나
쁜 넘...--++++.....'
그렇게 이 말, 저 말 할 얘기들을 생각하고 있는데...
"승호야. 여기."
앞서가던 강타가 멈춰서고...
"여기야?"
"응."
"들어가자."
RED 안으로 들어간 승호와 강타... 승호는 그대로 멈춰 설 수밖에 없었
다...
주위는 온통.. 붉은 기운 밖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지독히
도... 붉다...
나이트라 그러길 래 어지러운 조명을 상상했던 승호... 정말 예상 외였
다...
좀더 눈을 돌려보니... 그 붉은 빛 사이에... 장 우혁... 그가 앉아있었
다...
잠시동안 그를 보기만 했을 뿐 승호는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의 까만 눈과 눈이 마주쳐 버렸다...
그냥... 시간이 멈춰선 듯... 이게 아닌데...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
서... 욕을 바가지로 하고...
우혁은 자신과 눈을 맞추고 있는 사람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가 온 것도 놀랄 일이지만... RED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사람... 그
냥.. 그렇게 생각될 뿐이다...
"승호야?"
강타의 목소리에 승호가 정신을 가다듬고는 우혁이 있는 곳으로 갔다.
우혁이는 승호가 보고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술을 마신다...
사실.. 우혁이가 술을 마시는 건 좀 이른 편인데... 그렇다고 1년 후면
먹어도 될 술을 굳이 말릴 필요
도 없지만... 그래두 선생님이 앞에 계신데...(대단한 깡..--;..)
승호는 그런 우혁을 보고 한숨을 쉬고는 강타와 함께 자리에 앉았다.
"장 우혁. 니가 날 싫어하는 건 알겠는데.. 그런 식으로 선생님을 무시하
지 않았으면 좋겠어."
승호... 많이 화난 눈치다...
승호의 말에 우혁은 살짝 웃고 만다... 비웃는 것 같이...
"뭐야? 날.. 비웃는 거야?"
"..내가 널 언제 무시했다는 거야?"
"너! 아까 내가 보는 앞에서 학교도 땡땡이 치고..."
"그래서?"
우혁이 승호를 막아선다...
"난 너를 담임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
"..그럼... 날 뭐로 생각하는 거냐?"
"...그냥.. 나랑 나이 똑같은 애가... 잘난 척 하는 정도로..."
뭔가 울컥... 목에서부터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게 느껴진다...
"야, 장 우혁..."
눈에 띌 정도로 습기가 차 버린 승호의 눈을 본 강타가 걱정이 되는지 우
혁에게 말해 보지만...
"이제 알아들어? 그러니까 나한테 선생 노릇 하려고 하지마.. 역.겨.우.
니.까..."
"..내가.. 왜 싫은 건데?"
"....."
"이참에 다 말해 봐. 너 첫 날부터 나 싫어했잖아? 도대체 내 어디가 맘
에 안 든다는 거야?"
그러나... 우혁에게선 아무 말도 들리지가 않는다...
"후우... 됐다.. 그리고.. 난 빠질 테니까... 강타랑 장끼 자랑하는 거
나가..."
"승호야. 그럴 것 까..."
"아냐.."
좀 전의 화난 듯한 표정은 어느 새 사라지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뭔
가가 씁쓸한 표정...
우혁은 그런 승호를 보고는 남은 술을 마셔버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게?"
"..춤추러.."
저 녀석... 일 벌려 놓고 튀기는... 날더러 승호 어떡하라고...
승호는 우혁의 모습을 보고는 입술을 꾹 깨문다...
역겹다... 잘못 들었길 바란다... 자신더러... 역겹다고 한 말...
대체 내 어디가 맘에 안 드는 걸까?...
난... 강타나 민우처럼... 우혁이 너랑도 친해지고 싶은데...
너랑도 친해지고 싶은데...
너랑도...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까 괜시리 눈시울이 붉어지는 듯한 승호다...
"승호야. 우혁이 말 너무 신경 쓰지마. 우리가 원래 말을 좀 그렇게
하..."
"아냐... 나 그만 가 볼게..."
"승호야.."
"강타, 너. 책임지고 반장으로써 우혁이랑 내일 등교해라... 그럼 내일
보자..."
"승호야.."
승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그대로 RED를 나와 버렸다...
볼에서 뜨거운 기운이 느껴진다... 눈 앞두 뿌옇고... 몸도 점점 뜨거워
지는 것 같고...
승호는 급한 김에 택시를 하나 잡아탔다...
"..갔냐?"
"그래, 임마. 야. 너 말이 너무 심했다?"
