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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모(茶母)] 10
S#1. 안녹사 집 병택 방 (밤)
어두운 얼굴로 철릭을 벗는 병택...
허험- 기침을 하며 안녹사가 들어온다...
병택 아랑곳없이 철릭을 벗어 벽에 건다...
안녹사 : (밖을 향해) 어서 들이거라....
계집종이 밥상을 들이고는 나간다...
병택 : (슬핏 보고는) ...전 생각 없습니다... 아버지 방에서 잡수세요...
안녹사 : 이놈아... 니놈하고 같이 먹을려고 여태 기다렸어... 어서 앉어!
병택 : (앉으며 우울하게) ...앉았으니... 어서 드세요...
안녹사 : (수저를 쥐어주며) 한술 떠!
병택 : (들고 있다가 수저를 힘없이 밥상에 떨군다) ...
안녹사 : 너 정말 굶어죽고 싶어...!
병택 : (울먹이며) ...죄,죄송해요...아부지... 근데요.... 채옥이는 어찌 되었는지도 모르는데....
도저히... 도저히 밥을 넘길 수가 없어요...
안녹사 : (미치겠다) ...몽둥이질을 해서라도 강하게 키웠어야 하는데... 내가 잘못 키웠어 내가...
병택 : .....(고개를 떨군다)....
안녹사 : ...(보다가)....채옥이년 살아났댄다....
병택 : (번쩍 고개를 들며) 예?...지금 뭐라 그러셨어요?
안녹사 : (버럭) 채옥이년 살아났대! 그러니까 어서 밥 쳐먹어...!
병택 : (믿기지 않은 듯) ...아,아버지.... (하다가 와락 밥상 위로 안녹사를 안으며) 아부지!
엉망이 되는 밥상...
안녹사 : (병택에게 안겨 깔린 채) ...이,이 미친놈이...
S#2. 동 세욱 방 앞 마당 (밤)
마당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윤....
S#3. 동 조세욱 방 (밤)
고민스러운지 이마를 짚고 있는 세욱....
S#4. 동 세욱 방 앞 마당 (아침)
지저귀는 새소리....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는 윤....
중문으로 들어서다가 그 모습을 안타깝게 보는 난희....
난희, 세욱 방을 향해 걸어간다...
S#5. 동 세욱 방
난희, 세욱 앞에 마주 앉아 있다...
난희 : (간곡하게) ...아버님....
세욱 : ...나와 황보 종사관의 목숨이... 스스로의 것인 줄 아느냐......물러가거라....
난희 : ...채옥이가 제 목숨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황보 종사관입니다...
세욱 : (놀라 본다) ....
난희 : 종사관 나으리도..., 채옥이와 함께 한 세월이면...그 아이를 목숨처럼 아끼지 않을 리 없습니다...
다만.... 채옥이는.... 종사관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 분의 앞길에 걸림돌이 되길 원치 않고...
종사관 나으리 또한... 채옥이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속내를 드러내지 않을뿐입니다...
세욱 : (미간이 꿈틀거린다) ...채옥이를 은애하는.... 종사관의 마음을 헤아리라...
....그 말이 하고싶은 게냐?
난희 : ...그러하옵니다...
세욱 : (가슴이 아프다) ...그것을 알면서... 너는 어찌 그를 마음에 두고 있느냐?
난희 : ...두 사람은 인연이 아니라 믿기 때문입니다...
세욱 : (O/L) 허면! 너와는 인연이 닿아 있다더냐?
난희 : 종사관 나으리의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세욱 : (처량하고 서글픈 맘이 든다) 내가,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느냐?
난희 : (역시 가슴이 아려오지만) 왜 모르겠습니까? 하오나... ...이제 소녀도...
더 이상 제 마음을 감추고 싶지 않습니다. 종사관을 향한... 소녀의 마음.. 또한 헤아리신다면...
이제 그만... 용서하...
세욱 : (O/L) 니가 논할 계제가 아니다... 니 뜻은 알아들었으니 나가보거라...
난희 : 아버님...이제 그만....
세욱 : (벌컥) 나가보라 하지 않느냐!
S#6. 동 앞 마당
윤, 그대로 미동도 않고 있는데...
난희, 방문을 열고 나온다...
윤에게 천천히 다가오는 난희...
난희 : ...화가 쉬이 누그러지실 것 같지 않습니다... 물러가셨다가 후에 오시지요....
윤 : .....
난희 : ....몸 상하십니다...
윤 : .....
난희 : ...나으리...
윤 : (눈을 감아버린다) .....
난희, 윤의 고집스러움에 한숨이 나온다....
느닷없이 윤 옆에 털석 무릎을 꿇는 난희....
윤 : (고개 돌리지 않고 눈을 뜨며)...어찌 이러십니까...
난희 : ....
윤 : ....어서 돌아가십시오....
난희 : (이번에는 난희가 눈을 감아버린다) ...
윤 : 아가씨....!
난희 : ....(단호하게 세욱 방문을 향해) .... 소녀는 마음을 정했습니다...
소녀 또한 예서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윤 : (무슨 소린가 고개를 돌려본다) ....
와락 문을 열고 나오는 세욱....
뚫어질 듯 윤과 난희를 쏘아본다...
윤은 어쩔 줄을 몰라하고....
난희는 담담히 눈을 감고 있다...
S#7. 동 세욱 방
조세욱 앞에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떨구고 있는 윤...
두 사람 사이의 정적.... 시선을 전혀 주지 않고 있다가...
이내 입을 여는 세욱
세욱 : (화를 누르며)....채옥이가...자네에게 어떤 존재인가...?
윤 : (어찌 대답해야 하는가?) .....
세욱 : (쏘아보며) 들리지 않는가...?
윤 : (간신히) ...소인이 아끼는 수하입니다...
세욱 : ...은애하는 것이냐...?
윤 : (놀라 세욱을 본다) ......
세욱 : (버럭) ...포도청 부장까지 저들에게 넘어가는 판국이야!
네겐 나라의 위급함보다 사사로운 감정이 더 중요하단 말이냐!
윤 : .....
세욱 : (화를 누르며)...주상전하의 밀지를 아는 자는...세상에 너와 나... 단 둘이다!
