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월요일 한경기만 벌어졌던 프리미어쉽에서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와 사우스햄튼은 정말로 재미있는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물론 업튼 파크에 운집했던 웨스트 햄의 홈팬들에겐 결과적으로는 하나도 재미있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그 경기의 결과는 거의 '비극'이었다. 92분 경 '바클레이카드 프리미어쉽 11월의 선수'인 사우스햄튼 골게터 제임스 비티의 골이 간결한 방식으로 터졌고 결국 웨스트 햄 유나이티드는 잉글랜드의 1부(프리미어쉽)에서 4부(디비전 3)까지를 통틀어 '시즌 현재까지 홈 경기 승리가 없는 유일한 클럽'으로 남게 되었다. 웨스트 햄의 올 시즌 홈 성적은 '3무 6패'. 중간에 워딩턴컵(리그컵)에서 3부리그(디비전 2)의 올드햄에게 패한 것까지 포함하면 홈 경기 3무 7패다. 물론 프리미어쉽 순위표 상에서도 '꼴찌'다.
[사진: 웨스트 햄에서 계약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로 약속한 '야인' 파올로 디 카니오. 하지만 2월에야 복귀할 전망]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웨스트 햄은 올 시즌 아스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각각 비겼으며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첼시를 3-2로 파괴했던 풍부한 재능을 보유한 클럽이다. 웨스트 햄은 사우스햄튼과의 경기에서도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파올로 디 카니오는 특유의 '수비수 하나 점찍어서 혼내주기' 드리블 쇼를 연출하며 홈팬들을 유쾌하게 했다. 이에 뒤질세라 조 콜은 상대 선수 5명을 떨쳐버리며 질주했다. 트레버 싱클레어의 꾸준하게 위협적인 모습 또한 여전했다.
물론 디 카니오와 조 콜이 '쇼'만 선보였던 것도 아니다. 이들은 역시 만만찮은 기량의 동료들인 트레버 싱클레어, 저메인 데포와 깔끔하게 연결되며 전반전 내내 사우스햄튼을 압도했다. 조 콜의 스루 패스가 연거푸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출전한 이언 피어스에게 결정적인 기회들을 열어주었으며, 미드필드의 '프리맨' 역할을 부여받았던 디 카니오는 좌우를 오가며 재치있는 크로스들을 날렸다. 디 카니오의 크로스들 중 하나가 데포의 바이시클 킥으로 연결되었을때 어쩌면 그것은 웨스트 햄의 '시즌의 골'이 될 수도 있었던 장면이었다.
하지만 밀리는 경기 속에서도 좌우의 크리스 마스든과 파브리스 페르난데스, 그리고 최전방 중앙의 제임스 비티가 여전히 자신들의 역할에 충실했던 사우스햄튼은 웨스트 햄보다 덜 화려하지만 보다 간명하고 정확한 플레이들을 구사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서서히 웨스트 햄을 옥죄어 나아갔다. 그리고 92분, 결국 사우스햄튼의 브렛 오머로드-제임스 비티 듀오는 무승부로도 결코 만족할 수 없었던 웨스트 햄 팬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던 것.
지난 시즌 7위라는 칭찬받을만한 좋은 성적을 냈던 웨스트 햄은 올 시즌 프리미어쉽 16경기 동안 현재 29실점으로 20개 클럽 가운데 당당(?) 단독 1위다. 단순한 수치적인 문제를 떠나, 웨스트 햄 수비진의 허술한 조직력과 결정적인 순간마다 터져나오는 개인적 실책들은 올 시즌 프리미어쉽에서 명실상부한 '최약의 수비'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부터 웨스트 햄은 GK 데이빗 제임스(잉글랜드)를 비롯, 토마스 레프카(체코), 블라디미르 라반트(슬로바키아), 세바스티앙 슈멜(프랑스), 개리 브린(아일랜드) 등의 수비수들을 계속 팀에 추가해 왔지만 결국 이러한 투자가 '별무신통'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매우 뼈아픈 상황. 수비의 중심을 잡아주어야 할 두 선수인 제임스와 레프카의 '경솔하고 기분에 치우친' 플레이들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도 수비진의 문제를 계속 가중시킨다.
