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행의 마지막 날입니다. 민박집을 나오며 이러한 말을 했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자전거 일주를 계속해서 도와주시네. 날씨도 그렇게 뜨겁지 않고.. 적당히 흐리니 얼마나 자전거 타기 좋아요?"
그리고 또 다시 신나게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정도 가다가 제주도 고유의 집을 발견해서 한컷.... 그런데 그 뒤가 문제입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천둥번개도 칩니다. 평소 죄가 많은 저로써는 상당한 두려움 속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지요. ㅋㅋㅋ 너무 굵은 비에 저희는 대피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주도 전통 가옥)
(비 오고 있는 상황... 자전거 대피 중)
한참을 기다려도 비는 그치지 않습니다. 결국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맛있는 집이 있다고 해서 아침도 먹지 않고 출발했거든요. 그런데 비 쫄딱 맞고.. 그래서 춥고 배고프고... 완전히 거지입니다. ㅋㅋㅋ 결국 어제 먹으려다 말은 컵라면 두개를 생라면으로 뽀개먹습니다. 배고프니까... 이것도 맛있네요. ㅋㅋㅋ
(우리가 맛있게 먹은 컵라면)
비 쫄딱 맞으면서 우리가 아침 겸해서 먹으려 했던 '회국수' 집인 해녀촌을 찾았습니다. 제주도에 오면 이곳을 꼭 들려야 한다는 현지인의 말에... 아침도 먹지 않고 찾아왔습니다. 그러나.... 가격이 조금 비싸고... 양도 좀 적은 듯.... 맛은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줄을 서서 먹는 집이라고 합니다.
(해녀촌 간판과 우리가 먹은 회국수와 한치국수... 참, 성게국수도 있답니다)
다행히 비가 그쳤습니다. 그래서 다시 편안한 라이딩을 계속합니다. 거의 제주시에 다 와서 제주 4.3 희생자 북촌리 원혼 위령비를 발견합니다. 그 내용을 읽어보니 기가 찹니다. 여러분도 한 번 읽어보세요.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이제 더 이상은 반복되어서는 안 될텐데요.... 잠시 기도를 바칩니다.
(위령비)
잠시 쉴 겸 해변가로 들어갔다가 조그마한 공원을 발견했습니다. 조천읍을 막 지났으니 아마도 조천읍민을 위한 곳이겠지요. 그러나 마을에서 한참 떨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이용했던 흔적도 없습니다. 그냥 있는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 공사를 한 것은 아닐까? 즉, 예산 낭비가 아닐까 라는 의구심을 버릴 수가 없네요.
(조천읍을 지나서 만난 공원)
저 멀리 제주항이 보입니다. 이제 정말로 여행의 막바지군요. 저희는 늦은 점심식사를 위해 제주항에 위치하고 있는 '똘똘이네집'을 찾아갔습니다. 어부들과 동네주민들이 찾는 곳인데... 계란말이는 써비스... 김치찌게는 멸치로 국물을 내서 너무나도 독특한 맛을 냅니다. 무엇보다도 돼지고기가 가득입니다.
(똘똘이네집. 그곳에서 먹은 김치찌게)
우리들의 모습을 봅니다. 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 똑같은 옷을 계속 입다보니... 꼬질꼬질합니다. 이제 저녁이면 비행기 타고 다시 인천으로 가야하는데... 이 모습으로는 노숙자라고 해도 맞을 것 같습니다. 목욕탕이 보입니다. 목욕 시간은 딱 40분. 빨리 분장하고 나올 것을 결정하고.. 목욕탕에 들어갔습니다. 피곤함이 풀립니다. 그리고 사람 같은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목욕탕과 목욕 후 나름 깔끔해진 빠다킹)
공항으로 떠납니다. 가는 중에 용연과 용두암을 들린 뒤 제주공항으로... 그리고 곧바로 자전거 분해... 그리고 모두 짐으로 실은 뒤... 여행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마지막 날 탄 거리는 57Km
(용연과 용두암)
여행은 제게 참 많은 선물을 건네줍니다. 그것도 미리 예상했던 선물이 아닌, 뜻밖의 선물을 가져다 줍니다. 그래서 여행을 준비하면서 설레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여행 역시 많은 선물을 받았습니다. 비록 옥의 티라고 일행 중 한 명이 다쳐서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약 260Km의 거리를 내 몸의 힘만으로 다녔다는 것(물론 자전거의 도움도 컸지만)과 사는데 그렇게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작은 것에 만족할 수 있는 넉넉한 마음도 선물로 받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살자는 굳은 다짐도 새롭게 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나온 시간들을 떠올리며... 동시에 만났던 사람들이 기억납니다. 특히 불편할 수 있는 여행 중에 만났던 사람이기에 더 애틋한 마음으로 기억되는 것 같습니다. 기억 역시도 편할 때의 기억보다 불편하고 힘들 때의 기억이 더 큰 것처럼, 우리의 삶 안에서도 편하고 쉬운 길보다는 어렵고 힘든 길을 과감하게 뚫고 지나가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요?