그런 네가.... 이리도 나를 실망시킬 수 있느냐!
윤 : ....(고개를 들지 못하는데)...
세욱 : ...네가 이럴거라면... 차라리 채옥이라는 아이가 죽는 게 나았을 성 싶군....
윤 : (놀라 세욱을 본다) ....영감....
세욱 : (비장하다) ....훈련대장을 필두로 ....백 오십의 장정을 잃고.... 자식을 잃었다....
....이제사 치오의 마음을 알겠어... 내 벗과... 수하 장정들과... 내 자식의 원혼이
밤마다 나를 짓누르고 있어....
윤 : .....죽여주십시오 영감...
세욱 : 죽여달라? (책상을 내리치며) 우리가 마음대로 죽을 수나 있느냐...!
윤 : ....
세욱 : ...널... 죽은 걸로 칠 수도 있다.... 지금 하나만 택하라!
....채옥이에게 돌아가겠느냐... 포청에 남겠느냐...?
윤 : (한대 뻥 맞은 듯한 표정으로 세욱을 본다)....
세욱 : ...대답하라....
윤 : (힘겹게)...여,영감과 함께 할 것입니다...
세욱 : (단호히) 채옥이의 노적을... 다른 관아로 옮기게....
윤 : (눈을 질끈 감고는... 고개를 떨군다) ....
세욱 : (시선을 돌리며) ...일이 끝나는 대로... 난희와 혼사를 치루라...
윤 : (고개를 숙인 채 눈을 번쩍 뜬다) ....!
S#8. 금촌 보현사 전경
S#9. 동 법당 안
한쪽 벽면에 조그맣게 놓인 장일순과 어머니의 위패를 보고 멍하니 서 있는 채옥....
수월 : (E) ...언제 어찌 돌아가셨는지는 모르지만....
작년 가을에 한 사내가 두 분의 위패를 모셨다고 하더구나...
떨리는 손을 천천히 뻗어 장일순과 어머니의 위패를 쓰다듬는다...
위패를 와락 품에 안고는 울음을 터뜨리며 오열하는 채옥....
S#10. 동 마당
마당에 들어서는 성백....
수명 : ...나으리 이곳은 어찌....
성백 : 내... 부모님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가마골 형제들의 넋이 갈 곳이 없지 않느냐....
요사채로 가는 성백... 수명 뒤를 따른다....
성백과 수명... 법당 앞을 지나가는데...
법당 안에서 엎드려 오열하는 채옥이 보인다...
그런 채옥을 슬핏 보다가 이내 다시 지나가는 성백...
S#11. 동 요사채 앞
다가오는 성백...
성백 : 스님...스님 계십니까...?
문을 열고 나와 반색하며 합장하는 중년의 스님...
스님 : 오랜만입니다... 그러찮아도 연락할 방도가 없어 답답했었는데....
성백 : 무슨 일 있으십니까...?
스님 : ...지금 법당에 시주님이 모신 위패를 찾아오신... 젊은 보살님이 계십니다....
제게 누가 위패를 모셨냐 물었습니다...
성백, 얼굴이 굳어지더니... 법당으로 달려간다...
S#12. 동 법당 앞
달려와 법당을 들여다보는 성백...
법당 안에는 아무도 없고...위패 앞에 향연기만 피어오르고 있다...
다시 뒤돌아 뛰어나가는 성백...
S#13. 일주문 + 산길
두리번거리며 달려오는 성백....
한참을 그렇게 달리다가.... 멈추는 성백...
성백 : ....(안타깝게 혼자 목소리로) ...재희야.... (큰목소리로) 재희야..!
S#14. 길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가다가 멈추는 채옥...
하지만 더 이상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다시 걸어가는 채옥....
S#15. 포청 전경
S#16. 동 회의실
윤과 원해 서서 동국지도를 보고 있다....
원해 : 주지봉, 멸악산, 장수산, 천마산 중에 하나가 분명합니다... 각 요처에 애들을 박아두었으니...
한번만 더 출현한다면... 어느 산으로 돌아가는지 꼬리를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윤 : 장담할 수 만은 없는 일이니... 다른 곳의 기찰도 허술히 하지 마시오...
주완 : (달려들어오며) 나으리....!
윤 : 어찌 되었소?
주완 : 배부장 그 우라질 놈이... 포청의 군적 뿐만 아니라... 병조의 군적까지 모두 없애 놓았습니다....
가족도 오래 전에 어디론가 피신시켜 두었구요...
윤 : (놀라며) 병조의 군적까지?
원해 : 그걸 어찌 일개 부장이 마음대로 없앨 수 있단 말입니까... ...이젠... 포청이고... 병조고....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이러다 궐 안도 장담 못하는 거... (하다가) 나으리... 대답해 주시지요...
...지금 저희가 쫓고 있는 게... 사주전을 만드는 화적패가 맞습니까...?
윤 : (당황한 빛이 스친다) ....
주완 : (뭔 소린가 하고 윤과 원해를 보는) ...
원해 : (알고 있는 듯) 혹여.... 역당은 아니겠지요?
주완 : (기겁하며) 여,역당....?
원해 : 나으리...말씀해 주십시오...!
윤 : (난감해 털썩 주저앉는다) .....
주완 : (주먹을 움켜쥐며) ...이런 우라질.....
S#17. 세욱 방
윤 : ...병조의 군적마저 마음대로 없애는 세력입니다...
저희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습니다.... 주상전하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세욱 : (이마를 싸쥔다) .....
윤 : ...저들과 우리에게 드러나지 않는 세력은... 주상전하의 그림자들 밖에 없습니다...
세욱 : ... (가만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문다)...
S#18. 동 마당
윤, 무거운 얼굴로 나오는데...
난희 : (E)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윤 : (돌아보면 난희다) ....
S#19. 동 희의실
마주 앉아 있는 주완과 원해....
주완 : 우라질... 이제 누구를 믿어야 하는거야....
원해 : (놀리듯 심드렁하게)...마음 단단히 먹으슈...어디서 칼끝이 옆구리를 쑤시고 들어올 지 모르니까.
