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 측에 따르면, 사이트 이용자의 92%가 모바일로 소설을 즐긴다고 합니다. 사물인터넷(IoT)의 발달은 앞으로 웹소설 시대로 이행 속도를 가속화하리라고 이해됩니다.
장은수 : 일정 정도 그렇다고 봐야죠. 이 대목에서 우리는 웹소설이 출판 문학의 보완재냐, 대체재냐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보완재로서 성격은 낮다고 저는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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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장르소설 발전의 원동력
-앞서 웹소설과 출판 문학의 차이를 이야기했습니다. 다루는 장르부터 문법적 특성, 산업적 지향점에서 전부 차이가 드러나는군요. 이를 토대로 두 분께서는 웹소설의 성장이 출판 문학에 위협이 되리라고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웹소설 시장이 로맨스, 무협류의 장르에 집중하고, 출판사는 기존에 다루던 문학에 집중한다면 웹소설의 성장세를 출판사가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장은수 : 웹소설이 성장하면 결국 출판 문학 독자가 웹소설 시장으로 이동합니다.
웹소설 주류 장르의 문학적 수준이 출판 문학에 비해 낮은 건 사실입니다. 낮으니만큼, 웹소설은 미래 독자의 독서습관을 만드는 창구입니다. 웹소설 주요 독자가 젊은 세대임은 이미 통계로 입증되었습니다.
(조아라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체 독자의 42%가 20대였다. 30대가 21%, 40대가 14%, 10대가 12%, 50대 이상은 11%였다.)
웹소설 독자가 더 문학적 성격이 강한 출판 문학으로 넘어온다면 현 상황은 출판사에 큰 위기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범주를 잇는 사다리가 단절된 게 현실입니다. 웹소설 독자가 자연스럽게 고급 문학 독자가 되진 않습니다. 웹소설 독자 입장에서는 기성 문학의 문턱은 높기 때문입니다.
소설 소비 환경도 전혀 다릅니다. 웹소설 독자는 웹소설 사이트에서 이야기를 소비합니다. 기존 문학 소비자는 출판사와 서점을 통해 이야기를 소비합니다. 두 독자가 겹치는 지점이 없습니다.
결국, 웹소설과 고급 문학을 연결하는 매개자가 필요합니다.
미국은 인터넷 시대 이전부터 이 지점을 탄탄히 다졌습니다. 이른바 '중간문학(middlebrow literature)'이라고도 이야기되는 장르소설입니다.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갖고 있고, 대중의 흥미를 끌기 적합하면서도 문학적 가치를 지닌 작품 저변이 넓습니다. 대표적으로 스티븐 킹과 같은 장르소설의 거장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의 작품 활동을 평가하는 관련 문학상과 비평 시장도 탄탄합니다. 한국의 장르소설을 읽지 않는 이도 영미권 스릴러 작가의 작품은 줄줄 꿰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스릴러,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북유럽 장르소설 시장도 시사점을 줍니다. 이들 작품은 전자책으로도, 출판 문학으로도 잘 팔립니다. 웹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고 있죠. 세계적 미스터리 소설 강국인 일본 역시 장르소설이 탄탄합니다.
반면 한국의 중간문학 저변은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전문 작가군이 부족하고, 장르소설 웹 시장이 없습니다. 장르소설이 웹에서 자리 잡는다면 순문학까지의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가능성을 보여준다면, 출판사도 더 적극적으로 웹 시장에 뛰어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