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입시와 관련되어 전국의 학부모님들과 상담을 하다보면 자녀를 특목고에 보내고 싶은 이유로 '대학을 잘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라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듣고는 합니다. 거의 80~90%의 부모님들이 특목고 진학을 희망하는 이유로 특목고의 탁월한 대입실적을 언급하시거든요.
사실 특목고의 대입실적이 좋은 이유는 처음부터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만을 선발해서 뽑았기 때문인데도 그 내용이 사교육업체들 및 언론사들에 의해 왜곡되어서 '특목고에만 가면 못 가도 연고대다'라는 식으로 와전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특목고가 몇 개 없던 시절에는 못 가도 연고대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특목고생이라면 탑10 대학 진학은 아무런 무리가 없던 적이 있었습니다. 대학들도 암암리에 고교등급제를 통해 특목고생들을 우대해줬었고요. 그러나 현재는 특목고의 갯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특목고 재학생 및 재수생 수를 다 합치면 이름을 들어본 적 있을만한 왠만한 상위권 대학의 정원을 훌쩍 넘어갑니다.)
그래서 특목고 입시와 관련하여 상담을 할 때 마다 제가 위와 같은 말씀을 드리면
'그건 지방의 이름 없는 하위권 특목고 이야기겠지요. 저희 아이가 가려고 하는 특목고는 상위권 학교이기 때문에 거기에 가면 연고대는 금방갈 수 있어요. 학교 설명회에서도 그렇게 이야기 하던걸요'
라며 끝까지 특목고에 대한 환상을 이야기 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으십니다. 학교라는 공교육기관에서 설명회 자리를 빌어 언급한 내용이니 무조건 신뢰해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여기서 문득 드는 의문 하나가.... 특목고에서 발표하는 정보는 모두 믿어도 되는 것일까? 라는 것입니다. 공교육기관인데 설마 거짓을 말하겠냐고요? 네. 설마 공교육 기관이 고의로 거짓을 말하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고의로 정보를 왜곡시킬 수는 있을 것입니다. 몇 가지 간단한 방법만 쓰면 거짓말은 아니지만 학부모들이 잘못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은 학교 입장에서 매우 쉬운 일이니까요. 이와 관련되서는 제가 과거에 써놓은 칼럼이 있으니 한 번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참고 : [특목고칼럼] 특목고에서 발표하는 정보는 모두 믿어도 될까?
참고 : [특목고칼럼] 특목고들의 대입실적 부풀리기 관행에 대하여....
참고 : [특목고칼럼] 고등학교들의 대입실적을 보실 때 유의하실 점
어쨋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우리 스터디홀릭 가족 여러분들께 특목고 대입실적에 대한 불편한 진실에 대해 알려드리자면, 흔히 이야기하는 SKY 대학은 전국에서 5 손가락 안에 꼽히는 특목고라고 할지라도 상위권에 들지 못하면 재수 없이 한 번에 합격하기가 매우 힘들다라는 것입니다.
그럼 매년 특목고들이 발표하는 그 많은 실적은 도대체 뭐냐고요?
그건 중복합격자와 재수생, 반수생들을 모두 포함시켜서 뻥튀기를 해놓은 수치에 불과합니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고등학교들(특목고 뿐 아니라 일반고들도)은 그런 방식으로 대입실적을 뻥튀기 하여 발표합니다. 만약, 특목고가 발표하는 그 실적대로 학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모두 명문대에 합격하려면 우리나라 명문대는 신입생을 현재보다 최소 2배에서 많게는 5~6배까지 더 뽑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특목고에 가면 못가도 연고대다' 라는 말은 잊어주시기 바랍니다. 결코 사실이 아닙니다.
또한, 특목고는 양날의 검과 같아서 밖으로 적을 벨 수도 있지만, 안으로 자신을 벨 수도 있습니다. 특목고가 학생의 성향에 잘 맞지 않거나 하위권을 멤돌 경우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대학에 진학하게 될 수도 있다라는 것이지요. 참고로 국내 최고 특목고 중 하나라는 민사고의 국내대학 진학실적을 한 번 참고해봐주시기 바랍니다. 설마 이 내용이 국내 최고라는 민사고의 대입실적이 맞나 의심스러운 대학 이름들을 확인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다른 특목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다른 특목고들은 학교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주로 TOP10 대학 진학실적만을 발표하고 학부모들이 좋아하지 않을만한 대학 이름은 발표하지 않는 것 뿐입니다.)
참고 : [민사고] 2000~2011학년도 민사고 국내대학 진학실적
그리고 앞으로 물수능이 현실화되고,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이 수능 외국어영역을 대체할 경우 내신 불이익을 수능점수로 만회하던 특목고 학생들의 대입실적은 큰 폭으로 하락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에 내신관리가 유리한 일반고 학생들의 대입실적은 큰 폭으로 상승할 수도 있고요. (만약, 올해 수능 난이도가 6월 모의고사 수준으로 출제된다면 최악의 경우 내년에는 특목고생들의 대거 자퇴 및 전학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특목고 진학이 더 이상 명문대 진학을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특목고는 분명히 일반고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한 교육환경을 자랑하지만, 특목고의 수 자체가 너무 많이 늘어나서 이제는 특목고로서의 가치가 많이 희석되었을 뿐 아니라, 특목고를 둘러싼 환경들은 점점 더 특목고의 목을 조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특목고는 사교육비 증가의 주범으로 지목된 상황이기 때문에 특목고 억제를 위한 소위 '특목고 죽이기' 정책들이 매년 심화되고 있습니다. 정권이나 교육감이 바뀌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한동안 다양한 특목고 억제 정책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특히, 외국어고의 학생수 줄이기 정책은 학생 입장에서 내신관리가 더욱 힘들진다라는 것 뿐 아니라 학교입장에서도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에 학교운영을 위한 재원감소라는 직접적 돈줄 조이기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녀의 고교진학을 고민하실 때에는 막연히 대학진학에 더 유리할 것 같다라는 이유 만으로 특목고를 고민하시기 보다, 좀 더 시야를 넓히셔서 우리 아이의 적성과 재능 그리고 성향에 맞는 학교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이 과정에서 대학입시 정책도 면밀히 지켜보시고요. 명확한 대입전략 없는 고입전략은 언발에 오줌누기에 불과하고, 좋은 학교란 우리 아이를 한 단계 더 크게 키워 줄 수 있는 학교이지 결코 서울대,연고대에 많이 보낸 학교가 아니다라는 점을 잊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남의 아이들만 SKY대학에 많이 보내준 학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참고 : [특목고칼럼] 자녀의 대입을 망쳐놓는 엄마들의 잘못된 특목고 사랑
참고 : [특목고칼럼] 특목고? 일반고? 어디로 보내는 것이 좋을까요?
참고 : [특목고칼럼]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고등학교는 과연 어느 학교일까?
추신 : 학교를 자랑스러워하는 학생이 되기보다, 학교가 자랑스러워하는 학생이 되는 것은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