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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기 이야기-작성자 : 변승완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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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봉오리를 단 색화만 아니라면 기온은 얼지 않을 정도로 차게 유지시키면서 오전 햇빛을 충분히 받게 하는 것이 겨울철 관리의 키포인트"- 이 한 문장에 담긴 환경을 구축하기까지의 제 장편 스토리를 소개하기로 하지요. 끙~ 시간 좀 걸리겠다.
제가 송매와 대부귀와 같은 중국란을 기르던 5~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겠습니다. 당시 살고 있던 아파트는 둔촌동 주공아파트였는데 오래된 아파트라 베란다 샤시가 엉성해서 한겨울에는 베란다 바닥에 얼음이 얼 정도였기 때문에 겨울에는 난들을 모두 거실에서 길렀지요. 보통 10월 하순~11월 초에 들여놓고 봄에는 4월말경에 내놓곤 했습니다. 그 때만 해도 불과 20여분 정도의 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대로 거실의 한 귀퉁이에 놓을 수 있었는데 거실 분위기도 생기가 돌아 좋았지요. 이렇게 해도 양란이나 중국 소심란등은 꽃을 피우는데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특히 양란인 덴파레는11월에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해서 해마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꽃을 피워 한달이 넘도록 가곤 했습니다. 소심란은 기분만 맞으면 봄과 가을에 꽃을 피워 그윽한 향을선사했지요.
그런데 춘란에는 처음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큰 맘 먹고 구입한 송매와 대부귀의 꽃대가 가을에 올라와 기대에 한껏 부풀었는데 거실에서 하나 둘 말라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수태를 싸고 스프래이를 자주하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고온과습으로 썩어 뭉클어지는 것도 생겼습니다. 결국 한 대도 꽃피우지 못하고 실패하였지요.
그 다음해 봄에 회사 사무실 이전으로 구미로 이사가게 되었습니다. 구미의 형곡동에 풍림아파트란 곳에 집을 얻었는데 정남향 4층이었습니다. 금오산 기슭의 산이 거실에서 환히 내다보여 우리 어머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동양화 산수화가 필요 없는 풍치 좋은 곳이었지요. 집은 마음에 들었는데 4월달에 이사가면서 당시에 꽃대를 달고 있던 양란들이 차의 흔들림으로 모두 다 꽃망울이 떨어져 수난을 당했고 동양란들도 분채로 이동을 시키다보니 계속되는 진동에 뿌리가 상한 탓인지 여름이 오기도 전에 시름시름 노대가 나는 것이 많았지요. 또 한 여름 더위도 대구 못지 않아 연부로 몇개의 난을 잃고 또 겨울을 맞게 되었습니다.
남쪽이라 추위는 덜한 것 같고 베란다 샤시도 잘 되어 있는데다가 이곳 금오산만 하더라도 난이 난다는데 베란다에서 창문만 닫으면 문제없겠다는 판단으로 춘란은 베란다에 두었습니다. 갈대발을 한겹치고 꽃대에는 알미늄호일로 화통을 씌웠지요. 당시에 주워들은 이야기로 화색이 좋아진다고 해서 씌웠는데 사실 색화가 아닌 것은 화통을 씌우면 오히려 연록색의 꽃이 피어 오히려 관상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을 그 때는 모르고 있었지요. 무조건 꽃망울이 보이면 수태를 두르고 화통을 씌웠으니까요.
어느 일요일 낮에 한번 화통을 열어보니까 또 꽃망울이 마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화통을 일부는 벗기고 일부는 그대로 두고 관찰해보았지요. 그랬더니 화통을 씌운 것이 먼저 말라가고 이어서 화통을 씌우지 않은 것도 말라가서 2년 연속 꽃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 때의 환경을 생각해보면 겨울이라도 한 낮에는 창문을 닫은 베란다의 온도가 20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것이었습니다. 정남향의 베란다에선 발을 한 겹 치는 것으로는 햇볕으로 인한 온도의 상승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았지요. 또 알미늄호일은 열전도가 빨라 햇빛을 받는 부분은 금방 온도가 올라가게 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오히려 알미늄 호일이 더욱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일년 남짓한 구미에서의 생활을 마치고 다음해 가을에 다시 예전에 살던 둔촌동으로 이사를 오게되었습니다. 아이들이 먼저 다니던 초등학교에 다시 가고 싶어했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또 얼음이 어는 베란다가 있는 둔촌동으로 올 수 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남향 아파트의 한계를 절감한 저의 강력한 주장으로 이번에는 동향을 택하였습니다.
