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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는 시내 한가운데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승암산(지금은 치명자산이라고 많이 함)과 기린봉이
남쪽을 바라보면 완산칠봉, 서쪽을 바라보면 황방산, 북쪽을 바라보면 건지산으로 둘러쌓인
분지형의 도시이다.
나는 주로 전주의 남쪽에서 살았기 때문에 완산칠봉에는 어렸을때부터 수없이 올라다녔고
또 많은 추억들이 있는데 동쪽의 승암산은 3-4회, 서쪽의 황방산은 꼭 한번
그리고 북쪽의 건지산은 올라가 본적도 없다.
승암산을 바라보면 위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가운데 하얀 미륵불이 보이는데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여지껏 한번도 가보지를 못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얗게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를것이다.
오늘도 산에 오르면서 여러사람에게 물어보았지만 아무도 그 절에 가는 길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다시 내려와 산의 정상부근에 있는 천주교 성당에서
신부님께 절로 가는 길을 물어보았다.
"신부님. 이 부근에 승암사라는 절이 있는걸로 아는데 혹시 알고계시나요?"
"승암사는 산 아래에 있구요, 저 윗길로 해서 계단으로 내려가면 동고사가 나옵니다."
"아! 그래요....여러 사람한테 물어보아도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초등학교
6학년때 우리반 학생중 이 절에서 학교를 다니던 아이가 있었는데 혹시나 해서 찾아보려고요."
"글쎄요...주지스님이 한 50쯤 되어보이던데..."
"감사합니다. 한번 가보기로 하죠."
성당 뒷편에 나있는 길로 해서 계단을 내려가니 과연 절이 하나 보인다.
아무리 천주교의 성지라지만 갈림길에서 동고사 가는 길이라는 안내판 하나쯤 만들면 안되나?
혼자서 투덜거리며 안으로 들어가니 이곳 역시 다른 산속의 절집마냥
산비탈을 깍고 축대를 쌓아서 만든 좁은 터 안에 서향으로 길다랗게 3동의 전각을 지었다.
혹시나 그 때의 친구를 만날수 있을려나 물어보려니
친구 이름도 생각나지 않지만 물어볼 사람도 없다.
범종각이 최근에 세워진듯 한데 규모는 작아도 불전사물은 모두 갖추어져 있다. 웬 스카이라이프 접시? 아무리 현대판이어도 그렇지 다른 장소를 찾아도 될텐데...... 새롭게 만들었는지 3층석탑도 보이고 자그마한 석등도 만들어져 구색을 맞추어 놓았다. 삼성각..... 절의 윗쪽에 있는데 조사들의 진영만 벽에 걸려있다. 음.................어떻게 해석해야하나? 미륵부처상이 제법 큰 규모로 모셔져있다. 이 미륵부처님이 시내 멀리서도 그렇게 하얗게 보이는구나..... 여기서 산 아래에 있는 초등학교까지 적어도 1시간 이상 걸어야하는데 어떻게 그 먼길을 어린걸음으로 6년동안이나 다녔을까? 정말 대단한 친구가 아닐수 없다. 지금 아이들같으면 어림도 없는 일인데....................... 여기서 바라보니 한눈에 전주시내의 남쪽 동네가 눈에 들어온다.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하고 비가 오락가락 하지만 전주천은 변함이 없다. 축대 아래에 언제 쌓았는지는 모르겠으나 돌탑도 몇기가 있고 부도 2기도 보인다.
치명자산 등산길로 올라왔지만 동고사까지 자동차로 올라오도록 포장도로가 있어 따라가 보기로 했다. 숲이 우거지고 호젓하여 산책길로 너무나 좋아 시내에서 10분 거리인데도 이렇게 좋은 길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내려오는데 웬 단군성전 성불사라는 절집이 보인다. 절에 들어서니 주인은 없고 거위만이 집을 지키고 있다. 다른 짐승들은 주인이 없으면 찍소리를 못하는데 거위와 강아지는 어찌그리 큰소리로 울어대는지............ 알수없는 석물들과 단군성전이라는 전각이 보인다. 좀 으스스한 기분이 들어 나와버렸다. 내려오는 길에 이정표를 보니 이제야 정확하게 위치를 알것같다. 그래......맞아,,,,. 여기에 전주의 군경묘지가 있지..... 군경묘지를 지나 내려오니 오목대 육교와 한벽당 사이로 빠져나오게 되어 있었다. 시내에서 가까운 산책길을 새로이 알게 되어 동고사에 자주 들릴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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