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재 개그맨 간증 '난 주님의 화평케 하는 종 2005-07-25 13:09:40 read : 228
"난 주님의 '화평케 하는' 종"
매순간 삶을 인도하시는 손길 느끼며 감사 교회와신앙 webmaster@amennews.com
이혁재 개그맨/인천내리감리교회
내가 교회에 나간 것은 정확하게 하나님께서 정하신 때에 하나님께서 예비하심 가운데였다. 1997년 1월 1일 송구영신예배 때 스스로 직접 교회에 나갔다. 부모님은 1991년에 내가 육군사관학교에 시험을 치렀다가 떨어지자 그 충격으로 교회에 나가시게 되었다. 그렇게 믿었던 큰 아들이 대학교에 떨어지자 황당해 하셨다. “세상에 내 아들이 대학교에 떨어져?”
아들을 의지한다는 것이 허망하다는 것을 깨달으셨던 것. 부모님은 더 이상 세상 것들을 의지하지 않으시기로 작정하셨다. 그래서 교회에 나가셨다. 자식이 대학교에 떨어지자 교회 나가신 분은 우리 부모님밖에 없을 것이다. 아버지는 교회 나가시면서 지금까지 새벽 제단을 쌓고 계신다.
▲ 아들과 아내 심경애 씨와 함께 돌잔치 사진 한컷.
내가 개그맨이기 때문에 우리 집안도 즐거움이 넘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었다. 우리 집안은 그렇게 즐겁고 웃음이 넘쳐났던 집은 아니었다. 우울한 분위기가 집안에 가득 차 있었다.
어렸을 적 집안 분위기는 늘 우울
93세에 돌아가신 할머니는 불교에 골수분자이셨다. 대한민국에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불교에 심취하셨던 불교신자였다. 집안은 늘 향불이 피워져있어 향내가 진동했다. 거기다가 오랫동안 치매를 앓으셔서 늘 집안 분위기는 우울했다. 아버지는 몸이 불편한 3급 장애인이셨다. 6.25 전쟁 때 결핵을 앓으시면서 등이 심하게 굽으셨다. 집이 너무 가난했기 때문에 즐거운 일이 별로 없었다.
나는 재수해서 인하대 기계공학과에 240명 중 5등으로 입학했다. 당시만 해도 내가 잘나서 학교에 들어간 것으로 생각했다. 취직도 보장 잘되던 전공이라 별 걱정하지 않았다. 군대생활 잘하고 4학년 졸업을 앞두고 하필 IMF가 터졌다. 사회 적응도 잘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취직도 제대로 되지 않았던 터라 마음이 갈급했다. 그래서 갈급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나갔던 곳이 바로 교회이다. 97년 1월 1일 송구영신예배때 내리감리교회에 첫 출석을 했다.
교회 출석하기 전부터 어머니는 교회에 열심이셨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을 전도하셨다. 어머니는 한 해 40명씩 전도하셔서 전도왕 상을 타셨다. 그렇게 전도에 열심이셨던 어머니께서는 내게는 교회 가자는 말을 전혀 하지 않으셨다. 나는 그런 어머니 태도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머니 난 입양되었습니까? 왜 나한테는 교회 가자는 말을 하지 않으셔요?” 이렇게 여쭙자 어머니는 웃으시면서 말씀하셨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때가 되면 제 발로 교회 나가게 되어있다.”
그 때는 그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정말 어머니 말씀대로 결국 나는 교회를 제발로 찾아갔다. 나는 교회 나가면서 비로소 하나님이 내 삶을 인도하신 사실을 경험했다.
"너를 향한 계획은 개그맨 되는 것"
▲ 개그맨 상을 받은 이혁재 씨
내가 왜 개그맨이 되었는가? 그것은 철저한 하나님의 계획하심이었다. 하나님께서는 자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계획하심이 있다고 한다. 나 역시 나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하심이 궁금했다. 그래서 교회 나가 기도한 것은 나를 향한 하나님의 비전이었다. "하나님, 사람들에 대한 비전이 있다고 하시던데 저를 향한 비전은 무엇입니까?”
취직도 안 되는 상황에서 나를 향한 하나님의 계획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 때 하나님께서는 개그맨이 되라고 하셨다. “개그맨이라고요? 잠깐만요, 혹시 다른 사람의 계획을 잘못 말씀하신 것 아닌가요? 제 얼굴에 무슨 개그맨입니까?”
그러나 하나님은 단호하셨다. 결국 나는 부모님에게 말씀드리지 않고 개그맨 공채 시험을 보았다. KBS 개그맨 공채시험은 5차까지 있다. 나는 4차까지 1등으로 합격했다. 아무런 탈 없이 순리대로 시험에 합격하는 것을 보고 곧 합격될 것으로 생각했다. 5차 시험은 열 명 중에 다섯 명을 뽑게 되어 있었다. 마지막 5차 시험을 앞두고 목사님을 찾아갔다. 상담과 함께 기도를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목사님 제가요 부모님 몰래 개그맨 시험을 보았습니다. 4차까지 무난하게 합격을 했는데 5차에도 기도 받고 가고 싶습니다.” 목사님의 기도를 받은 나는 “합격은 따 놓은 당상이다"고 생각했다.
