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영은 잽과 오른스트레이트, 복부타 등으로 첫 두 라운드를 가져가며 기선을 잡았다. 그러나 3회 오필승이 본격적으로 파고들면서 전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짧은 좌우 훅을 무기 삼아 실점을 만회해 나갔고, 5회 윤인영의 체력이 바닥나자 경기는 아예 다른 것이 되어 버렸다. 오필승은 짧은 주먹을 좌우로 휘어치고 뻗어치며 역전승을 향해 넘실넘실 순항하고 있었다. 윤인영의 원투 스트레이트나 오른어퍼컷도 오필승의 항로를 바꾸기에는 그저 미약한 역풍일 따름이었다. 자주 껴안은 탓에 6회 말 감점까지 당한 윤인영은 다음 회에는 투지를 발휘했다. 그러나 마지막 회 1분 20초께, 오필승은 홍코너에서 오른훅 선제타에 이은 잇단 원투 단타를 꽂아 윤인영을 크게 흔들며 승세를 굳혔다.
아직 녹슬지 않은 기술,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체력, 그래도 끝까지 뛰어내는 정신력. 13년만에 오른 링에서 윤인영이 보여준 것들이다. 이러한 그의 전력에 정도야 어땠든 권투팬들과 오필승은 세 번 놀란 셈이었지만, 이들의 눈을 제대로 휘둥그렇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부심들의 채점이였다. 윤인영의 팀으로서도 판정 결과를 요행으로 봐야 할지 축복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했을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사실만큼은 누구에게나 분명했다. 윤인영에게 8회전은 무리였다는 것. 미들급 중견인 오필승에게서 해외 출장 전문 선수쯤의 전력만을 바란다면 그건 그에 대한 모욕이라는 것.
첫댓글 글잘썻다
초딩이 봐도 이경기 승패는 알 수 있는데!!!
세계에서 단 2명만 다른 생각을 갖고 있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