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원이 아니고
서울 대공원 가는 길
(아내가 강조한 말)
2013년 10월 19일 오전 9시 51분
지하철 4호선 오이도행 전철칸에서
사슴같은 눈으로 여성이 묻는다.
'혹시 시낭송모임에서 만난 분'
그때까지도 그 분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는데
"박영혜님과 같이 갔던..."
그제야 이름이 생각난다.
"아~~최자헌 선생님"
그때 나는 시 두 편을 검색하고 있었다.
'이 맑은 가을햇살속에선
누구도 어쩔수 없다
그냥 나이 먹고 철이 들수 밖에는' (중략)
허영자 시인의 '감'과
"저게 저절로 붉어질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개
저 안에 천둥 몇개
저 안에 번개 몇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게다'(중략)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알'
시를 읽으며 고향의 울안에
감나무와 대추나무를 생각하고
있다가 갑자기 현실로 돌아왔다
서울 대공원역 1번 출구를 나가니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다.
안희승 초대동창회장님을 비롯한 동창들과 반갑게 악수를 하고
우리는 기다렸다.
오기로 한 그 분들을.......
백승인회장님, 고갑무 1반 반장님, 하이디님이
막걸리를 한아름 사들고 왔다.
내 백에도 선물처럼 막걸리 5개와 물 한병을
집어 넣으니 묵직하다.
경로우대 한분을 제외하고 우린
표를 끊고 서울 대공원에 들어갔다.
난 기린과 놀다가 일행을 놓쳤다.
그 사이
무거운 내 백은 이종성반장님이 메고
가서 기다려준 고갑무반장님과 맨몸으로
앞에 간 일행을 따라가는데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쉰을 넘긴 단풍을 보는둥 마는둥
부지런히 길을 재촉하는데
눈 밝은 고반장님이 썬글라스를 주웠다.
한 번 써보더니 모자에 걸친다.
나중에 보니 백승인 회장님 애장품
케이티엑스보다 빠른 속도로 누가 획
지나가다 우리를 보더니 반가운 내색을 한다.
황산님이었다.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사나이
점심 때 합류한다더니 어느 새
사람이 모인 곳은 우리 일행인가
두리번 두리번
고개가 아파올 무렵
막걸리 파티를 하는 우리일행을
만났다.
방울토마토, 토란, 고구마, 땅콩, 떡
떡은 춘옥님 땅콩은 하이디님이 농사지은거라고
하는데 다른 것은 누가 갖고 왔는지....
그냥 입으로
하루가 지난 오늘에야 입을 뗍니다
" 정말 감사합니다."
산길을 가며 시도 읊조리고
사는 이야기도 나누고
잘 들어준 김진성사무총장님
정말 고마워요
서울대 인생대학을 졸업하고
인산회에 계신분들이라 그런지
하나같이 후덕하고 인자하고
산을 잘 타는 지
가을산도 감탄해서 꾸벅
최태환 대장님이 추천해 준
세계약선요리대회 금상에 빛나는
'옛날에' 식당에서
옛날사람처럼 약선밥상을 받았다.
닭도리탕
버섯묵무침
주먹밥
무슨 완스(이렇게 글을 쓸줄 알았으면 알아뒀어야 하는데..)
막걸리
테이블에 네 사람씩 앉아 4만4천원짜리
푸짐한 식사를
막걸리를 곁들여
정다운 대화와 함께 먹었다
성박사님께 '참 빨랐지 그양반'이란
이정록시인의 시를 추천했다.
모든게 빨랐던 그 양반
'죽을 때까지 그 버릇 못 고치고 갔어
덕분에 그 양반 바람 한번 안 피웠어
가정용도 안되는 걸 어디 가서 상업적으로 써먹겠어
정말 날랜 양반이었지 '-이정록 시인의 참빨랐지 그양반
동문님들
등산도
식사도
그것도
너무 빨리 빨리하지 말고
여유있게 사시지요.
" 정말 고마웠슈 "
출처: 서울대U3A2기학우회 원문보기 글쓴이: 김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