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의 사자성어(84)>
용두사미 (龍頭蛇尾)
용용(龍), 머리 두(頭), 용두(龍頭)라함은 ‘용의 머리’를 나타내는 말이고, 뱀 사(蛇), 꼬리 미(尾), 사미(蛇尾)라 함은 ‘뱀의 꼬리’를 뜻한다. 따라서 용두사미(龍頭蛇尾)라 함은 “용의 머리와 뱀의 꼬리”를 의미한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그럴듯 하지만, 끝부분에 가서는 보잘 것 없는 것을 말한다.
전설적인 짐승인 용은 권위와 위세를 나타내는 상징물이다. 그래서 왕이 입는 옷을 곤룡포(袞龍袍)라하고, 왕의 얼굴을 용안(龍顏)이라 한다. 벼슬길에 나가는 것을 등용문(登龍門)이라고 한다. 이에 비하여 뱀(蛇)은 생김새가 길쭉하여 누구나 꺼려하는 동물이고 또 사특(邪慝)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꺼려하는 사람 보기를 뱀 보듯이 한다는 사갈시(蛇蝎視)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제주도에 가면 용의 머리외 비슷한 바위가 있다 용두암(龍頭岩)이 그것이다. 용두암에 올라 철썩이는 바닷 물소리를 들으며 망망대해(茫茫大海)를 바라보느라면 가슴이 시원하게 뚫리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용의 머리는 웅장하고 신비한데 비하여 벰의 꼬리는 볼품없고 미미하다.
용두사미라는 말은 벽암집(碧巖集)에 나오는 말이다. 송나라 때 진존자(陳尊者)라는 목주(睦州)태생의 사람이 있었다. 그는 그곳에 있는 용흥사(龍興寺)라는 절에 살고 있었다. 그러나 뒷날 절에서 나와 각지로 돌아다니며 짚신을 삼아서 길바닥에 던져놓거나 나뭇가지에 걸어놓곤 했다. 길가는 나그네들이 필요할때 주워 신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던 중 어느날 어떤 스님을 만나 서로 말을 주고 받다가, “스님 도가 무엇입니까?“하고 물었더니, 스님이 갑자기 “에잇!”하고 호령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허허, 이거 내가 야단 맞았군“하고 생각하면서도, 재차 ”스님 도가 무엇입니까?“ 물었다. 그 스님응 또다시 ”에잇!“하고 질책을 하는 것이었다. 그 스님의 태도와 말재간은 제법 도승처럼 보였다.
그러나 진존자는 이 스님이 얼른 보기에는 그럴듯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참으로 도를 깨우치지는 못한 것 같다. 모르긴해도 한갓 용의머리에 뱀의 꼬리이기 쉬울 것 같다(似則似 是則未是 只恐龍頭蛇尾:사즉사 시즉미시 지공용두사미)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스님에게 물었다.” 스님은 에잇! 에잇!하며 호령하는 위세는 좋은데, 에잇1 소리를 외친 뒤에는 무엇으로 어떻게 그 마무리를 지을 것인가요?“
그러자 그 스님은 그만 자기의 속셈이 드러난 것을 알고,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도망갔다고 한다. 여기서 용두사미라는 말이 비롯되었다.
내년 4월에 총선이다. 출마자들은 하나같이 자기야말로 애국애족(愛國愛族)하는 애국자이라고 열변을 토한다. 그리고 거창한 공약들을 내건다. 당선되고 나서 4년 임기동안 그 공약들이 얼마나 지켜질 것인가? 용두사미가 되지않기를 바랄뿐이다.
무슨 대형사고가 터지면 그때는 뼈를 깍는 반성을 하고, 근본대비책을 강구하겠다고 큰 소리친후, 시간이 흐르면 흐지부지하는 것도 용두사미이다.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엄벌에 처하겠다고 해놓고 정작 애꿋은 실무자만 처벌하는 것도 용두사미이다.
용두사미와 비슷한 말로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이라는 말이 있다. “태산이 울려서 무엇이 나오는 가 했더니, 고작 쥐새끼 한 마리만 나오더라”하는 말이다.
해가 바뀌어 신년이 되면 금년에는 무엇을 하겠다고 결심을 하고도 정작 며칠이 가지않아 유야무야(有耶無耶)되는 경우가 많다. 작심삼일(作心三日)이고,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과 같다. 관청의 법령이 얼마 못가서 자주 바뀌는 것이 고려공사삼일의 의미이다.
용두사미하지 않으려면 시종일관(始終一貫)하고, 철두철미(徹頭徹尾)해야 한다. 그래서 조선조 숙종 때 김천택(金天澤) 선현께서는 다음과 같은 시조로 우리를 일깨워 주고 있다.
「잘 가노라 닷지(달리지) 말고 못 가노라 쉬지 말라
부디 긋지(그치지)말고 촌음(寸陰)을 아껴써라
가다가 중지 곳 하면 아니감만 못하리라」 (202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