"..내가 뭘..."
"승호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는 거냐?"
"....."
"니가 싫어할 이유가 뭐냐구?"
"말했잖아. 다 마음에 안 든다구..."
"인정한다며?"
"내가 다 인정한다고 했어?..."
"..그래, 그래.. 너랑 더 무슨 말을 하겠냐..."
"나가자. 내가 2차로 데려 갈게."
"...그래."
그렇게... 그들의 밤이 깊어만 간다...
"안 선생님께서 아프신 관계로 오늘 하루 내가 너희들 임시 담임이다. 그
럼 오늘 조회 사항은...."
안 승호가 아파서 학교를 안 나왔단다...
그리고 어디선가 안 승호 대신 들어온 머리가 희끗하신 선생님... 노땅
선생...--;...
전혀 적응이 안되는 상황에 아이들 모두 궁시렁 거리기만 하구......--
....
아이들은 그저 이상할 뿐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선생님이...
짐작이 가는 건 강타와 우혁 뿐...
여기는 승호네...
"야. 이렇게 아팠으면 전화를 해야 할 거 아냐? 보살펴 줄 인간도 없는
데... 이게 뭐냐?"
"....."
승호는 영진의 잔소리에도 별 말 안 한다...
오늘 아침에 출근하려고 일어났는데 몸이 균형을 못 잡고 쓰러지고... 열
이 오르는 것이다...
어쩐지... 어제 저녁 몸 상태가 별로 안 좋더구만...
다행히도 오늘 아침 전화했던 희준이 덕에 영진과 연락이 닿아 간호 받
고 있는 거다.
안 그랬으면... 아마 혼자 끙끙 앓고 있었을 것이다...
"형... 학교는?..."
"됐어. 걱정마. 명색의 교장이니까 조치는 다 취했어. 넌 어여 낫기나
해..."
"고마워..."
"고맙긴? 너 이러고 있다고 내가 희준이 한테 욕 얼마나 많이 먹었는
데... 낫기만 해 봐. 배로 갚아 줄
거야, 너?"
"쿡..."
"약 먹었으니까 쉬어라."
"응..."
영진이 나가고... 승호는 그냥... 한 숨만 내 쉴 뿐이다...
"형. 승호는 어때?"
"괜찮아, 임마.."
"의사는? 왔다 갔어?"
"그래. 오자 마자 불러서 진찰했는데 감기 기운에 스트레스 성 빈혈이 겹
친 거래."
"스트레스?"
"힘들었나 보지.. 거기다 호주에서만 지내다 갑자기 한국 날씨에 적응하
려니까 몸에 무리가 좀 갔었나
봐. 그래두 뭐... 그렇게 걱정하진 않아도 돼."
"그래?.."
"학교 생활이 힘든가 보더라.."
"아, 맞다. 우혁...인가?"
"아, 장 우혁. 걘 왜?"
"걔 승호 반이라며?"
"응."
"걔 당장 다른 반으로 편입시켜."
"왜?"
"왜긴? 누가 누구 때문에 속고 그 반 담임이 됐는데? 들어보니까 걔가 승
호 속 엄청 썩이는 것 같던
데..."
"승호는 별 말 없던데?"
"형은.. 승호 말 그대로 믿어?"
"알았어. 편입은 못 시켜도 어떻게든 조치를 취해 볼게.. 참. 언제 올 거
냐?"
"오늘이 몇 일이지?"
"오늘이... 3월 18일."
"난 4월 1일 날 가. 승호한테는 내가 말할 테니까 형은 말하지 말고. 알
았지?"
"그래."
"승호 잘 돌봐 줘야 해?"
"알았어, 알았어. 나 학교 가봐야 하니까 끊자."
"그래."
영진은 희준과 전화를 끊고는 승호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학교로 향했
다..
"Ding-dong.... 2-7 학급 임원들과 장 우혁 학생은 지금 즉시 교장실로
와 주시기 바랍니다."
교실로 울려 퍼지는 방송...
"강타야. 교장실에서 왜..."
"가 보면 알겠지... 우혁아. 가자."
강타와 민우, 우혁은 교장실로 향했다.
언제나처럼...(?) 젊은 교장이(어디까지나 다른 학교보다..) 활짝 웃으면
서 자신들을 맞이한다.
이젠 좀 익숙해져 버린 교장실...?
"선생님. 무슨 일로..."
"아, 일단 앉아."
"네.."
셋은 자리에 앉았다.
"내가 좀 전에 안 선생님 집에 갔다왔는데..."
