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과 생물의 보고 바다
-‘바다 생물 이름 풀이사전’(박수현 지음, 지성사)을 읽고-
나는 바다를 좋아한다. 그래서 바다의 도시인 부산에 삶의 보금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바다를 언제나 볼 수 있는 사하구 다대포에 집을 구했다. 집에서 창밖으로 보면 바다가 보이고 집을 나와 조금만 걸으면 파란 물결의 바닷가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바닷가를 걸으며 조용히 사색에 잠기면 생업의 터전인 직장에서 받은 갖가지 피로나 스트레스가 봄눈처럼 녹는다. 그런 까닭에 수시로 바닷가를 걸으며 일상의 무료함을 달래고 심신의 건강을 다진다. 바닷가 산책은 내 삶의 중요한 하나의 버릇으로 자리매김해 있다.
바다를 응시하며 국토의 3면이 바다인 나라에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고 바다와 가까이 사는 나 자신이 무척 행복하다는 생각을 한다. 바다는 지긋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유쾌하다. 먼 수평선은 내게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게 만들고 짭짤한 갯냄새는 정신을 자극해 고루한 일상을 상큼하게 바꿔준다.
바다를 좋아하다 보니 나는 바다에서 나오는 갖가지 식품을 좋아한다. 우리 집엔 항시 바다에서 나오는 음식이 밥상에 오른다. 김, 미역, 멸치, 조개, 명태, 고등어 등 바다의 식품은 우리 밥상을 언제나 풍성하게 해 준다. 그래서 늘 바다에 대한 고마움을 지니고 산다. 그야말로 바다는 생물과 자원이 많이 나오는 보물창고이고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놀이터 구실을 톡톡히 한다. 그래서 바다를 잘 지키고 가꾸어야 한다는 생각이 뇌리에 잔뜩 들어 있다.
그러던 차에 바다에 관해 좀 더 재밌고 세밀한 지식을 알게 해 준 책을 한 권 접하게 됐다. 박수현이 지은 ‘바다 생물 이름 풀이사전’이란 책이다. 이 책은 국제신문 사진부 기자인 지은이가 지난 20년 동안 1,000회 이상의 스쿠버 다이빙을 하면서 생명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각종 생물의 이름을 풀이한 책이다. 고문헌을 뒤지고 외딴 갯마을을 찾아다니면서 뭇 생명들 이름의 유래나 기원을 추적해온 자료가 망라돼 있다. 열정적인 스쿠버 다이버의 길고도 힘들었던 발자취가 이 책 한 권에 오롯이 담겨 있어 잔잔한 감동을 준다.
108개 바다 생물의 이름이 신화와 전설, 생물학적 지식, 국어학적 문헌정보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바다생물의 이름은 크게 ‘생긴 모양에서 따온 이름’, ‘생태적 특성에서 따온 이름’, ‘육지생물 이름에서 따온 이름’, ‘민담이나 전설 속에 등장하는 이름’ 등의 네 가지로 나누고 있다.
생긴 모양에서 따온 이름으로는 말미잘, 성게, 해파리, 홍어, 도화돔, 갈치, 고등어, 나폴레옹피시, 앵무고기, 나비고기, 해마, 장어, 아귀, 박쥐고기 등이 있고, 생태적 특성에서 따온 이름으로는 해삼, 쏙, 멸치, 군부, 바지락, 담치, 해면, 상어, 청소물고기, 빨판상어 등이 있으며, 육지생물 이름에서 따온 이름으로는 바다나리, 해송, 수지맨드라미, 갯강구, 갯민숭달팽이, 갯지렁이, 쥐치 등이 있다. 그리고 민담이나 전설 속에서 따온 이름으로는 도루묵, 불가사리, 히드라, 군소, 고래, 정어리, 전어, 숭어, 민어, 명태, 삼치 등이 있다.
생명의 탄생지인 바다는 그야말로 ‘풍요로운 이름의 궁전’이다. 지구 면적의 70%를 차지하면서 육지의 생물보다 훨씬 많은 여러 생명체가 그곳 바다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바다의 생물들은 우리가 학명 대신 그 정겨운 이름을 불러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수많은 바다생물 가운데 108개의 이름을 가려 뽑아 그 어원 또는 역사적 배경, 생태적 특성, 신화와 전설, 일상생활 속에서의 쓰임 등을 상세하게 풀이하고 있어 바다에 관한 재미와 상식을 풍부하게 해 준다. 어류, 연체동물, 절지동물, 자포동물, 극피동물, 포유동물, 해조류, 파충류, 기타 등 9개의 장으로 나누어 가나다의 순서대로 배열해 집에 보관하며 읽기에 좋다. 그리고 스쿠버다이버이자 사진기자인 지은이의 전문성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수중 촬영 사진이 함께 곁들여져 있어 보는 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다.
나는 지금 바다를 유감없이 즐기지만 앞으로도 바다와 함께 희로애락을 나눌 것이다. 바다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래서 바다를 청결하게 보전하고 사랑하는 일에 미력하나마 나의 힘을 보태고 싶다. 틈틈이 바닷가에 나가 쓰레기를 줍고 바다를 어지럽히는 사람을 보면 충고의 말을 건네는 일을 서슴지 않을 것이다.
한편, 영토, 영공과 함께 우리의 영해인 바다국토를 제대로 지키려고 아들을 얼마 전에 해군에 입대시켰다. 우리 주변엔 일본, 중국, 북한 등 열강들이 호시탐탐 우리의 바다를 노리고 있다. 바다를 제대로 지켜야 후손대대로 바다와 더불어 행복을 누릴 수 있기에 바다영토 수호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에 경제를 일으켜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것은 바다를 적극 활용한 선견지명 덕택이다. 바다를 통해 각종 자원과 상품이 오가고 있다. 그리고 바다생물로 허기를 면하고 식도락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바다를 보전하지 못하면 삶의 품질은 떨어지고 후진국으로 도태될 수도 있다.
바다를 즐기기만 하고 보호에 소홀하면 언젠가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온 국민이 바다를 내 몸처럼 아끼고 수호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비결은 멀리 있지 않다. 바다 생물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바다를 오염시키는 일은 삼가면 된다. 바다는 아낀 만큼 우리에게 많은 생물과 자원으로 보답하며 우리의 삶을 한층 더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 채워줄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