짧은 여행... 그래서 아쉽지만... 이 여행을 계기로 한 발 더 앞으로 나아간 것 같아서 기쁜 여행이었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짐이 적을 수록 삶이 즐거워진다는 것 다시한번 마음에 새깁니다. 어려운길을 갈때 특히, 짐을 더 줄이는 지혜가 있다면 하느님의 도우심을 실감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온전히 의탁하는 방법을 살아가면서 터득하기 위해서 주어진 시간들 기쁘게 보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신부님 여행기 너무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여행중에 만나는 돌발적인 상황도 추억될만한 즐거움이 아닐까 싶어요.. 비를 피해 있는 자전거들이 애처로운데요...
짧은 여행으로 남는 아쉬움이 다음에 다시 찾을 명분이 되어주니 더 좋을듯해요.
회국수라는 것이 있군요.. 처음 알았는데 참 시원해보여요... 생라면으로 달랜 허기가 애처럽고 위령비의 사연이 안타까운데..
늘 넉넉하고 한결같은 마음과 어렵고 힘든 길을 과감히 뚫고 지나가는 용기를.. 직접체험이 아닌 눈동냥으로 얻어가네요.
가끔 매스컴에서 현대문명과 단절된 깊은 산중 오지 사람들의 천년이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바없는 생활을 볼때면..
그 단순한 생활이 전부인줄 알면 욕심낼 것도 없는듯도해요.
목욕하고 난후 깨끗한 모습이 똘망똘망 다부져보이신데요.. 그런데 어쩐지 다른 분 같아 보여요.(?)
자전거여행은 시간맞춰야하는 별다른 교통수단 필요치않고.. 내마음대로 원하는 곳으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좋겠어요.
자신의 의지로만 만들어가는 자전거 여행.. 글쎄 저는 도보가 아닌 이상 지금은 생각하기 힘들지만...
좋은 여행기 작성하시느라 참 수고많으셨고 많이 감사드려요.... 덩달아 여행후기댓글도 마지막편이에요.(ㅋㅋ)
좋은 하루되세요....^^
신부님 모습 사진으로 처음 뵙게 되네요.....마음씨 좋은 농촌의 이장님 처럼(?) 보이네요...저도 언젠가 자전거로 제주도
일주하고 싶어 지네요..여행기 잘 보았습니다...
신부님 여행기 잘 보았습니다.
다음에 제주도 갈 기회있으면
똘똘이네 집 김치찌개 먹어봐야겠네요.
신부님! 기쁨과 행복 만땅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10월에 제주도 여행 계획이 있는데 그 중에 몇군데와 맛집들은 꼭 한 번 가 보겠습니다.
목욕 후 깔끔해진 신부님 넘 멋지시네요~~
감사드리구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용~~^^*
+평화!! 제가 만난 하느님도 살아계시고, 제가 매일 안식처 처럼 머무는 이곳 카페지기 신주님도 살아계시고... 참 좋습니다.^^ 우리의 삶의 여정 속에서 정말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시간들 내일 또 사막을 건넌다해도 그곳에 오아시스가 있어 우리는 살가 갑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여행기를 읽고 신부님의 묵상 글을 읽으며 울 빠신부님 참 겸손하시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신부님 건강하게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신부님 통해서 살아계신 하느님을 만날수 있어 오늘도 힘이 불끈^^ 저는 얼마전 'ITG한글 컴퓨터시험'를 보았습니다. 오늘 발표가 났는데요. "A등급"을 받았습니다.ㅋㅋ
포기하지 않고 꾸준함 속에서 이렇게 큰 선물를 받게되니 참 기쁨니다. 늘 주님 사랑 안에서 행복하세요.^^
즐거우셨고 ...또 고생하셨습니다.
반짝 반짝 빛나십니다.....신부님 여행기가 많이 도움이 됩니다.
고맙습니다.
제주도 여행갈 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신부님의 여행기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
살짜쿵 일탈에서 다시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한 긴장?을 하셔야하는 신부님 모습과
용연의 푸른 물이 매칭됩니다. ㅎ 빈 속에 컴 라면 뿌셔뿌셔 드시고 또 회국수 드시고...
글구 늦은 점심으로 똘똘이네 김치찌게로 불린 배? ㅎㅎㅎ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려면 또
잠시의 적응이 필요하시겠지요? 또 다른 전장터에서 올려주실 묵상글 기대합니다.
전 오늘부터 제주도를 꿈꾸며 열심히 살아야 겠어요.
사진으로 먼저 신부님을 뵙게 되네요. 다음에 한국가면 신부님 미사에 참례하고 싶습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_()_
미래를 꿈꾸어 봅니다. 지금은 열심히 살고 조금 아이가 크면 함께 여행하리라고.....
여행다녀오신기분으로`바쁘게사셔야하겠네요`부럽습니다
부럽습니다 모든것 버리고 떠날수 있는 제가 되고 싶습니다 제일 걸리는게 남편이지요 결국 제가 잘못 길들린 사랑 표현이지요 난 남편이 원하면 다 들어 주는데 남편은 잘 안들어줄까요 이것도 제 잘못이겠죠 교육을 잘 시키지 않아서요
멋진 신부님~~~ 주님 축복 많이 받으시길 기도할게요~~~
신부님 ~~넘 멋지십니다.
멋지십니다^^ 제가 직접 여행 다녀온 것 같이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