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의 십자가 친구
성녀 소화 데레사는 그 자서전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어느 날 나는 여러 가지 중죄 때문에 사형 선고를 받은 브란지니라는 대죄인이 아직도 통회하지 않았고 영원한 벌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해서든지 이 불쌍한 이를 도와야겠다, 되돌릴 수 없는 불행한 길에서 헤매는 영혼을 도와주어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로 그를 도울 방법을 떠올렸지요. 그러다가 예수님의 무한하신 공로와 모든 성인의 공로를 빌려 도움을 청했습니다. 나는 이 청을 반드시 들어주시리라고 확신하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다른 불쌍한 영혼을 위해 기도할 생각이었으므로 용기를 얻기 위해서 이렇게 기도를 하였습니다.
'주님, 저는 주님께서 불행한 브란지니의 죄를 용서해 주시리라는 것을 확신합니다. 설령 그가 사형이 집행되기 전에 고해성사를 보지 않고 또 통회하는 표시도 보이지 않았다 하더라도 저는 주님의 무한하신 자비를 깊이 믿고 있기 때문에 주님께서 반드시 그를 용서해 주시리란 것을 의심치 않습니다. 하오나, 이 사람은 저의 첫 번째 죄인이오니 저를 위로해 주시기 위해서 그가 통회했다는 표지 하나만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
내 기도는 이루어졌습니다. 아버지는 절대로 우리에게 신문을 읽도록 해 주지 않았지만 브란지니의 기사를 보는 것이 아버지의 명령을 거스르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의 사형 집행 이튿날 급히 라 크루아 신문을 펼쳤습니다. 그랬더니 다음 기사가 나와 있었습니다.
'브란지니는 고해도 하지 않고 교수대에 올라갔으나 형리가 막 그 목숨을 끊으려고 하던 찰나 어떤 영감의 충동을 받은 것처럼 갑자기 고개를 돌려 신부가 곁에서 받들고 있던 십자가를 바라보더니 부리나케 이를 빼앗아 들고 손과 발의 거룩한 상처에 세 번 입을 맞추었다.....'
나는 이것을 읽고 깊은 감격으로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은혜에 감사드렸습니다."
- 연옥실화(정화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확인하는 곳, 연옥)
제7장. 연옥 영혼에 대한 믿음
/ 막심 퓌상 지음/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옮김 / 가톨릭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