주완 : 아이 씨... 당장 포청을 때려치든지 해야지... 역모라니.... 이거야 원 살 떨려서...
하다가 입구를 향해 눈을 동그랗게 뜨는 주완...
채옥이 빙그시 웃으며 서 있다....
주완 : (환하게 웃으며) ...옥아....
S#20. 후원 정자
정자 위에 마주 앉아있는 윤과 난희...
다기에 녹차를 붓는 난희...
난희 : (잔을 내밀며)...드시지요...
윤 : (잔을 들어 한모금 마신다) ....
난희 : (똑바로 보며) 무례하고 맹랑하다 여기실지 모르지만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나으리... 소녀와 정혼해 주십시오...
윤 : (당황해) ...아가씨...
채옥, 난희의 등 너머로 들어오다 그 말을 듣고 멈칫 선다...
놀라 난희를 보는 윤, 동시에 난희의 등 너머 채옥을 보고 얼굴이 굳는다....
난희 : (모르고) ...옥이를 마음에 담고 계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윤 : (채옥과 난희를 번갈아보며 난감한데)....나,나중에 말씀하시지요...
난희 : (O/L)..그렇다고 하여... 소녀 또한 마음을 감추고 머뭇거리거면서...
혼자 앓는 것이 참으로 괴로웠습니다... 아버님의 말씀에는 연연하지 마십시오...
하오나... 신분을 떠나... 소녀 또한 물러서고 싶지 않습니다...
윤 : ...아가씨... 저는 아가씨와 어울리지 않는 서출입니다...
난희 : (일어나 윤을 똑바로 보며) 제겐 사랑하는 정인이실 뿐입니다...
윤 : (아찔해 눈을 질끈 감는데)...
채옥, 멍하니 난희와 윤을 본다...
그런 윤을 보다가 무언가를 의식하고 뒤를 돌아보는 난희...
마당에 서 있는 채옥을 보고 덜컥 가슴이 내려 앉는다...
난희 : (벌떡 일어나며) 옥아....
채옥, 애써 미소를 지으며 목례를 한다...
S#21. 포청 후원길 (수정)
넋이 나간 채 걸어오는 채옥...
갑자기 나타난 병택이 가로막는다
병택, 한지에 싼 무언가를 풀어헤치더니 쑥 내민다...
예쁜 쪽두리 하나다...
병택 : (불쑥 채옥이의 손을 잡아 족두리를 쥐어주며) 우리, 혼인하자!
채옥 : (쪽두리를 내려다 본다... 깊은 한숨이나더니... 자꾸 눈물이 나려한다) ...도련님.....
병택 : (O/L) 긴말 하고 싶지 않지만... 삼일 낮 삼일 밤을...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너 없인 못 살겠다...
채옥 : (눈물이 어리지만... 웃으려 애쓴다) ...도련님... 베풀어 주신 은혜...
병택 : (O/L, 손을 들어올려 막으며) 잠깐! 나 아무말 듣지 않을 거야... 내 얘기만 할거야...
옥아....제발 위험한 포청일 그만둬라...우리 혼인해서 소박하게 살자...아들, 딸 낳아 재롱도보고..
채옥 : (얼굴이 굳는다)...
병택 : 너 닮은 딸아이 하나 키우는 게 내 소원이다...
채옥 : (억장이 무너진다...)....
병택 : ... 잘 생각해 봐라...
채옥 : (눈물이 흐르려는 것을... 꾹 참고 간다)
병택 : (채옥의 뒤를 보며)...평생 웃으면서 살게 해줄게....
S#22. 채옥 방
방문에 기대어 망연히 서 있는 채옥... 참았던 눈물이 흐른다...
스르르 무너진다.... 손안의 쪽두리를 내려다 본다....
윤 : (E) 안에 있느냐...?
채옥, 벌떡 일어나 눈물을 닦는다... 문을 열면 들어와 앉는 윤....
윤 : ....몸은 어떠냐...?
채옥 : ...거동할만 합니다...
잠시 어색하고...애처러운 침묵...
윤 : (어렵사리)....내가...너를... 생각하는 마음은 ... 아가씨에게 들은... 그대로다....
채옥 : (애써 진정한 마음이 또... 울컥한다) 나으리...
윤 : ...어찌.... 나를... 붙들지 않느냐....
채옥 : ...그,그리 말씀 마십시오... 나으리께서는 제게 피붙이 같은 분이십니다...
윤 : (보다가) ...넌 항상 그렇게 말해야 한다고... 너를 속이고 있구나...
니가 천인의 신분이 아니었더라도... 나를 혈육처럼 느낀다고만 하겠느냐?
난, 니 부모도 아니고.... 또한 오라비이고 싶지도 않다... 나는... 너를 아끼는 사내일 뿐이다....
채옥 : (눈물이 차 벌벌벌 떤다)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윤 : (단호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니가 마음을 속이지 않았다면....
....노적을 옮기라는 영감의 영이시다...
채옥 : (짐작한 듯 고개를 떨군다) ...저도 그리 청할 생각이었습니다...
허나...나으리... 떠나기 전에 청이 하나 있습니다....
윤 : ....
채옥 : 장성백만큼은 꼭 제 손으로 잡고 싶습니다....
윤 : (눈에 불꽃이 인다, 꾹 누르며) 그 자를...잡아서.... 살리겠다는 것이냐 ....죽이겠다는 것이냐...?
채옥 : (한대 뻥 맞은 듯) ....
윤 : ....넌 장성백을 베지 못한다... 짐을 챙기거라...
윤,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가려다 반쯤 고개를 돌리는데... 눈물이 그득하다...
윤 : 이제 ...더 이상은.... 날 위해 살지 마라.... 난... 아가씨와 정혼할 것이다.....
채옥 : ...감,감축드립니다....
윤 : (나간다) ....
기어코 채옥의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고개가 힘없이 떨구어진다....
S#23. 채옥 방 앞
등 뒤로 방문을 닫은 채 서서 눈을 감는 윤... 눈물이 흐른다...
윤 : (마음 속으로) ...잊어버려라.... 다 잊어버려라.... 나도 ...장성백도..... 다....
S#24. 포청 앞
포졸들과 함께 멀어지는 채옥.... 가다가 한번 돌아보는데....
