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오웰의 책들중 세번째 읽는 책이다.
"1984" 와 "카탈로니아 찬가"에 이어 읽은 "동물농장"은 우선 123페이지라는 작은 분량과 풍자우화
소설이 지닌 재미로 인해 빠르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면서도 그당시 소련체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신랄하고도 강렬하게 꼬집고 있는 작가의 혜안에 또한번 놀랐다.
특히 이 작품은 우의적기법을 사용함으로써 그당시 시대에서 벗어나 좀더 폭넓은 의미에서 현실세계
에서의 잘못된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깨닫게 해준다.
자신들의 노동을 착취했던 존즈농장주를 쫒아내고 모든 동물들의 평등을 지향했던 '동물농장'은
어느덧 돼지들에게만 풍요와 안식을 가져다주는 '그들의 유토피아'가 된다.
다른 동물들에게는 전과 다름없는 굶주림과 노동을 요구하며 동물들의 피땀어린 결과물을 당연하다는
듯이 돼지들이 차지하는 모습은 흡사 러시아의 스탈린독재화 과정의 모습을 그대로 그려낸 듯 했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스퀼러의 계략과 세뇌교육에 의해 점차 자신들이 지향했던 목표마저 상실해버리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조차 분간하지 못하는 동물들과 공포심를 조장하여 맹목적인 복종만을 강요하는
돼지들이 끝내 자신들이 그토록 혐오하고 싫어했던 인간을 닮아가는 모습은 흉측하기 그지 없었다.
그것이 바로 작가 오웰이 보는 소련의 공산화과정이었고, 자신의 신념이었던 사회주의가 변질되고
왜곡되어 시행되는 모습을 바라봐야만 했던 조지오웰의 통렬한 비판이었던 것이다.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꿈꾸었던 1917년의 러시아혁명은 조지오웰의 소설처럼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졌다.
마지막으로 이책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그당시 인물상을 대변하기도 하는데, 존즈농장주는 니콜라스
2세에, 메이저는 마르크스에, 나폴레옹은 스탈린에, 스노볼은 트로츠키에, 스퀼러는 프라우다에
해당된다.
하지만 '동물농장'은 소비에트체제라는 한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재일반'에 대한
우의적 정치풍자소설로도 읽을 수 있으며 돼지들은 어느 시대에나 있을 수 있는 부패한 권력자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책은 우리에게 말한다. 동물농장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도 아무도 나서지
않은 이유가 몰라서 또는 어쩔 수 없다는 포기로 인해 입을 다문 모두에게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동물들은 일찍이 상상도 못했을 만큼 행복했다. 입에 넣는 먹거리는 그지없이 달콤했다.
그것은 과거 인색한 주인이 마지못해 동냥주듯 던져주던 그런 먹이가 아니라 동물들이 스스로
자신들을 위해 생산한 먹이, 진정한 그들 자신의 먹이였기 때문이다."...................29
"그것은 굶주림과 회초리에서 벗어난 동물들의 사회, 모든 동물들이 평등하고 모두가 자기 능력에
따라 일하는 사회, 메이저의 연설이 있던 그날 밤 그녀가 오리새끼들을 보호해 주었듯 강자가
약자를 보호해 주는 그런사회였다. 그런데 그 사회 대신 찾아온 것은, 아무도 자기 생각을 감히
꺼내놓지 못하고 사나운 개들이 으르렁거리며 돌아다니고 동물들이 무서운 죄를 자백한 다음
갈가리 찢겨죽는 꼴을 보아햐 하는 사회였다.".......................78
"열두 개의 화난 목소리들이 서로 맞고함질을 치고 있었고, 그 목소리들은 서로 똑 같았다. 그래, 맞아,
돼지들의 얼굴에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지 이제 알 수 있었다. 창 밖의 동물들은 돼지에게서 인간
으로, 인간에게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번갈아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