"아. 선생님. 승호.... 아, 아니 저희 선생님은 어떠세요?"
강타의 말 실수... 담텡이의 이름을 대다...^^;...
"너희 승호라고 그러냐?"
"아니.. 그게..."
"말 놓으라고 한 건 그쪽이 먼저입니다.."
우혁이 퉁명스럽게 한 마디 내 뱉고...
"좋아.. 어쨌든... 선생님은 감기 기운에 스트레스 성 빈혈까지 겹치시
는 바람에 내일 모레까지는 못 나
오실 거다. 그렇게들 알고 있고... 강타랑 민우는 담임 선생님 대신 아
침 조회 사항하고 종례 사항 아
이들한테 말 해주고."
"네."
"그리고... 듣자하니 2-7은 벌써부터 학년의 날 준비라며?"
"아, 네."
"준비성이 좋군... 근데 장 우혁. 뭐가 문젠가?"
눈치 빠른 교장 같으니라구... 하여튼... 교장의 정보통은 참으로 대단하
다...--;;;
"...강타가 승호와 춤을 같이 추자고 했는데 전 싫.습.니.다."
간이 엄청 큰 우혁... 교장 앞에서 당당하게 담텡이의 이름을 댄다...
"왜 싫다는 거지?"
"그냥..."
"그냥? 우혁아. 안됐지만.. 그건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없어. 그럼 기회
를 주지. 내일 5교시 전까지 왜
안 선생님과 행사 갖길 싫어하는 지 생각해 와. 그 이유가 타당하면 너
의 의사를 받아 주겠지만 아니
라면 넌 교장이 하라는 데로 해야 할거야."
영진의 마지막 말에 우혁이 두 눈을 치켜 뜨며 그를 노려보지만...
"용건은 이게 다다. 그만 가 봐."
"네... 우혁아..."
강타의 이끌림에 교장실을 나오는 우혁...
"10(...^^;;;...).... 재수 없는 교장 같으니라구..."
"장 우혁.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내가 뭘?"
"니가 승호한테 심하게 말해서 스트레스 받은 거 아냐?"
우혁은 강타의 말에 대꾸도 안 하고 그냥 교실로 들어가 버린다...
"민우야. 너두 승호 싫어?"
"아니.. 난 좋던데..."
"하여간 우혁이 저 녀석은 정말..."
강타와 민우도 푹푹 한 숨을 쉬면서 교실로 들어간다...
"응... 괜찮아..."
"야. 좀 쉬엄 쉬엄 하지... 정말 괜찮아?"
"괜찮대두..."
"스트레스 성 빈혈이라더라... 무슨 스트레스를 그렇게 많이 받길 래 앓
아 눕냐?"
"그런 거 별로 없어... 그냥... 처음이라 좀 힘들었나 봐..."
"어쨌든... 내일 모레까지는 집에서 푹 쉬어. 알았지?"
"안 돼. 내일 수업..."
"안 승호. 잔말말고 집에 꼼짝 말고 누워 있어."
"....."
좀 독기 어린(?) 희준의 말투지만 한편에서는 그가 얼마나... 자신을 걱
정하는지 알 것 같다...
"알았어.."
"그래.. 피곤 할 테니까 이만 끊자. 끊구 푹 쉬어... 저녁에 또 전화할
게..."
"알았어."
희준과 통화를 마친 승호... 침대 한 편으로 전화기를 겨우 밀어 놓고는
잠이 든다...
'희준아, 미안...'
다음날 학교..
"어, 승호야!"
승호는 힘겹게 몸을 돌린다... 민우다...
"어떻게 된 거야? 몸은 괜찮아?"
"어.. 괜찮아..^^.."
"교장은 너 내일까지 못 나온다고 했는데?"
"죽을 병 아냐. 걱정 마.."
민우와 얘기하며 교실로 들어선 승호...
"승호야!"
"승호 왔네?"
"괜찮냐?"
"다 난 거야?"
모두들 걱정 어린 말을 한 마디씩 해 준다...
"괜찮아. 걱정해 줘서 고마워.^^"
아이들 사이에서 웃으며 얘기하는 그를 누가 선생님이라고 볼 것인가...
승호의 담당 과목은 영어... 주요 과목... 그러니 하루에 수업이 3시간
이상은 기본이다.
주요 과목인 만큼 가르치지 못하면 아이들이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되
고...
결국.. 승호는 아픈 몸을 이끌고 희준의 말을 무시한 채 학교에 온 것이
다...
오늘은 3시간 수업이 연달아 있는 날...
승호는 겨우 겨우 수업을 마치고 양호실로 향했다...