윤은 보이지 않고.... 어여 가라 백주완이 손짓한다....
채옥 다시 고개를 돌려 가면...
안쪽 대문 옆에서 지나가는 듯 나오며
슬쩍 고개를 돌려 채옥을 보는 윤의 젖은 눈...
S#25. 포청 뒷 마당
힘없이 걸어오는 주완....
원해, 나무 가지를 잔뜩 쌓아 놓고 화살을 깍고 있다...
원해 : (풀을 질걸질겅 씹으며) 갔수...?
주완 : (허탈한 듯) ...그래.... 그 놈의 정이 웬수여...정이...
원해 : ...좀 늦은 감이 있지만... 난 언제고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수....
안녹사 : (지나다가 다가오며) ...표정들이 왜 그래... 뭐 안 좋은 일 있어...?
주완 : (마땅찮은 눈길로) ...좋겠수... 그리 눈에 가시처럼 여기던 채옥이가 떠났으니....
안녹사 : (좋아 눈이 휘둥그래지며) ..떠났어...? 그게 정말이야...
아이구 이제야 내가 조상님들 뵐 면목이 서는구나...이제야...
주완 : 근데요.... 노적을 옮긴 관아가...
안녹사 : 그래 어디래? 내 쌀 한 말이라도 보내줌세...
주완 : 병택이가 일하는 무비사유!
안녹사 : (뻥-- 낮빛이 창백해진다) .....
S#26. 포청 뒷마당 누마루
조세욱 앞에 앉아있는 병택... 그 옆으로 윤...
병택 : (세욱을 뚫어지게 보더니... 입이 찢어진다) 영감! 사실입니까?
그럼 아까 옥이년 짐싸고 나간 게.... 무비사로 간 것....? 흐흐흐
(세욱을 와락 안으려다 정신을 추스르고는 넙죽 절을한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윤 : (먼 산을 보고 있다)
병택 : (분위기 파악 못하고) 무비사 봉사로서....! 채옥이 년.... 마음 고생 안하도록....
성심을 다해 돌보겠습니다....
세욱 :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윤을 본다)
윤 : 잘 알겠지만.... 옥이는... 여느 사내 못지 않게 깊고 곧은 아이일세...
세욱 : .....
윤 : ...세상을 잘못 만나... 관노의 신세로 전락했지만...
세욱 : (단호히 제지하는) 종사관...!
윤 : .....
병택 : (좋아 죽겠는 게 사실이지만... 자기도 마음이 아프기는 하다)
...심려 마십시오... 잘 지켜 보겠습니다...
윤 : ....부탁하네.... 안봉사....
병택 : (짠하게) 사실.. 저희 부자.... 포도청 덕으로 살아왔습니다.
사람들에게 그리 괄세 받으면서도 자나깨나 포청 걱정만 하는 게 저희 아빕니다.
세욱 : 그야 잘 알지...
병택 : 그간 저를 어여삐 봐준 영감이나 종사관 나으리 덕 아니었으면.... 제가 무과 시험이나 한번
변변히 치를 수 있었겠습니까? 심려치 마십시오...이 인간 안병택...! 아니 무비사 봉사 안병택....!
목에 칼이 들어와도... 배포교놈 같은 배은 망덕한 짓은 안합니다.
윤 : (애잔한 웃음을 띠며) ...그래... 자네를 믿네...
병택 : (활짝 웃고는) 나리나 저야.. 자라면서부터 반 포청 사람이고.....
배달영 그 자는 군적부터가 포청하고는 거리가 먼 놈 아닙니까?
윤 : (무언가 생각이 스치는 듯 눈이 빛나더니) 자네..! 혹시 포교들의 군적을 본 적이 있나...?
병택 : (안색이 굳으며 당황해) ...그,구... 군적을 본 적 있냐니요...? 저 같은 미관말직이 그런걸 어찌
볼 수 있겠습니까.....저희 좌랑 나으리께 걸리면 뼈도 못추리는 일입니다....
윤 : (정색을 하며) 사실대로 말하게!
병택 : (더 당황한다) 아, 아니, 아무리 개버릇 남 못 준다지만....
제가 관청 문안이나 들춰보던 버릇은 좌포청 왔다갔다할 때나 그랬지....
무비사에서도 그러려니 생각하신다면 그건 잘못 보신 겁니다...
세욱 : 자넬 탓하려는 게 아닐세... 사건의 중요한 단서인 군적이 사라져서 묻는 것이니....
살펴본 적이 있다면 도와주게나....
병택 : 무,무슨 사건이시길래....?
윤 : ...알게 될 것일세... 좌포청의 사활이 걸린 일이야...
병택 : 아니 그거야 좌포청의 사활이고.... 전, 무비사에... (말하고 나니 미안하다)
윤 : 안봉사...! 반은 포청 사람이라 하지 않았나?
병택 : ...예? 그거야 뭐, 그렇기는 합니다만 ... 뭐.. 제가 본 게 있고.. 아는 게 있어야 맣을 하지...
(자꾸 말 꼬리를 흐린다)
윤 : (짐짓) 포청의 사활은 물론... 채옥이의 일생이 걸린 문제일세!
병택 : (채옥이란 소리에 덜컥 마음이 걸린다, 난감해하다가)
....그럼 제가 군적을 보았다는 말 씀은 절대 발설하셔서는 안됩니다...
윤 : 약조하지....
병택 : ...사실 좌포청 포교들의 군적은.... 얼굴을 아는 사람들이고 해서 호기심으로....
딱 한번 훑어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다 기억은 못하고....
세욱 : 배부장의 군적을 보았는가...?
병택 : (놀라는) 배부장이라면... 그 배은 망덕한 배달영 포교를 말씀하시는 건데...
세욱, 윤 병택을 뚫어지게 보면...
병택 : (생각난 듯) 아...! 고향은 강원도 철원.... 스물 넷에 무과 별시를 치룬 후...
수어청에서 장교생활을 시작했고... 1년 후 금위영으로 옮겼다가....
작년 가을에 좌포청으로 왔습니다....
눈빛이 매섭게 빛나는 세욱과 윤....