동향의 베란다는 난을 키우기에는 더 말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오후 12시만 지나면 직사광선이 들지 않기 때문이지요. 창의 아랫쪽에는 갈대발을 옆으로 뉘어서 세워 난대 하단의 빛을 차단하되 1/3 정도 되는 부분은 발을 2겹으로 쳐서 꽃봉오리를 단 색화 기대품을 이곳에 모아 둘 수 있도록 하였고 상단에서 베란다 천정까지의 창에는 블라인드를 설치하였습니다. 아무래도 차광효과는 갈대발보다는 좋고 또 오후에 직사광선이 들지 않을 때는 걷어올려 밝게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갈대발이 항상 쳐져 있으니까 아내가 답답해 했거든요. 아내는 당시에 유행이 불기 시작하던 Vertical 타입의 블라인드가 장식효과가 높아 선호했는데 색조가 밝은 계통들이라 차광효과가 적은 것이 걱정되었고 창문을 열어놓으면 바람에 날리기 때문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았지요.
남향의 주택에서는 Vertical의 방향을 조절하면 저녁무렵 석양의 빛을 방지할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더군요. 하지만 동향에서는 12시 이후의 빛은 고려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수평식 블라인드의 각도를 조절해 놓으면 원하는 시각 이후의 빛을 차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나는 일요일 마다 오전 중에 햇볕이 어느 정도 드는가를 보면서 달마다 블라인드의 각도를 위 아래로 조정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단점이 있다면 요사이 블라인드는 예전과 달리 아주 얇은 재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바람이 세면 양쪽 끝이 상하로 꺾이는 것이 문제이긴 합니다. 어쨌든 차광문제는 동향의 잇점과 블라인드로 해결이 되었습니다. 난대와 떨어진 곳에 있는 창에는 유리에 붙이는 반투명의 장식용 비닐을 붙여 건너편에서 들여다보이는 문제도 해결할 겸 가능한 빛을 차광하는 효과를 높이도록 하였지요.
다음에는 최고최저온도계와 습도계를 샀습니다. 본격적으로 환경에 대한 관찰을 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 해 겨울은 꽃피우기를 포기하고 베란다에 대한 환경평가 작업만 하기로 했지요. 섣불리 난을 내놓았다가 동사시킬 것이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관찰을 해 본 결과 낮 온도는 베란다 창문의 개폐를 조절하면 15도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가능했고 밤에는 베란다 창문을 모두 닫아 놓으면 외기온도와 거의 6도 정도 높은 온도가 유지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또 거실 문을 5Cm정도 열어두면 온도를 3~4도 정도 더 높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하지만 영하 10도 이하가 되는 날에는 난방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위에서 한번 언급했듯이 이곳 베란다 샤시가 엉성한 탓이지요. 또 하나의 이유는 둔촌동 주공아파트의 난방이 시원치 않다는 탓도 있지요. 관리비는 전국에서 제일 비싸고. 그 탓에 전세가는 서울에서 바닥을 헤메고 있지요. 주민대표들의 부정이 있느니 뭐니해서 올 봄엔 매스컴까지 탄 곳이니까요. 난방만 잘 되는 곳이면 서울에서도 거실문만 살짝 열어두는 것으로 겨울철 베란다에서 난을 기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거든요.
또 하나의 문제는 습도였습니다. 이제까지는 별로 문제시 삼지 않던 부분이었는데 겨울철 한 낮의 습도가 20%까지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특히 7층이라 저층에 비해서 많은 차이를 나타내는 것이지요. 나는 일단 습도계를 의심했습니다. 그래서 거실에 장식용으로 걸어 놓던 온도,습도계와 같이 놓고 비교를 해 보았습니다. 15%정도 차이가 나더군요. 내가 갖고 있는 것은 미국에서 제조된 것인데 (Spring ~라는 상표) 대부분의 자재상에 가면 흔히 보이는 모델입니다. 온도계와 습도계가 나란히 두개의 시계모양으로 붙어있는 것이지요. 서초동 자재상에 가보았는데 이와 똑같은 제품들이 가리키는 습도 값은 제각각 천차만별이었지요. 같은 곳에 있는 제품들이 적게는 5%에서 많게는 30%까지 차이를 보이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좀 비싸보이는 모델도 한 번 보았는데 이 모델이 가리키는 값도 정말 맞는 것인지 아닌지 확신이 서질 않았어요. 그래서 결국 그냥 돌아오고 말았지요.
