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훌쩍 밝아버린 잿빛 하늘을 바라보며 설원교 전에서 숲으로 들어 저항령계곡을 따라가다 황새골이 갈라지는 붉은바위에 모여앉아 안개비를 맞으며 찬 막걸리에 라면을 끓여 아침을 먹고 코스가 짧다는 말에 이런저런 산 얘기를 나누고 한껏 게으름을 피운다.
초입에서 쓰러진 나무를 넘다가 미끄러지며 전에 부러졌던 갈비뼈 부근을 또 다치고는 불안한 마음으로 수량이 많지않은 좁고 수수한 계곡을 올라가면 운무에 가려있던 세존봉이 간혹 모습을 보여주고 백두대간이 앞에 펼쳐진다.
실한 당귀들을 욕심껏 따가며 물이 사라진 가파른 복천의 너덜지대를 따라 올라가면 지능선에서 인삼 묘종들을 심는다는 선두가 움직일 때마다 사면에서 낙석이 떨어지고 쌓인 낙엽은 정강이까지 푹푹 빠져들어 긴장이 된다.
진땀을 흘리며 지능선으로 붙어 신흥사 뒷능선과 만나 암릉으로 치솟은 1103봉을 넘고 사면에서 야들야들한 곰취들을 따며 안부로 내려가 돼지고기를 굽고 김치찌개를 끓여 사방에서 달려드는 왕파리 떼를 쫓으며 마가목주와 고량주를 겯들여 든든하게 점심을 먹는다.
한동안 쉬고 구터골 쪽으로 꺽어 빽빽한 가시덤불들을 뚫고 사방에 널린 곰취들을 따다가 운좋게 봄 표고가 달린 나무도 한번 발견하고는 드넓은 너덜지대로 내려가니 내원암골이 모습을 보이고 울산바위가 앞에 멋지게 서있다.
진한 수수꽃다리들의 향을 맡으며 너덜지대가 만나는 곳으로 내려가 찬 캔맥주를 한모금씩 마시며 쉬고 계곡으로 떨어져 한여름같은 날씨에도 서늘하고 청정한 대기를 몸으로 느끼며 오른쪽의 완만한 사면 길을 한동안 타고 내려간다.
내원암 근처의 계곡에서 얼음물로 땀에 찌들은 몸을 대강 딲고 수많은 산책객들과 함께 설악동으로 내려가 없어진 편의점을 아쉬워하다 도로에 걸터앉아 남은 막갈리와 간식을 먹으며 약속했던 연락이 틀어져 내원암폭포에서 한시간이나 쉬고 있었다는 일행들을 기다린다.
첫댓글 이래저래 다치시는 분들이 ㅠㅠ 안전한 산행을 기원합니다~~
ㅎㅎ 지금은 괜찮아졌습니다. 가리봉 잘 다녀오세요.
코스도 참 이렇게도 잡는구나 생각할 정도로 기가 막히게 잡았네요.
설악의 또 다른 속살이네요.많이도 가셨네....
설악은 어디든 다 괜찮지요. 아직 갈 곳이 몇십 군데 더 있다 하던데...
갈비는 괜찮으시죠? 한나무만 발견하셨군요...난 대여섯그루 발견...ㅎㅎ
예~~ 딱 하나...그것도 아라미스님이 뭐냐고 물어봐서 반은 드리고요.^^ 갈비는 좀 아픈데 골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궁,
요새 부상이 잦으시네요
산에 다니면 다 그래요...지금까지 두번 골절...^^
설악은 힘에 부치지만 늘 가기만 하면 잘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ㅋㅋ
ㅎㅎ 그러니까 설악이지요...금강산보다 더 좋다는 사람도 있더군요.^^
조심 또 조심 하세요~
ok!
설악산 곰취는 아직 먹을만 한가 봐요.
길은 물론 없을테고 재미있는 코스 다녀 왔네요.
곰취가 아직은 부드럽더군요. 다른 분들은 봄 표고도 한봉지씩 했다고 합니다. 요즘은 어디 다니시는지 궁굼하네요.
설악은 아무때 아무 곳이나 좋아요..
저는 젤 지루한 길골에서 음지백판골
하산했어요..
곰취 구경 좀 하려고 쉬운길로 갔는데..
황철남봉 전망만 빼고 볼거도 없고
지루하기만 했습니다.
음지백판골에서 본 계곡가에 홀로
핀 꽃이 얼마나 예쁘던지..
진드기도 한마리 개시했어요..
몇년전에 연타로 물리곤 안물렸는데
방심한 사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