그렇다고 올 시즌에는 득점이 잘 되고 있는 것도 결코 아니다. 웨스트 햄과 글렌 로더 감독의 가장 큰 아픔은 팀내 유일하게 믿을만한 '전형적인 스코어러' 스타일인 프레데릭 카누테가 지난 2개월 여 동안 사타구니 부상으로 인해 출전하지 못해왔다는 부분이다. 글렌 로더 감독이 사우스햄튼과의 대결에서 본업이 중앙(내지 오른쪽) 수비수인 '묵직한' 이언 피어스를 스피디한 스타일인 저메인 데포와 더불어 스트라이커로 기용했던 원인도 여기에 있다. 카누테는 부상에서 회복, 사우스햄튼 전에 나설 '뻔'도 했으나 막판 다시 문제가 발생, 결국 올 연말까지는 쉬어야 할 전망. 사우스햄튼 전에서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아본 피어스는 과거에도 이따금씩 최종 공격수를 맡아보며 중요한 득점을 올렸던 경력의 '유틸리티 플레이어'지만 적어도 이날 만큼은 결정적인 기회들에서 마무리 미숙을 드러내며 웨스트 햄의 경기를 꼬이게 만들었다.
설상가상, 사우스햄튼 전에서 경기 내내 맹활약했던 웨스트 햄의 캡틴 파올로 디 카니오는 부상으로 인해 경기 후반부에 다리를 절며 교체되었고 결국 그것은 무릎 연골 수술로 이어졌다. 웨스트 햄 의료진과 로더 감독은 디 카니오가 약 8주 가량 결장하게 될 것이라 확인. 이것은 리그 꼴찌인 웨스트 햄에겐 또 하나의 '엄청난 타격'임에 틀림이 없다.
다만 웨스트 햄에게 '그나마' 위안인 것은 과거부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강력하게 연결되어 왔을 뿐 아니라 최근에 이르러서는 1월 중 버밍엄 시티로의 이적이 점쳐져 왔던 디 카니오가 시즌 말 계약이 만료될 때까지 웨스트 햄의 강등을 막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할 것이라 선언했다는 부분. '웨스트 햄과는 정반대로 현재까지 아주 잘하고 있는 클럽' 버밍엄의 스티브 브루스 감독이 웨스트 햄과의 계약 연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디 카니오를 팀에 추가하려 한다는 소식은 최근 버밍엄의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브루스 감독, 혹은 다른 클럽들은 일단 내년 여름까지는 디 카니오의 영입을 미뤄야만 할 듯.
[사진: 초조, 착잡한 글렌 로더 감독, "지난 시즌엔 잘 됐었는데..."]
결국 카누테가 연말까지 돌아오지 않는데다 이젠 디 카니오마저 2월까지 잃어버리게 된 글렌 로더 감독은 웨스트 햄이 1월 이적 시장이 열리자마자 적어도 1명, 많게는 2명의 스트라이커를 새로 영입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가장 손쉬운 옵션으로는 토튼햄 핫스퍼에서 출장의 기회를 상실하고 있는 과거의 명 골게터 레스 페르디난드가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로더 감독의 '진정한 목표물'이 어느 클럽의 누구인가는 현재로선 정확히 알 수가 없는 상태. 다만 웨스트 햄이 스트라이커를 찾아 발벗고 나서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역시 카누테 없이 치러야 하는 주말 미들스브루 원정 경기에선 그대로 이언 피어스가 스트라이커 보직을 맡을 공산이 큰 상황.
프리미어쉽이 창설된 이래의 한가지 불변의 징크스는 성탄절에 순위표 꼴찌를 마크한 클럽은 필경, 그 다음해 5월 2부(디비전 1)로 강등되는 운명을 맞이한다는 것. 이러한 유형의 징크스는 물론 언젠가는 깨어지게 마련인 것이라 하더라도, 성탄절까지 웨스트 햄에겐 미들스브루 원정 포함 3경기만이 남아있어 이제 웨스트 햄은 주전 포워드들의 결장 여부와는 상관없이 정말로 혼신의 힘을 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따라서 매우 자연스럽게도, 적어도 현재 프리미어쉽에서 '가장 목숨이 위태로운' 두 감독을 꼽을 때 웨스트 햄의 로더 감독과 리즈 유나이티드의 테리 베너블스 감독이 불명예스런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음이 모두에게 명백한 사실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이들보다 더욱 위험해 보였던 아스톤 빌라의 그래엄 테일러 감독은 최근 들어 '모처럼' 살아난 빌라의 활발한 득점력에 힘입어 다소간 위기를 면해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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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변화시키는 인터넷①』
(≫≪) 미군 희생 여중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