그런데 어느날 라디오에서 현재 서울의 습도는 40%입니다라는 방송이 나오는 것이었어요. 그 때 습도계를 보니까 30%를 가리키고 있었지요. 그래서 습도계 뒷면을 뜯어보았지요. 태엽처럼 금속 띠가 말려있어 습도가 높으면 이 띠가 늘어지고 낮으면 조여져서 습도를 가리키는 형태였는데 그 가운데 드라이버를 끼울 수 있는 홈이 있었지요. 그 홈에 드라이버를 끼우고 좌우로 돌리면 앞의 바늘이 조정되게끔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이 값을 40%에 조정을 할 수 있었지요. 7층이라 방송에서 공지되는 습도보다 더 낮겠지만 10%이상의 오차는 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지요.
습도계는 제작 후에 표준습도계를 이용해서 이러한 방법으로 보정을 하도록 되어있는데 국내에서 팔리고 있는 것들은 이 보정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것들이지요. 제네바 표준기구에서 사용하는 국제 표준습도는 원래 프랑스 여자의 머리카락을 이용한 모발습도계라는군요. 프랑스 여자 머리카락은 못써도 말꼬리털이라도 이용한 모발습도계라도 구해보려고 했는데 쉽지가 않더군요. 저렴한 값으로 비교적 정확한 습도를 측정하려면 건구습구 온도계를 사용할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여기에는 건구와 습구 두 온도계의 눈금차이로 현재의 습도를 알 수 있도록 하는 표가 제공하고 있지요.
습도계를 보정할 수 있는 기회는 방송에 의존하는 것과 또 하나는 비오기 직전에 행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비가 막 떨어지기 직전의 습도는 100%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 됩니다. 일단 비가 오고 있는 상태에서는 조금 올라가지요. 그러니까 비가 한 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할 때 습도계의 눈금을 100%에 맞추면됩니다. 지금도 저는 제가 사용하고 있는 습도계를 100% 믿지는 않지만 이 값은 잘 맞는 것 같아요. 이 정도면 배양에 영향을 미칠 정도라고 생각하지는 않지요.
이렇게 보정을 한 습도계로 관찰한 결과 겨울철 베란다의 습도가 30%이하가 되는 날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꽃망울이 말랐던 것은 단지 온도에 의한 것만이 아니라 습도에 더 많이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지요. 창을 닫아 밀폐된 공간에서 햇볕으로 온도가 올라가면 습도는 급속도로 낮아지게 되어 있습니다. ( 밀폐된 공간에서 절대 수증기의 양은 변함이 없는데 기온이 올라가면 상대습도는 낮아지게 마련)
이렇게 한 겨울을 보내고 난 후 가습기와 난방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또 그 해 봄부터 자생란에 빠져들기 시작하면서 춘란의 수가 늘어나서 본격적으로 겨울 맞이를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지요. 가을철에 접어들어 일단 가습기를 구입했습니다. 베란다에서 사용하기에는 실내용 초음파식 가습기는 용량이 부족할 것 같았고 하루에도 몇번씩 물을 갈아줘야 하는데다가 물곰팡이도 만만치 않아 화란가습기를 구입했습니다. 이것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형태를 그대로 모방해서 국내에서 제작한 것인데 팬이 회전하면서 물을 가는 입자로 만들어 위로 분사시키는 로타리회전식이지요. 미국 제품에 비해서 물의 입자가 좀 굵고 또 시끄러운 것이 단점이랄 수 있지요. 어떤 이는 이것을 사다놓고는 시끄러워서 사용을 안하는 분도 있습니다. 다른 도리가 없어요. 그냥 참고 지내는 수 밖에 없지요 뭐.
이것은 옵션으로 자동 습도 조절을 할 수 있는 조절기가 있어 편리한데 이 자동습도조절기에 붙어 있는 습도센서도 내가 보정해 놓은 것과 10% 정도 차이가 있어 보정해 놓은 것을 기준으로 하여 습도를 세팅해 놓습니다. 습도가 40%이하로 떨어지지 않게 하고 있지요. 식물에게 습도의 하루 일교차는 40~80%가 좋다는 근거에서이지요. 어떤 이는 항온과 항습장치를 난에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사실은 온도와 습도가 적절한 일교차를 갖고 있어야 생체리듬이 이에 반응한다고 합니다.
이 화란 가습기는 수도와 연결해서 직접 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제 아파트의 경우에 수도시설이 없어 고민했었지요. 다행히 이 회사에서 수도꼭지를 부착한 20리터들이 물통을 팔고 있어서 물이 떨어지면 화장실로부터 연결된 호스로 물을 채우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벌써 5년째가 되어 가는데 별 문제가 없이 잘 동작하고 있는 편입니다.