S#27. 포청 일각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오는 병택.... 괜히 말했나 싶기도 하다...
병택 : 아.. 미치겠네... 괜히 말했나.. 끝까지 버틸 껄... (하다가 피식 웃으며)
에라 모르겠다... 채옥이 보내줬는데 뭘 못해주랴....
으으으.. 채옥아 기다려라 서방님 행차하신다... (웃음꽃이 만개하는데)
안녹사 : (E) 야, 이놈아...!
병택... 주위를 두리번 거려 보지만 아무도 없는가 싶은데....
바로 옆 담장 너머에 떡하니 서 있는 안녹사....
병택 : (놀라는)
안녹사 : 체신 머리 없이 백주 대낮부터 미친놈처럼 왜 실실 웃고댕겨?
병택 : 아니예요.... 아무것도...
안녹사 : 왜 또 포청에는 행차하셨어? (소리를 죽여) 옥이년한테 문안이라도하러 왔냐?
병택 : (주위를 살피며 망신스럽다는듯이) 아이 아부지 왜 이러세요...무슨 말씀을 그리 험하게 하세요...
포장 어른께서 긴히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길래 다녀가는 길이예요....
안녹사 : (의심스런 눈초리로 보더니... 헛기침을 하고는) 냉큼 돌아가 일봐....
뼈가 빠지도록 일해... 그게 너랑 나랑 살길이야! (간다)
병택 : (다시 씨익 웃으며) 갑니다.. 예... 당장 가야죠.....
S#28. 동 회의실
...좌포청의 군적을 들춰보는 세욱과 윤...
윤.... 군적을 살피다가 어느 지점에서 눈을 멈춘다....
윤 : (나직히) 영감.....!
세욱 : (놀라 쳐다보는)
윤 : 이놈입니다...!
세욱 : (눈빛이 빛나는)
윤 : 제 직감이 맞았습니다.... 영감의 전임 수행포교였던 장기범 또한 수어청과 금위영에서 같은 시기에
근무했고...작년 가을에 이곳으로 왔습니다... 군영의 장기근무자는 두 해가 지나면 승급을 위해
다른 군영으로 옮기기 마련인데... 이 두 사람만 특이하게 승급을 포기하고 오군영이 아닌
좌포청을 희망한 것입니다...
세욱 : (입술을 질끈 문다) 이럴 수가 있나... 포도청 내에... 그것도 바로 내 휘하에....
역모의 종자를 둘씩이나 두고 있었다니....
윤 : 영감... 우리가 먼저 알았습니다!
세욱 : ...(보는)
윤 : 다시 오지 않을 기회입니다...! 장기범에게 다시 수행포교 자리를 맡기시고
역으로 정보를 흘려 보시지요..
세욱 : (이를 문다)....!
S#29. 세욱 방
세욱... 골똘히 상념에 잠겨 있는데....
장부장 : (E) 영감... 부장 장기범입니다....
세욱 : (돌아보는 눈빛이 번뜩인다) ...들어 오게....
장부장 : (문을 열고 들어와 예를 갖추며 앉는다) ...찾으셨습니까...?
세욱 : (평상시처럼) ...파자교 노름꾼 문제는 어찌 되었는가...?
장부장 : ...선량들을 등치던 일당 열세명을 잡아들여... 사건등록을 작성하고 있습니다...
세욱 : (짐짓 놀라는 듯) 움직인지 겨우 사흘인데... (웃으며) 벌써 등록을 쓰고 있다...?
(믿음직스럽게 보며)...역시 장부장답네....
장부장 : 과찬이십니다...
세욱 : ...바깥 일은 이제 그만하면 되었으니... 다시 내 옆을 지켜주게...
장부장 : 그렇치 않아도 배부장 일로 상심이 크시리라 여겼습니다......소인 성심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세욱 :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네....
S#30. 무비사 마당 (수정)
서원 앞에서 봇짐을 든 채 얘기를 듣고 있는 채옥...
달려 온 병택... 채옥을 감격한 눈으로 본다...
병택 : ...채옥아....
채옥 : (돌아 보고는 목례를 한다) ......
병택 : (앞으로 다가서서 서원에게) 가서 일 보시오...
서원 : 예? 아니, 나으리 지금 일 보고 있잖습니까...
병택 : (O/L) 허허.... 가라면 갈 것이지 뭔 말이 그리 많소...
서원 : (퉁해서 군사들을 향해) 가자...!
서원과 군사들이 사라지자...
병택 : 곧장 나를 찾으면 되는 일인데... 저깥 서원놈한테 뭐 한다고 잔소리를 듣고 있어...
저 인간 음흄한 놈이거든...앞으로는 상대하지 말고 내 말만 들으면 돼..(손목을 잡아 끌며) 가자...
S#31. 동 채옥의 방 안
조그맣지만 깨끗이 치워진 방... 도배까지 새로한 듯 하다...
병택 : (들어오며) 어서 들어와.
채옥 : (들어와 앉으면)
병택 : ...종사관 나으릴 만났다... 널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하셨어...
채옥 : ...도련님...
병택 : (입이 째진다) 오냐...
채옥 : ...다시 한번 말씀 드리지만... 더도 덜도 말고 그저 관비로만 대해 주십시오... 그게 편합니다...
병택 : 그래 알았어 알았어... 알았으니까 제발 떠난단 소리만 말어 응?
채옥 : (씁쓸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인다)
병택 : (입이 찢어진다)...포청 일보다는 편할게다.... 그저 밥이나 짓고 마당이나 쓸면 그만이야
(하다가) ....아니다... 차차 얘기하자.... 우선 좀 쉬어야지...
(일어나 나가려다 다시 몸을 돌려 채옥의 볼을 살짝 꼬집고는) ...이따 보자.. (얼른 나간다)
채옥 : (어이가 없다) ....
S#32. 방문 앞
문을 닫고는 꿈만 같은지 활짝 웃으며 나서는 병택...
병택 : (주먹을 꽉 쥐며) 앗싸아...!
S#33. 몽타쥬.
- 대궐 밀실에서 은밀히 임금을 만나 무언가를 고하는 세욱...
- 장성백, 한양 도성의 지도를 펼쳐 덕수, 각출, 수명과 무어라 이야기를 나눈다...