그리고는 창가에 있는 빈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한다...
"선생님. 저희 선생님 어디 계신지 아세요?"
"안 선생님.. 아. 아까 양호실 간다고 하셨거든? 거기 가 봐."
"네."
강타는 교실로 돌아오자 마자 급히 우혁을 끌고 양호실로 향한다.
"왜 그래? 어디 가는 거야?"
"양호실."
"거긴 왜?"
"승호한테 간다."
"내가 거길 왜 가?"
"장 우혁. 승호 아픈 주요 원인이 바로 너야. 잔말말고 따라 와."
강타의 막무가내로 어쩔 수 없이 양호실로 가는 우혁...
"승호야. 나 왔..."
승호는 침대에 누워 곤히 자고 있었다.
"어? 자네.."
목소리가 약간은 작아진 강타다...
자고 있는 모습이.. 좀 안쓰럽다... 확실히 첫 날 본 얼굴보다는 마른
것 같은 얼굴...
강타가 조심스레 앞머리를 올리다가 흠칫거린다.
머리카락으로 가려져 있어 몰랐는데 이마에는 땀이 송글 송글 맺혀 있
다...
그제 서야 승호가 아프다는 게 느껴지는 강타...
"왜?"
"우혁아.. 열.. 열 많이 나.."
강타의 말에 우혁이 승호의 볼 가에 손등을 대 본다..
뜨겁다... 살짝 댔을 뿐인데...
"약 가져 와..."
"어, 어디서?"
"가방에 챙겨 온 거 있을 거야. 가서 가져와."
"어. 빨리 갔다 올게."
강타는 급히 양호실을 나갔다. 양호실에 남은 건 우혁과 승호 뿐...
이렇게 열이 많이 나는데 혼자 저러고 있었다니...
그렇게 조용한 양호실에 갑자기 울리는 핸드폰 소리...
♬딴.. 따라라 라라라... 따.. 라라라라라라...♪
승호 머리맡에 놓여진 자그마한 핸드폰 소리다..
이걸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러나 끊이지 않는 소리에 승호가 깰까봐 결국 핸드폰을 드는 우혁..(정
말 승호가 깰까봐?...)
"네.."
"어? 그거 승호 핸드폰 아니에여?"
"맞아..."
'뭐야, 이 녀석... 반말이나 찍찍 써대고..'
웬 모르는 녀석이 승호 핸드폰을 대신 받고는 보지도 않은 나한테 반말
을 써 댄다.
"초면 아닌가?"
"안 승호 친구면 반말 써도 되지 않나?"
"너 누구야?"
"장 우혁..."
"장 우혁? 아... 걔가 너냐?.. 근데 니가 왜 승호 핸드폰 받아? 거기 어
디야?"
"양호실.."
정말 단답 형이군...--
"양호실? 거기 학교야? 내가 오늘 쉬라 그랬더니... 우혁이랬던가? 너 말
야... 내가 시일 내로 가면... 죽
도록 고생할 줄 알아... 승호 바꿔."
"자..."
"잔다구? 하여간... 되지도 않는 몸 가져가서 자고나 있고... 차라리 집
에서 자지..."
"용건 없음 끊는다."
"어? 야..."
우혁은 퉁명스럽게 말하고 끊고는 핸드폰을 다시 승호의 머리맡에다 올려
놓았다.
달칵... 양호실 문이 열리고 강타가 들어왔다.
"약 가져 왔어."
그러나... 약은 뜻밖에도 알약... 이걸 어떻게 잠든 애한테 먹이라는 거
야?...
"다른 건 없어?"
"왜?"
"너 바보냐? 잠든 새끼가 어떻게 알약을 먹냐?"
"어?... 그렇네...^^;.."
잠시간의 정적...
"아! 우혁아."
"....."
강타의 부름에 조용히 고개를 돌리는 우혁이다...
"니가 먹여라."
"내가 어떻게?"
우혁의 물음에 강타가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온다.
뭔가 생각이 난 듯... 우혁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강타를 향한다.
그러나 강타는 여전히 웃고만 있을 뿐...
"어서.. 승호 지금 아파서 땀 많이 난단 말야... 약 안 먹임 죽을 지도
몰라..."
인상을 쓰며 우혁에게 물 컵을 내미는 강타...
우혁은 지금 너무나 난처한 상황이다...
보기도 싫은 녀석 살리라는 뜻인데... 하지만 난 저 녀석 같이 잘난 척
하는 것들이 싫...
잠깐 생각해 본다...
