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삼신봉(三神峰) 기행문"(123)
2011.6.22. 예당 류재호.
필자는 매번 산을 두 번 오른다. 산행하고온날은 피곤하여 일찍자고다음날 어김없이 4시면 일어나 책상앞에 앉아 회원님들과 동행하며즐겁게 산에 오르던 모습과 출발부터 귀가까지 회원님들의 얼굴이비디오를 보듯 머리에 떠오른다.
그 산에대한 역사와 문화. 전설의 옛 이야기를 비롯해 회원님들의 담소(談笑)까지 실타래를 풀듯 기억
하며 하얀 원고지 15매 정도의 네모 공간을 메운후 다시한번 추고하여 카페에 올리고나면 창문이 훤히밝아진다. 때론 힘들고 지치지만 졸필에도 늘 격려해주시는 다인 초석원(전국동호인모임) 김구환 회장
님을 비롯해 늘 즐겁고 반가운 해후를 기다리며 존경하는 많은 벗들과 우리산사랑 수요산악회 회원님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벌써1백20회를 연재했군요. 미숙한점이 많아 송구(悚懼) 스럽고 외람되지만 기회가 되면 출간하여 주위분들에게 혜존(惠存) 하기위해 더욱분발하여 좋은 글 밭을 일구도록 하겠습니다.
세월이 지나고보면 좀 어설프고 유치하게 보이겠지만 그때의 느낌과시간은 되돌릴수 없기에 기록이자 추억으로 생각하며 일기쓰듯 부담없이 기행(紀行) 하겠습니다.
오늘은 제 266차 산행으로 지리산의 삼신봉(三神峰1.354M)을 탐방키위해 우리산사랑 가족 40여명은 7시30분출발. 10시50분 청학동 주차장에 도착하니 장대비가 퍼붓고있어 앞이 안보인다. 그래도 우리는 늘푸른 댓잎이다. 정상을 가야한다 함께모여 손등을 쌓아 모으고 파이팅을 외친후 입산하여 삿갓재와 원삼신봉을 향해 오른다. 계곡 물소리는 우렁차고 빗소리만 들릴뿐 숲은 고요하다. 촉촉하게 젖은 공기가 뺨에닿는 느낌이 상큼하다. 비오는 숲은 더욱 청청하고 싱그럽다.
떡갈나무잎에서 덜어지는 물방울은 보석처럼 영롱하다. 우중산속에서드려오는 물소리.바람소리.새들의 지저귐. 모든 음향(音響)은 또하나의사파(娑婆)세계 포말들이 영겁(永劫)으로 침장하는 여린 숨결이다.
벌써 신발속은 욕조가되어 발은 5시간은 시원할것이다. 우의는 입으나마나다. 덥고 칙칙하고. 빗물과 땀으로 옷도 다젖었다. 그래도 우중속의산행은 즐겁고 오랜 추억으로 남는다. 1시간만에 원삼신봉에올라 숨을고르고 회원님들의 사기를 돋우기위해 ‘깡’으로간다 ‘악’으로간다고유격 훈련 생각하며 외쳐본다. 설악은 남성이요 지리산은 여성이라고불리듯 지리산을 오르다보면 어머니 품속같기도하고 여인의 치맛자락같은 느낌이다. 지리산의 산세(山勢)는 남한에서 면적이 제일 넓으며둘레는 8백여리(약3백20KM) 3개도(경남.전남.전북) 5개시군(구례.하동.산청.함양.남원) 16개읍면. 1백여개의 마을이 자리잡고 있으며 높이또한백두산.한라산 다음으로 높은 산이며 백두대간 끝자락에 높이 솟아오른산으로 민족의 영산이다. 1천5백M 이상되는 봉우리만도 천왕봉(1.915M)을 중심으로 제석봉.반야봉.노고단 등 12개나있어 커다란 산악군을 이루고있다. 힘겹게 내삼신봉을 거쳐 외삼신봉을 가는 능선은 정글 숲을 헤치듯물먹은 산죽 가지를 걷어올리며 가야한다. 시장기도돌며 한기마저 느낀다.
가까스로 정상에 올라 시원한 비바람을 만끽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능선마다 옅은 운무(雲霧)가 감돌고 있을뿐 시야가 안보인다. 주봉인 천왕봉도 볼수있는곳인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하산길에 집채만한 쇠통바위굴에 들어 빗물을 닦고 중식이다 먹는둥 마는둥 아직도 2시간반은 더가야하니 바쁘다.
하늘은 구멍이 뚫린듯 비는 그칠줄 모른다 해가 넘어간듯 산길은 어둡다.길도 미끄러워 조심해야한다. 바쁘고 힘들더라도 하동출신 ‘산하’ ‘지리산’을 쓴 소설가 이병주(1921-1992)선생이 흥이나면 고향 하동 노랫말을 곧잘흥얼대던 노랫가락을 기억해본다.
하동포구 팔십리에 물결이곱고/ 하동포구 팔십리에 인정이곱소/
쌍계사 종소리를 들어보면 알게요/ 개나리도 정답게 피어납니다./
삼불재를 지나 5시간만에 지옥 훈련을 끝내고 내려오니 신선(神仙)들이 살고있는 삼성궁과 청학동 마을이다. 이곳은 옛부터 전쟁. 배고품. 질병의 삼재(三災)가 없으며 물.바람의 재앙으로부터 안전한 유토피아라고 하는데 하늘도인정하시는지 이제야 비가 그쳤다. 삼성궁은 환인환웅단군 등을 모시는 신선도 수행도량. 고조선 시대의 성역이었던 소도(蘇塗:馬韓마한과 백제때에 고을마다 방울과 북을 매달은 큰 나무를 세우고 귀신에게 제사하던일)를 복원한것이다. 10만평의 골짜기에 한풀 선사가 40여년동안 쌓앗다는 돌담 탑이 늘어서있다. 1만개가 넘는 돌절구와 맷돌이 돌탑 사이에 설치미술 작품처럼끼여있다. 청학동은 한민족이 오랫동안 꿈 꿔왔던 이상향이다. 삼신봉 남쪽자락 해발 8백M 고지에 숨어있으며 갱정유도(更正儒道)의 도인들이 이곳에자리 잡으면서부터 세상에 알려졌고 강대성(1890-1954) 이창시한 신흥종교.유교를 근본으로하고. 유불선 동.서학을 아우르며 수염을 기르고 한복 갓망건 상투차림으로 생활하며 현재 어린이 들에게 예절과 한문을 가르치는서당들이 마을 곳곳에 들어서있다. 뒤풀이 하산주로 따끈한 선지국을 들으니피로가 풀린다.
회원님들 오늘 수고좀 하셨죠 많이 즐거웠습니다.
다음산행은 경기도 중원 산으로 울창한 숲 폭포 암릉 노송이 어우러진천혜의 명산으로 많은 기대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