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국드라마를 좋아합니다.
어느날 2중 자막으로 드라마를 보던 중
이런 채팅대사를 보았습니다.
"Dad, It's me. Michael. Are you there?"
아주 짧은 문장이었지만
저는 생각했습니다.
저 정도면 엄청 쉽네! 나도 할 수 있겠다.
그날 저는 작은 목표를 세웠습니다.
"자막 안 보고 미국드라마 보기"
소박하고 조촐했습니다 하지만 즐겁게 도전할 가치가 있었습니다.
저는 영어학원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1년 전 토익점수가 급할 때 수강했던 트라이앵글 수업이
아직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당시엔 토익 점수가 너무 급한 마음에
문제를 찍어서라도 점수만 나오면 된다는 식으로 공부를 했었지만
이번엔 점수에 연연하지 않고
순수하게 영어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저는 트라이앵글 R/C 기초반 과정을 끊었습니다.
기초반 2달은 기존의 영문법을 "갖다버리는"과정이었습니다.
장수경 선생님의 수업은 카리스마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그래 이거야, 이거!"라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저는 약간의 자신감이 생겨 문제풀이에 도전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배운 내용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건 물론이고
왜 나머지는 답이 되지 않는지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예전같았으면 답만 알고 다음 문제로 넘어갔을테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확실히 왜 그게 답이고 나머지는 답이 아닌지 알고 싶었습니다.
나는 토익머신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영어를 공부하고 싶어서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날 이후로,
기초반 2달 과정을 들으면서 중급반을 함께 시작했습니다.
중급반부터 본격적으로 스터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스터디에서 너무나도 소중한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Light & salt님, 토토님...
이 두 사람은 제게 장수경 선생님 못지 않은 소중한 선생님들입니다.
저는 스터디 문제풀이에서 점수가 제일 좋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3명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예전엔 그냥 넘어가던 문제를 논리적으로 고심해 볼 수 있었고,
왜 그런 답이 나왔는지를 스스로에게 설명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하루 일과 중에서 스터디 시간이 제일 즐거웠습니다.
게시판에서 모의고사 답안을 확인하다 보니
스터디에서 고민했던 문제를 두고
똑같은 고민에 빠진 분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답답에 대해 공감하고 있던차,
나라도 답글을 달아보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구에게도 강요받지 않았지만
내가 가진 작은 지식을 공유하자는 마음가짐으로
게시판에 답글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중급반 1달 과정이 중간 정도 남은 시기였습니다.
1개의 답글을 달기 위해서
늘 네이버 사전을 띄우고, 외국 사이트를 검색했습니다.
행여 잘못된 내용을 알려드리는게 아닌가 싶어서 답글을 달고 꼼꼼히 확인했습니다.
결과는 좋았습니다. 나의 작은 행동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제게는 가장 큰 보람이었습니다.
어느새 답글을 다는 것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과가 되었습니다.
또한 제가 애매하게 알고 넘어가려던 부분을 다시 한 번 꼼꼼하게 알 수 있게되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첫 달에는 틀린문장 고치기 10문제를 풀면
2~3문제를 부분적으로 간신히 맞추었지만
2달째에 접어들면서 5~7문제를 완벽하게 맞출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바른 문장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기쁜 일이었습니다.
조금씩 문장 자체에 대해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영어로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3달째에 접어들면서
외국인 친구와 펜팔을 시작했습니다.
틀린문장 고치기가 쓰기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습니다.
표현이 어색할 수는 있지만 적어도 문법적으로 잘못된 문장은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내 표현이 이상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외국인 친구는
괜찮다, 전혀 이상하지 않다. 평소에 일에서 영어를 사용하고 있느냐라고 답해주었습니다.
그날 저는 기분이 무척 좋았습니다.
저는 아직 토익점수가 좋지 않습니다.
시험에 들어서면,
영어를 몹시 두려워 하던 시절 문장을 대충대충 읽고 답을 찍고 넘어갔었던 나쁜습관이
아직 완전하게 사라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나쁜 습관을 고쳐가고 있습니다.
누군가 제게 토익점수를 묻는다면 저는 좋지 않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하지만 영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묻는다면
"네, 저는 영어를 할 줄 안답니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이제 조금 알았기 때문에,
아직 모르는게 훨씬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예전만큼 영어가 두렵진 않습니다.
제가 사는 세상은 어제와 다를 바 없지만
요즘 저는 세상이 더 넓어진 느낌을 종종 받곤 합니다.
게시판에 답글을 달다가,
영어로 일기를 쓰다가,
외국인 친구와 메일을 주고 받다가,
영미권 사이트를 구경하다가,
그리고 거기서 어떤 글을 읽고 공감하다가...
저는 제 자신이 변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제게 트라이앵글은
하나의 우연이었고 필요에 의한 수단이었습니다.
그것은 제게 있어 사소한 선택의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제 인생에 있어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깊은 발자국을 남겨주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미드를 보면서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가끔 배우의 말을 듣고,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미소를 짓곤합니다.
언젠가 이렇게 열심히 공부했던 영어를 잊어버릴까요?
제 짧은 경험상,
"네, 아마도 저는 언젠가 모두 잊어버릴겁니다"
하지만 저는 100살 쯤 부터 잊어가고 싶습니다.
그 전까지 영어문화권을 많이 많이 접하면서
제 인생을 보다 풍요롭고 즐겁게 만들고 싶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수 많은 미국드라마를 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어느날엔가는 직접 자막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저의 작은 목표는 배움을 통해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저는 희망합니다.
저의 작고 초라하지만 또렷하게 새겨진 걸음이
제 뒤에 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제게는 우연이었고, 단순한 수단으로 시작된 트라이앵글이
그대들에게는 선택이었고, 이상적인 방법이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2007.11.28. 깊은 밤
Regia올림.
첫댓글 틀린문장 고치기 하는 날은 혈압이 치솟는 날인데 이 혈압이 안정될 때는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겠죠? ^^ 소감문 잘 봤습니다.
^^ Regia 님과 토토님이 달아주신 답글들 보면서 난 언제 저렇게 답 글을 달 수 있을까 그런생각을 하면서 많이 걱정하고 고민하고 있어요~ 이제 중급반 첫달이 거의 끝나가는데 그래도 이제는 문제를 보면 아~ 어떻게 풀지..? 이런생각은 전혀 안들게 되더라구요.. 제가 이해하는 시간이 남들보다 조금 더 걸리긴 하는데요 장 선생님 강의들으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현재는 공무원시험 준비하면서 아르바이트를 같이 하는관계로 스터디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1월부터는 스터디해보려구요^^ 너무 수고하셨구요... Regia님처럼 되도록 열심히 하렵니다^^
동안 답변 너무너무 감사 했구여...윗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regia님 홧팅 나두 홧팅..하하하하...
트라이앵글이 본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