보통 애들과 같이 잘난 척 하는 애였으면... 지금 이렇게 양호실에서 혼
자 앓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아픈데 학교까지... 온 걸... 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그치만... 난 이 녀석한테 그 정도로 호의를 베풀고 싶진 않아...
"먹이면 될 거 아냐.."
우혁이 약과 물 컵을 가지고 승호에게 다가간다.
그리고는... 승호를 깨운다. 어라? 장 우혁.. 내 예상대로라면.... 좀 실
망하는 눈치의 강타?...^^;..
"야... 안 승호... 일어나..."
"음..."
승호는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약 넣어 줄 테니까 먹어라..."
우혁은 승호의 입에 알약을 넣어 주었다. 그리고는 그의 턱을 쥐어 잡아
입을 조금 벌린 후 물 컵을
기울여 물을 넣었다. 조금 먹는 듯 하더니...
"욱... 켁켁... 콜록, 콜록..."
알약이 목에 걸린 듯 갑자기 기침을 해 대기 시작했다.
"뭐, 뭐야. 야, 장 우혁. 어떻게 좀 해 봐. 약 걸렸나 봐!"
강타의 재촉에 우혁이 다시 승호의 입에 물을 부어 보지만... 삼키질 못
하고 괴로워하는 승호...
우혁은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갑자기 자기가 물을 마신다.
그리고는 기침을 해 대는 승호의 벌어진 입술 사이로 물을 마시게 했
다....
강타는 벙찐 표정으로 그런 우혁을 그대로 보고만 있었고...
승호가 우혁에게서 물을 받아먹는 소리가 강타의 귓가에 그대로 박혀 들
고...
'장 우혁... 진도도 참 빠르군... 아, 이럴 때가 아니지... 너 아냐? 나
한테 걸려 든 거? 푸훗...^^'
우혁이 조심스레 입술을 뗐다...
승호도 우혁이 덕에(?) 약이 다 넘어갔는지... 다시 서서히 잠들기 시작
한다...
"....."
"난 다 봤지... 장 우혁이 승호랑 키스했대여~~*^^*"
강타는 그렇게 말하고는 우혁의 손에 들려 있던 컵을 뺏었다.
"우혁아. 승호랑 같이 나가자. 응?"
"난 분명 싫다고 했어..."
"구래? 금..."
강타가 무슨 생각에서인지 양호실 창문을 활짝 연다. 그리곤 힘껏 소리친
다.
"얘들아! 내가 봤는데! 우혁이가 승호랑 기으부붑!!!....."
우혁이 강타의 뒷말이 걱정됐던지 재빨리 강타의 입을 막아 버렸다.
그리고는 창문을 닫아버린다.
"강타, 너!..."
"그니까 우리 같이 하자. 응? 너 안 하면... 애들한테 다 불어 버릴 거
야.*^^*"
순간... 강타가 너무나 사악하단 걸 새삼(?) 느끼는 우혁이다...
"후우... 알았어... 할게..."
"정말? 와아아~~~ 금 우리 셋이서 하는 거다? 쿡쿡..."
강타의 승리!~~~~~^^
승호는 우혁이가 먹여 준 약 때문인지 열이 내려가는 듯 했다...
다... 약 덕분이다...
약 덕에 아픈 거 낫지, 또... 우혁이가 같이 추는 거 허락했지... 일석이
조라고 하는 건가?...
"아, 우혁아. 그래. 생각은 해 봤니?"
"...그냥... 승호랑 같이 추죠..."
'강타... 이 사악한 넘...'
"그래? 잘 생각했다. 그럼 그만 가 봐."
영진은 우혁의 말에 매우 흡족한 표정이다.
이것으로 승호의 문제는 일단락 지어졌고... 희준이한테 별 욕은 안 먹겠
지... 내심 안심되는 영진...
"Ding-dong... 2학년 전교생과 선생님들께 잠시 안내 말씀드리겠습니다.
학년의 날이 2주 남았는데여,
그 날 있을 시상 및 상품에 관한 내용입니다. 분야별 상과 출연 팀 전체
한에서 대상을 탄 학생들이
있는 반은 4월 중순쯤에 개별적으로 1박 2일간 동해 바닷가로 여행을 가
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중간 고사가 5월 초로 잡혔고, 중간 고사가 끝난 후에는 2학년 1
차 수학 여행이 있을 거니까
학생분들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와아아아아!!!~~~~~~~~~~~"
대단한 얘기들이다.
결국... 반에서 많이 나가면 나갈수록 유리하단 말인데...
과연 동해 바닷가에는 어떤 반이 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