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로 방향을 잡고 국도를 달리면 의성 금성면 소재지에 닿고 여기서 우회전하는 것이 동선이건만, 동행한 님은 탑리 오층탑이 보고 싶다고 한다. 지척에 두고 스쳐가는 서글픔 보다 점심시간을 지났다고 심한 경고음을 울리는 너무도 인간적인 생리적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좌회전 신호를 받았다.
우리문화유산 답사를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입문 필수 코스이며, 대구지역 초교 학부형에게는 근처의, 목화 시배지, 경덕왕릉(?), 공룡 유적지, 사촌의 숲과 더불어 아이들 과제물의 단골 탐방지, 탑 공부하는 분들에게는 탑 발전과정 이해를 도모하는 답사의 메카가 탑리 오층탑이다.
나역시 그런저런 이유로 숱하게 들리거나 지나쳤고 글도 몇편 올렸기에 죽어도 답사기 리바이벌 불가원칙을 고수해야 되겠지만, 아직 답사기를 써본적 없는 빙산사지 오층탑만으로는 한계가 있지 않겠는가?
탑리 오층탑/천년의문님 사진
이제는 지식보다는 상식화된 이야기지만, 백제계열의 탑은 목탑에서 석탑으로 발전하였고 초기목탑의 원형을 가진 탑이, 익산 미륵사지, 왕궁리, 부여 정림사지 오층탑이다. 이에 반해 신라는 목탑에서 석탑으로 변천과정에서 전탑, 분황사 탑을 시원으로 모전석탑의 과정을 거쳤다.(물론 후대에 조성된 백제지역의 강진 월남사지 모전석탑도 있다)
탑리 오층탑이 옥개석 층급 받침은 전탑, 몸돌의 모서리, 받침 기둥, 추녀의 반전은 석탑 양식을 갖춘 형태다. 모전석탑의 특징인 1층 기단, 감실이 있고, 모서리 기둥은 배흘림이 뚜렷하다. 감실 뒷편 몸돌에는 금세기초인 일제 강점기에 왜놈 2놈 포함 8놈이 보수한 기록을 새겨 두어 울화가 치밀었는데, 동행한 님은 우리 보수 수준이 낙후함을 부끄럽게도 여기자고 갈무리 한다.
거의 모든 전탑 모전 석탑은 단층 기단이고, 백제계도 단층이며, 신라의 전형은 2기단인데 불구하고 경북 북부 지방의 신라탑은 단층 기단이 우세하다. 직지사에 옮겨온 문경 보천사의 3기의 탑, 예천 한천사 등 많이 현존하고 있어, 경북북부에 밀집한 모전석탑과 북부의 신라계 단층 기단과 어떤 공통분모는 없을까?라는 의문을 늘 가지고 있다.
빙산사지 오층탑
탑리 오일장에서 국밥으로 기갈을 면하고 빙산사지로 향하는 중 비구니 스님을 한 분 모셔드렸더니 여름에 꼭 들리시란다. 그분은 빙계계곡 입구 대흥사의 영원 스님 이시다.
빙계계곡에 관해서는 고교시절 이곳에 집안이 거주하는 동창놈으로부터 들었었다. 한여름에도 내복을 입고 생활한다는 둥, 굴을 내어 집으로 찬바람을 유입한다는 식의 이야기지만 반신반의 했었다. 최초로 들린 때가 결혼후 모여성잡지 바캉스 특집 기사를 읽고 난 후였으니 족히 20년 전의 일이다.
여름에는 번잡하기 그지없고 입구에서 입장료도 징수하지만, 텅빈 잿빛 계곡 입구에 거창한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영원스님은 빙계서원 복원 공사라고 말씀하셨지만 입지 조건을 고려 주위경관과 조화되도록 복원되기를 빌어 본다.
전문가를 비롯 많은 분들이 천편일률적으로 빙산사지 탑은 탑리 오층 탑을 모방한, 후대의 지방적 형태, 몸돌의 탱주, 옥개석 받침의 생략, 략화, 크기를 대비하며 한수 아래의 탑으로 치부하지만, 내눈엔 저자거리의 소란스러움 보다는 어떤놈들에게 망한 절 분위기로는 짱이다. 왜? 짱이냐고요? 그냥 함 다녀오세요. 무지하게 추운 날을 점지 받아서...,
혹, 빙계계곡에 바캉스 온 얼챙이 양반놈들 눈에 거슬려 망해버리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지만 "조선 태종조(1406)에 왕명에 의해서 폐찰" 되었다니 이유가 사뭇 궁금해진다.
빙계계곡 풍혈
빙산사를 폐찰시킨 태종의 아들 어진 성군(?) 세종실록에 빙계계곡이 언급되었음을 빙혈 위의 풍혈벽에 새겨두어 묘한 기분이 든다. 또한 빙혈 입구에는 빙산사지 석탑 안에 있었던 임란시 약탈당한 금동불 대좌가 취부되어 있어 슬픈 역사를 곱씹게 한다.
빙계계곡은 이제 밀양의 얼음골, 진안의 얼음골과 더불어 유명세를 치루고 있지만, 기실 빙계계곡 일대는 계곡 바위위에 비석에 새겨진 글처럼 경북팔승의 제일지라 불릴 만큼 경치가 아름다우며, 예의 빙계팔경도 없을 수가 있겠는가?
내고향 의미 찾기(한국이동통신) 자료에 의하면 여덟가지 보물은 용추, 물레방아, 바람구멍, 어진바위, 의각, 석탑, 얼음구멍, 부처막 순이라고 하며, 보물에 담긴 사연은 여기를 찾고픈 님들의 몫으로 남겨두겠다.
2005.12.26
첫댓글 탑리의 탑이군요. 어릴 때부터 탑리 탑리, 많이도 들었던 지명이거든요. 탑이 참 단아하고 예쁩니다.
탑리오층탑. 빙산사지오층탑 두곳다 저의 고향마을과가까운 곳에 있지요. 빙산사지 탑 앞에는 건물 흔적도 남아 있었는데 여름엔 피서지기도 하지요
우보하니 저의 고향이네요. 어릴때 탑리 많이 닫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