5차 시험을 치르는데 전혀 두려움이 없었다. 목사님 기도를 받은 데다 하나님이 개그맨을 하라고 했으니 5차 시험은 당연히 붙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면접관 앞에 섰을 때, 앞에 있던 한 시험관이 내게 이렇게 질문을 했다. “이혁재 씨 KBS 코메디 어떻게 생각하세요?” 지금은 KBS가 코메디 강국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다른 방송국보다 약했다. 나는 하나님이 미리 예비하셨기 때문에 당연히 합격할 것으로 생각하고 담대하게 그리고 막힘없이 대답했다. “지금 제가 KBS 코메디를 생각할 때 많이 낙후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음 말을 이으려고 할 때 시험관이 말을 제지했다. “아니 재미없는데 여기는 왜 왔냐고? 나가세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는 그 다음 말로 “낙후된 KBS 코메디에 촉매제 역할을 해서 코메디 부흥을 일으키겠습니다”라는 말을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말도 하지 못하고 쫓겨나다시피 시험장을 나와야 했다. 황당했다. 떨어지다니! 하나님께서 개그맨이 되라고 했고, 주의 종의 기도도 받았는데 기가막혔다. 보통 이럴 때 시험에 든다. 나는 곧장 목사님을 찾아뵈었다. 따지듯이 하소연을 했다. 목사님은 그저 말없이 쳐다보시다가 “혁재 형제, 기도합시다”라고만 하셨다.
낙방했던 방송국에서 더 많은 활동
▲ 드라마에도 열연을 보인 이혁재 씨
얼마 되지 않아 MBC에서도 개그맨 공채 시험이 있었다. 나는 포기하지 않고 MBC 방송국의 개그맨 공채 시험에 도전해서 1등으로 합격했다. 나는 KBS 개그맨 시험에 떨어진 것이 궁금했다. 개그맨이 되게 하실 것이면서 왜 KBS에서는 떨어지고 MBC에서는 붙게 하셨을까? 보통 자신이 속한 방송국에서 뽑힌 개그맨인 경우 그 방송국에서 활약하려면 무시당하고 경시당하는 풍조가 있다. “너는 우리 방송국에서 뽑아준 개그맨이다”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을 나중에 깨달았다. 요즈음 나는 MBC에서 거의 활동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떨어뜨렸던 KBS에 와서 너무 많은 대접을 하면서 활동을 하고 있다. 여기에 하나님의 뜻이 있으셨던 것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실패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 하시겠다고 하시면서 제대로 그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우리는 의심하지 말고 그 약속이 실현될 것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 모든 것이 때가 있다는 것이다.
말씀대로 살면 반드시 축복
나는 마태복음의 팔복의 말씀 중에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이요”라는 말씀이 이루어지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할머니는 30년 넘게 치매로 지내시다가 돌아가셨다. 할머니는 일주일에 3일은 누워계셨다. 일어나 계실 때면 벽에 머리를 부딛치셨기 때문에 돌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몸이 불편하셨던 아버지셨지만 할머니에게 싫은 내색을 하지 않으시고 모셨다. 그런데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6남매였던 형제들 간에 재산 상속 문제로 다툼이 생겼다. 다들 할머니를 모시지 않고 지내다가 막상 돌아가시자 재산에는 관심을 가지셨던 것이다. 한편으로는 서운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가막힌 일이 벌어졌다. 변호사측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왜 유언상속 효력이 발생하도록 하셔서 등기이전하지 않으십니까?” 무슨 일인가 알아보았더니 할머니께서 치매를 앓던 중에 정신이 돌아오셨을 때 한 변호사를 찾아가 유언상속 공증을 해 놓으셨던 것이다. 할머니는 다른 자식에서는 재산을 물려주지 않고 당신을 돌보셨던 둘째 아들에게만 재산을 상속하겠다고 하셨던 것이다.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바라지도 않았던 일이었다. 하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신 1년이 지난 뒤에 이루어진 것이다. 아버지께서는 기도로 자신의 어머님을 보필하셨다. 또한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목사님으로부터 세례를 받게 하셨다. 할머니는 교회 묘지에 묻혔다. 아들의 효도로 천국을 간 것이다. 할머니의 유산은 온유하게 효를 실천하셨던 아버지께 돌아온 하나님의 복이었다. 말씀대로 살면 하나님께서 내리시는 복을 경험한 것이다.
또 내가 좋아하는 말씀 중의 하나가 “화평케 하는 자”라는 말씀이다. 나는 하나님께서 개그맨이라는 직업을 통해 ‘화평케 하는 자’로 부르셨다고 믿는다. 나는 특별하게 사람들에게 흥미를 끄는 이미지가 없다. 얼굴도 매력적이지 않을 뿐더러 호감을 갖게 하는 재주도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나를 좋아한다. 개그맨이라는 직업을 통해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그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으로 사랑받게 하신 분이 하나님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