S#34. 한양 외곽 산 전경(밤) (추가)
S#35. 정자 (밤) (추가)
달평과 10여 명의 사내들이 모여있고....
사위가 어두워 사람의 그림자만 살풋 보일 뿐이다....
가운데는 정필준이 앉아있다....
사내1 : 조세욱이 궐을 은밀히 출입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 오가는지 짐작을 할 수가 없습니다...
대책을 세우셔야 합니다....
사내2 : 배부장이 죽고나서 움직임이 더욱 신중해진 겁니다... 이러다간 날을 잡기도 전에...
달평 :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좌포청은 이중으로 동태를 감시해왔습니다....
지금까지도 포청의 수사는 장두령과 화적패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니...
이리 먼저 흔들려서는 안됩니다...
사내1 : 대감...! 뭐라 말씀해 주십시오....
필준 : .....(잠시 생각하다가) ...그자들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깨닫는 가는 중요하지 않소....
수사에 진전이 있을수록...더 깊은 골로 빠져 들게 돼 있으니...(주위를 쏘아보며)...위험한 것은...
정작 자네들의 목을 칠 칼은... 바로 이런 경거망동한 모임에서 비롯되는 것이야...!
사내1 : 송구합니다 대감....
필준 : 다시는 나를 찾지 말게... 천년을 기다린 대계가 이루어질 날이 눈 앞에 다가왔다....
....죽은 듯이... 있으시게...!
모두가 고개를 조아린다....
S#36. 조세욱 방 (밤) (추가)
세욱 윤과 밀담을 나누고 있다....
한지에는 몇 명의 이름이 적혀 있다...
自明大君(자명대군), 姜政立(강정립), 鄭弼俊(정필준), 李益勳(이익훈), 朴寅弘(박인홍) ....그 외몇 명....
윤 : 현재 조정에서 군사적 세력을 갖출 수 있는 자들입니다....
세욱 : ....모두가 주상의 신임이 두터운 자들인데다.... 우리의 조사가 미칠 수 없는 이들일세....
게다가 어느 시일에 이 많은 수를 다 면밀히 살핀단 말인가...
윤 : ...어려운 일입니다만... 우선은 반응을 살펴 좁혀야 합니다.... 장부장은 어떻습니까....?
세욱 : ...예전처럼 여전히 과묵하더군... 오늘은 퇴청시켰네...
윤 : 이제...장부장을 움직일 방도를 생각하셔야 합니다....
세욱 : (고개를 끄덕인다) ....
S#37. 무비사 채옥 방 (밤)
채옥, 무릎에 고개를 가로 기대고 생각에 잠겨 있다...
<플래쉬백>
난희 : (똑바로 보며) 무례하고 맹랑하다 여기실지 모르지만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나으리... 소녀와 정혼해 주십시오...
<플래쉬백>
윤 : 이제 ...더 이상은.... 날 위해 살지 마라.... 난... 아가씨와 정혼할 것이다.....
<플래쉬백, 6부>
성백 : (O/L) 니가 처음 입을 열었을 때... 고맙다 했던 말도... 모두 거짓이었겠구나...
성백 : 죽어 가는 ...너를 살리고자 했던 내 마음은.... 진심이었다...
채옥, 심경이 복잡하고 괴롭다....
무릎에 기댄 고개를 젓는다....
서원 : (E 헛기침을 하며) 좀 들어가도 되겠느냐..?
채옥 : (경계하며) ... 이 밤중에 무슨 일이십니까...?
서원 : (불쑥 들어오며) ...내가 요즘...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자꾸 어깨가 쑤시고 저리는구나....
(음흉한 눈빛을 감추며)...의원도 다 문을 닫았고...이 앞을 지나다 어깨 좀 주물러 주었으면
해서 왔다..
채옥 : (어이가 없다)....서원 나으리...
서원 : (O/L,어깨를 두드리며) 어이구...늙은 게 죄지.... (등을 대며) 싫으냐...?
채옥 : (마땅찮지만) ...알겠습니다....
채옥, 고개를 모로 돌리며 천천히 주물러 주는데...
서원 : 아이고 시원하다... 네 손이 아주 약손이구나... 약손...
(하다가 슬그머니 손을 올려 채옥의 손을 잡는다)
채옥 : (놀라 와락 손을 빼며 물러난다)...무슨 짓입니까...?
서원 : (무릎 걸음으로 다가가며) ...가만 있거라.... 내 치첩살림 크게 한 귀퉁이 떼주마...
(음흉하게 팔을 뻗는데) ...요 귀여운 것...
순간, 채옥 다가오는 서원의 팔을 나꿔채 비틀어버린다...
서원, 아악-- 비명을 지르는데...
채옥 : ...아주 더럽게 늙었구나... 어깨가 쑤시고 아프다고 했느냐...
오냐...아예 그럴 일이 없도록 어깨를 뽑아주지...
채옥, 어깨를 비틀면... 우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서원의 날카로운 비명...
S#38. 좌포청 정문 (밤)
포도군사들이 화톳불을 밝히고 수직을 서고 있다...
멀리서 이를 지켜보는 채옥....
S#39. 동 담장(밤)
주위를 살피던 채옥, 아무도 보이지 않자... 잽싸게 몸을 날려 담장을 넘어간다...
S#40. 동 난희 방 + 동 밖 (밤)
촛불 아래서 책을 보고 있는 난희...
촛불이 잠시 일렁인다....
난희 : (인기척을 느끼고) ...누구냐...?
아무런 대답이 없다....
난희 : ...누구냐...?
그때, 방문 앞으로 툭 떨어지는 그림자....
옆으로 무릎을 꿇은 모습이다....
난희 : (놀라는 듯 눈치였다가 이내 채옥임을 짐작하겠다) ... 옥이냐....?
채옥 : (E) ...예....아가씨.... 채옥입니다....
난희 : (일어나며) 들어오너라.... 그렇잖아도 한번은 너를 부르려 했다....
채옥 : (E) ...열지 마십시오.... 예서 인사만 드리고 떠날 것입니다....
난희 : 떠나다니...어딜 말이냐....?
채옥 : (E) ...먼 곳입니다....
