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요(GoYo) 1집 <혼자 왔습니다>
고독한 순간을 노래하다_ 고요

2010.09.02 / 열린음악
마음 속 ‘작은 새를 날개하’고 싶은, 그러나 ‘오늘은 유난히 추운’, 그의 노래들. 앨범 자켓엔 그의 음악을 대변하듯 온통 검은 표지와 함께 하얀 꽃 한 송이가 떠 있다. 그의 노래들은 이름처럼 잔잔하고 조용하고 쓸쓸하다. 그 속에는 그가 느낀 순간의 감정들이 강렬하게 녹아있다. 그 감정은 특별하지 않다. 일상적인, 그러나 또 일상적으로 쉽게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을 그는 노래한다. 순간의 먹먹함, 허무함, 슬픔, 갈망…. 그는 내면의 모습을 짙게 그려낸다. 그의 음악은 검푸른 밤바다처럼 ‘고요’하다.
첫 곡 ‘아침햇살의 따스한 기억조차 없는 이 좁은 방안의 오후’는 오후의 나른함을 잘 표현한 곡이다. 잔잔한 피아노와 드럼, 어쿠스틱 기타의 단촐한 조화는 오히려 군더더기 없어 오후만의 느낌을 잘 살려냈다. 타이틀 곡 ‘작은 새를 날개 해’는 내면 속으로 깊이 잠입하는 듯한 곡이다. 작은 새와의 자유를 갈망하는 가사처럼 피아노 역시 점진적으로 감정의 고조를 그린다. 다음 곡은 ‘그리다’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첨가되었지만 깔끔하다. “무심해지는 순간의 감정, 그 허무한 공감”이라는 가사가 먹먹하다. ‘오늘은 유난히 춥다’는 “짓누르는 텅 빈 방의 크나큰 무게감”을 연상시키는 공간감 가득한 사운드와 눈을 감아도 떠도 느껴지는 그 차가움과 쓸쓸함은 리스너까지 함께 싸늘하게 만든다. 후반부의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인상적인 ‘관계의 진실’의 바통을 이어받은 ‘쵸콜릿 나비’ 는 2분이 채 안되는 곡으로, 일렉 기타와 효과음이 섞인, 전에 비해 다소 활발한 사운드다. 가사로는 앞 곡 ‘작은 새를 날개 해’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정반대의 분위기에 놀라게 된다. ‘Untitled’는 가사가 없는 연주곡이다. 조용히 중심을 잡는 드럼을 감싸는 우주적인 사운드는 다양한 상상을 이끌어내고, 강한 여운을 남긴다. 8분가량의 긴 곡 ‘The Blue Devil’은 앨범에서 분위기의 강렬함이 가장 돋보이는 곡으로, 몽환적인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영어 가사로 된 곡으로-작은 섬에는 그와 Blue Devil만이 살고 있는데, 그들은 매일 싸우고 그는 악마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왜 자신이 아픈지 악마에게 묻는-내용이다. 어떤 내면의 존재와 계속해서 대립과 갈등을 하는 모습을 그려낸 듯하다. 곡을 듣다보면, 동양적인 환각의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곡이다. 다음 곡은 ‘회전목마, 나른한 질주’, 회전목마 속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에 곡도 나른하게 질주한다. 마지막 곡 ‘기억하나요’는 피아노와 현악기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잔잔한 사운드가 엔딩의 여운을 준다.
그가 들려주는 음악은 ‘고요’라는 한 가지 전제를 통과한다. 그는 자기만의 방으로 잠입하고, 그 곳에서 본 순간들을 박자와 멜로디 안에 녹여냈다. 듣는이조차 함께 침잠하게 만드는 고독하고 깊은 곡들. 여기에 가사의 집중도 역시 큰데, 추상적인 은유 없이 느끼는 그대로를 표현한 가사는 강렬하다. 그러나 이것은 동시에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음악 속에 담긴 각각의 감정들의 색깔은 개성적이나, 주로 쓸쓸하고 허무한 감정들이 도배하다보니 한편으로는 심심하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이 뚜렷한 감정의 나열은 그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쓸쓸하고 외로운 일기. 그래서 그는 말한다. ‘혼자 왔다’고.
글 / 안지연
2010.10.11
첫댓글 1번 트랙 제목이 특이하더라구요. '아침 햇살의 따스한 기억조차 없는 이 좁은 방안의 오후' ㅎㅎ
리뷰 잘봤습니다
^^
리뷰 잘봤어요 요즘같이 추운날 솔로인 저한테 딱어울리는 곡일듯...
고요를 검색했더니 고요한 밤이 나왔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