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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의원의 당초 설치 목적은 견제였습니다. ‘참(參)’이라는 글자도 ‘중의원의 논의에 참가한다’는 뜻에서 붙였습니다. 그러나 현대 일본 정치에서 참의원은 견제 이상의 위상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국회 운영의 중심은 미국이나 유럽의 하원(下院) 격인 중의원입니다. 중의원은 우선적 총리 인선권을 갖습니다. 국가예산 편성권, 조약 비준권도 중의원만이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참의원은 이 세 가지를 제외한 모든 법안에 대한 사실상의 비토권을 갖고 있습니다. 중의원에서 통과된 법안을 참의원이 부결시킬 수 있습니다. 중의원이 이를 재가결하려면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일본 정치에서 이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중의원 의석 과반을 갖고 있더라도 참의원 의석이 과반이 안 되면 연립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본 정치에서 중의원보다 참의원에서 연립이 비롯되는 일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입니다.
자민당은 창당 다음해인 1956년부터 1989년까지 33년간 중·참의원 동시 과반이었습니다. 이때는 참의원이 ‘거수기’로 불렸습니다. 무용론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89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을 상실함으로써 일본 정치에 연립의 시대가 시작됐습니다. 2007년 선거 때는 연립을 구성하고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리더십을 상실하고 1년에 한 번씩 총리를 바꿀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렸습니다.
현 집권 민주당이 작년 8월 중의원 총선거에서 전체 480석 중 308석(64.17%)이라는 압도적 의석을 차지하고도 연립을 구성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참의원 의석이 과반이 안 됐기 때문입니다. 당시 민주당의 참의원 의석은 과반(122석)에 못 미치는 116석에 머물러, 사민당(5석)·국민신당(6석)과의 연립을 통해 과반을 확보했습니다.
중의원 임기가 4년인 데 비해, 참의원 임기는 6년입니다. 중의원은 총리의 해산에 따라 언제든지 임기가 중단될 수 있는 데 반해, 참의원은 임기를 보장받습니다. 참의원은 전체 242명을 절반으로 나눠 3년에 한 번씩 선거를 치릅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 결과, 연립파트너인 국민신당 의석을 더해도 109석밖에 확보하지 못하게 됐습니다.
조선일보 201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