난희 : .... 나와 종사관 나으리 때문에 그러는 것이냐....?
채옥 : 아닙니다... 소녀... 누구보다 두 분이 맺어지기를 원하였습니다....
난희 : 그러지 마라... 니 마음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채옥 : (괴롭다) 아가씨... 천한 이년이 어찌 나으리께 다른 마음을 품겠습니까....
제겐... 단지 존경하고... 피붙이처럼 따랐던 분이셨을 뿐입니다... 그 마음 외에는...
난희 : (O/L)옥아.....
채옥 : ....
난희 : ....함께 살지 않겠느냐....
채옥 : (놀라) 아가씨...!
난희 : (다감하게)....투기치 않을 것이다... 은애하는 분이 상심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구나....
네게 꼭 그 말을 하고 싶었다.... 가지 말아라.....
채옥 : (뭉클해) 아가씨... 저는 ...저는 ....나으리를 한번도 마음에 품은 적이 없습니다....
...그간 천한 저를 따뜻하게 보살펴주신 은혜...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부디.... 종사관 나으리와... 해로하시길 빌겠습니다....
난희 : (E) 옥아...!
채옥의 그림자가 사라진다...
방문을 열고 나오는 난희... 아무도 없다...
S#41. 동 윤의 처소 (밤)
불꺼진 윤의 처소....
채옥 : (마음 속으로) ....도련님...
채옥, 윤의 처소를 물끄러미 보다가 큰 절을 올린다....
일어나지 않고.... 고개를 떨군 채로
S#42. 길 (밤)
봇짐을 매고 밤길을 재촉해 걷는 채옥....
S#43. 어느 주막 마당 (새벽)
방문이 열리더니 타박녀가 기지개를 펴며 밖으로 나온다...
독에 있는 물을 떠 벌컥벌컥 들이마시고는 나머지를 마당에 버리려다.... 놀라 주저앉는다...
타박녀 : 아이고매야...! 이,이게 누구시우.....
마당에 서 있는 채옥...
채옥 : 잘 지내셨소.....
타박녀 : (일어나는데 눈물이 핑 돈다) ..이,이게 지금 꿈은 아니지요.... (다가가 손을 잡는다)
채옥 : (고맙다) ....
타박녀 : (일어나며 방문을 향해) 여보... 여보..!. 어서 좀 나와봐요...!
마축지 : (옷 앞섶을 연 채 방문을 열고 나오는) 어따 뭔일인디.... 새벽부텀...
(채옥을 보고는 눈이 커진다)
채옥 : (빙그시 웃는다) 오랜 만이오...
마축지 : ...오,오매.... 이게 누구다요.. 다,다모 누님이 아니당 가라우.....
(북받쳐) 살아기셨구만이라우... 살아기셨구만이라우....
(기어코 눈물을 보이며) 우리는 누님이 저세상 가분 줄 알고....
...난중에 제삿날이나 알아올라고 그랬소....
채옥 : ...이제 괜찮소....
마축지 : (타박녀에게) 아 뭐하고 자빠져 있냐... 얼른 밥 얹고... 시암탉 잡으란 말이시....
타박녀 : (고름으로 눈가를 닦으며)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부엌으로 들어간다)
마축지 : 안으로 드십시다....
S#44. 동 방 안 (아침)
채옥, 앉으면.... 큰절을 올리려고 하는 마축지...
채옥 : (만류하며) 왜 이러시오....
마축지 : 은인이신디... 절을 올리는 것이 마당하지라우...
채옥 : 이러지 마시오.... 그만한 일을 했으니 이리 된 것이지...굳이 나 때문은 아니잖소...
그리고 난 천한 신분이오...
마축지 : 나는 그딴 건 잘 몰라라우... 받으쇼.....(기어코 절을 하면)
채옥 : (할수없이 답례한다)
마축지 : 종사관 나으리랑 모다 잘 계시지라우?
채옥 : 예.....
마축지 : 다 같이 오시지 않고라우...
채옥 : 부탁이 있어 온 것이오...
마축지 : 부탁이라우?
<시간경과>
마축지 : 그란게 시방... 장두령 잡자고... 같이 황해도로 같이 가자 그 말이오?
채옥 : (고개를 끄덕인다) ....
마축지 : 오매.... 난 못혀라우...!
채옥 : 그래서 부탁이라 하지 않소... 장두령을 유인할 낼 때까지만 도와주면 돼오...
마축지 : 고 산채서 디져불 뻔한 거 생각하먼... 아직도 오금이 다 저린당께라우...
다른 일이라믄 몰라도.... 참말로 고건 패 죽여도 못하겄소....
채옥 : 어려운 일이 아니요... 다 계책이 있소...
타박녀 : 아무래도 어려울 듯 싶습니다.... 터 잡은 지도 얼마 안됐고....
겨우 손님이라고 한 둘 들락거리고 있는데....
채옥 : 이번에는 반드시 잡을 수 있소... 보상이 있을 것이오.... 포도군사가 꿈이라 하지 않았소...
마축지 : ....아 그것이사 겪어보도 안혔을 적에 꿈이지라우....
...폼이나 잡고 도둑놈들 뒤통수나 갈기면서 허는 포졸인 중 알았제,
고렇게 목심이 왔다리갔다리허는 짓거린 줄 알았다요...
채옥 : ...다시는 이런 청 않을 것이오... (무릎을 꿇으며) 내 마지막 청이오...
마축지, 타박녀 놀라 마주본다....
S#45. 동 마당 일각
마축지 서성이며 고민한다....
마축지 : 참말로... 환장하겄네.... 이라다.... 은인 아니라 잘못허먼 웬수 되겄구먼...
다가오는 타박녀....
마축지 : 상은 들였는가...?
타박녀 : 예....
마축지 : 안되겄네... 인자서 포도시 살만하다 싶은디...
타박녀 : (O/L) 여보.
마축지 : (보면) ...
타박녀 : 다녀오시우.
마축지 : 뭐여? 당신 미쳤어?
타박녀 : 얼만 전까지만 해도... 우리 내외는 사람 아니었소.... 당신이 그랬소....
우리 애는 낳지 말자고.... 자식헌테까지 짐승같은 업을 물려주지 말자고....
헌데.... (배를 쓸며) 우리가 이제 애를 가졌어요.... (살짝 눈물이 어린다)
달포전에 애가 들어선 줄 알았다면... 애를 떼기위해 별 짓거릴 다 했을 거요...
...이제... 당신... 애기 아빠가 될 수 있어요.... 이게 다 누구 덕이우...
평생 머리카락으로 신을 삼아도 못 갚을 것이오.... 그러니.... 다녀와요...
마축지 : ...여...보....
S#46. 동 주막 앞 + 길
주막에서 멀어지는 채옥과 마축지....
마축지 자꾸 돌아보면... 타박녀, 어여 가라고 손짓을 한다....
마축지 : (코를 팽 풀며) 망할 놈의 여편네.....
S#47. 좌포청 마당
병택이 안녹사 앞에 서있다...
병택 : 정말 이쪽으로 안왔어요?
안녹사 : 야 이 놈아... 도망친 관비가 호랑이굴로 왜 들어와!
도대체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 있었던 게야!
병택 : (울상이 되어) 모르겠어요... 아침에 가보니까 없더라구요...
담장 너머에서 이 모습을 지켜 보던 윤...
안녹사 : 아이구 이런 칠칠치 못한 놈...
윤 : (담장 너머에서) 잘 보살피라... 그리 부탁을 했거늘....
안녹사 : (화들짝 놀라) 아이구 나으리......
병택 : (윤을 보고) 어떻게든 제가 찾을 것입니다... 종사관 나으리께서는 관심 끊으시지요...!
(홱 돌아서 간다)
안녹사 : (당황해) 아니... 저,저런 미친놈.. 뭐라는 거야, 지금...
(윤에게 황망해) 송구합니다요 나으리.... 송구합니다...
윤 : ...채옥이가... 괜히 그러지는 않았을 것이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보시오...
안녹사 : 아이고, 예, 예....
윤, 돌아서는데 깊은 한숨이 나온다....
S#48. 황해도 백천 관아 정문
수직을 서고 있는 군사들이 보이고...
멀리서 포도부장 복장의 마축지와 채옥이 다가온다...
S#49. 동 현감 방
현감 앞에 마주앉은 마축지와 채옥...
현감 : 한성 좌포청에서 여기까진 어인 일이오...?
축지 : (품에서 서찰을 꺼내며) 포장 영감께서 전하라는 서찰입니다....!
현감, 서찰을 보면.... 포도대장의 붉은 직인이 선명하다...
현감 : 화적 장성백 일당을 잡을 은밀한 계책이니.... 군사를 원하는대로 내어달라...?
축지 : 포도군사를 데려오면.... 쉽게 눈에 뛸 수 있어 그리 한 것입니다....
현감 : 포청 통부를 보이시오.
축지 : (허리춤에서 통부를 꺼내어 보인다)
현감 : 흐음.... 그래 군사가 얼마나 필요하시오...?
채옥 : (됐다 하는 안도감이 서린다) ....
S#50. 동 마당
나오는 채옥과 마축지....
축지 : (소리 낮춰) 하이고 간이여... 나 잘혔소...? 참말로 포도부장 같습디여...?
아따 사투리가 나와불라 해서 조마조마했어라우....
채옥 : (웃는다) ....
S#51. 인근 산 숲 속
이십여명의 군사들이 서 있고...
그 앞에 채옥과 마축지가 서 있다....
마축지 : 지금부터... 화적 놀음을 하게 될 것이다....
갑자기 술렁이는 군사들....
마축지 : 조용히 하지 못해! ...따라서 지금부턴 편의상 지방 사투리를 사용하겠다...
(조용해지면) 시방 입고있는 군복은 싸그리 벗어불고...
언놈이 봐불더라도 화적질 하는 놈들 맹키로 거시기... 옷을 갈아입어불드라고잉! 실시!
벙거지와 군복을 벗는 군사들....
S#52. 몽타쥬
- 산적들처럼 칼과 창을 들고 산길을 내려가는 군사들
고개를 넘던 행인들 놀라 왔던 길로 도망가고...
- 쌀 한 섬을 진 수레를 내어주고 재를 넘어가는 양반 일행...
- 마축지, 칼을 들고 엄포를 주면... 줄행랑치는 양반...
마축지 : (E) 겁만 주란 말이시! 그라고 허벌나게 잔인한 화적 맹키로 큰소리들을 뿡뿡 쳐불드라고!
명심할 건 말이여... 니그들이 모시는 대빵은 장성백 두령의 누이동생인 것이여!
S#53. 백천 관아 마당
현감, 불안한 표정으로 서성인다... 이방 달려오면....
현감 : 어찌 되었느냐...?
이방 : 파발을 띄웠으니.... 곧 답이 올 것입니다요...
현감 : ...조세욱 영감은 내가 의주 군영에서 모셨던 분이다...
오래 전이지만 호방한 그 분의 필치를 내 모르지 않지....
S#54. 회의실 (추가)
서찰을 건네는 세욱에게 장부장...눈을 날카롭게 굴려 세욱을 살핀다...
세욱 : (서찰을 펴 살피더니 미소가 핀다) 이.. 이 사람이 아직도 나를 잊지 않고 있었구만...
...의주 군영에 있을 때 내 수하에 있던 군관인데... 백천 현감으로 있다니... 잘 됐구만....
장부장 : 영감의 인복이십니다....
세욱 : 그래... (고개를 끄덕인다) 내 자리에서 물러나면 꼭 한번 들러 보아야지...
S#55. 좌포청 조세욱 방
세욱 : (탁자 위에 있는 서찰을 건넨다) ....
윤 : 이것이 무엇입니까?
세욱 : 백천 현감에게 보낸 내 서찰일세....
윤 : 무슨 뜻이온지....
세욱 : 나는 그런 서찰을 쓴 적이 없네.... 내 직인을 위조해... 글을 넣은 걸세....
윤 : (채옥임을 직감한다)....
세욱 : ...감히 누가... 이런 짓을 했겠는가....?
윤 : ....
세욱 : ...채옥이야...
윤 : (이를 문다) ....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