이 회사에서는 대용량 초음파 가습기도 생산하고 있습니다. 수도에 직결해서 사용할 수 있고 소음이 없으며 수증기의 입자도 아주 가늘어서 좋은데 용량이 너무 큰 편이고 값도 비싼 편입니다. 원래는 공업용 또는 버섯재배 농가에서 사용하던 것이지요. 초음파 가습기를 사용시에는 여기에서 분출되는 안개형태의 물 입자가 잎에 계속 묻게 되면 물기가 마르면서 물에 용해되어 있던 미네랄이 잎에 석출되어 허옇게 분말 형태로쌓이게 되고 잎이 고사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집에서 가습기를 틀어놓을때 텔레비젼이나 가전제품에 허연 먼지 같은 분말이 묻게되는 현상과 똑 같은 것이지요.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역삼투압정수기로 정화된 순수한 물을 사용해야합니다.
좀 못마땅하긴 하지만 시끄러운 로타리식 화란 가습기로 일단 습도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다음은 난방기였습니다. 비닐 하우스에서는 보일러에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서 난방을 하는데 보통 난 진열대 아랫쪽 흙에 묻어 놓습니다. 온기가 아래에서 올라와 겨울철 뿌리벋음과 보호에 좋다고 하지요. 일반 주택에서 난실을 갖고 있는 분들도 주로 이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베란다에서 난방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는 편이었지요. 일부 사람들이 전기히터나 석유난로 또는 온풍기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조금 있었지요. 종로에 있는 한 난 상점에서 대만산의 온풍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히터와 선풍기를 결합시켜 회전하면서 골고루 온기의 바람을 불어주는 형태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은 모두 화재의 위험을 안고 있고 열기가 직접 난에 전달될 가능성이 크고 또 베란다에서 물을 사용할 때의 안전성등을 고려할 때 탐탁치 못했지요.
그래서 세운상가를 중심으로 청계천 상가를 둘러보다가 아주 적절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전기 라디에이터입니다. 모양은 예전에 학교에서 많이 사용하던 스팀 라디에이터와 똑 같이 생겼는데 전기를 꼽아 사용할 수 있게 하여 이동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지요. 이것은 속이 유체로 되어 있는데 전기를 통하면 서서히 가열되고 표면적이 넓어 복사가 용이하도록 되어 있지요. 또 완전히 밀폐되어 물이 닿아도 문제가 될 것이 없었습니다. 구미에 있을 때 회사 숙직실에 있던 것과 같은 것이었는데 여기에서 보니 전혀 새롭게 보이더군요. 용량이 다양하게 있습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선은 대개 15A용량의 것입니다. 220Volt에 15A이면 대략 3.3KW가 한계이지요. 만약 100Volt의 전원을 사용하고 있다면 1.5KW 이상의 전열기를 연결한다는 것은 위험한 것이지요.
이것을 사용하려면 설정온도 이하가 되면 켜지고 그 이상의 온도가 되면 꺼지게 되어 최저온도를 설정온도로 유지시키게 하는 자동조절기가 필수일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겨울 밤에 잠도 자지 않고 추운 베란다에서 온도계 눈금만 쳐다보고 이 라디에이터 스위치를 올렸다 내렸다 해야하니까요. 그래서 자동온도조절기를 찾아다녔는데 일반 난 자재상에서 팔고 있는 슬라이닥스들은 난방기 사용시 문제가 있는 제품들입니다. 이러한 슬라이닥스는 보통 Fan의 속도조절과 환풍기의 작동 그리고 히터등을 온도에 맞추어 작동하도록 되어 있기는 하지만 용량이 불과 1KW내외의 것이어서 3KW 용량의 난방기를 사용할 수 가 없습니다. 환풍기나 Fan 을 동작시키는 정도의 용량이 적합하지요. 사용설명서에도 이러한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청계천 세운상가에서 청계 3가방향으로 늘어선 전열기기 상가를 뒤졌지요. 여기에는 온도조절기들이 많이 있는데 주로 산업용이라 온도조절범위가 0도~수백도 짜리가 대부분이었지요. 물론 전기용량은 충분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조절 다이얼의 수치가 이처럼 수백도까지 되는 것은 정밀한 온도조절이 어렵습니다. 또 케이스는 얇은 철판을 구부려 만든 것이라 깔끔한 맛이 없고 물이라도 튀면 쉽게 스며들어 누전이 될 가능성이 높아 마음에 드는 놈을 만나기 힘들었지요. 그러다가 한 집에서 마음에 딱 드는 것을 구했는데 콤팩트한 플라스틱 케이스에 0도~50도까지 조절이 가능한 눈금이 매겨진 것이었습니다. 온도조절용 다이얼과 센서는 독일제 (EOG라고 되어 있던가 아니면 비슷한 이름)인데 2도간격으로 조절이 가능하도록 되어있지요. 또 다이얼을 오른쪽으로 돌릴 때 *딸깍*하고 나는 소리가 들리면 그것이 대기의 온도인데 온도계의 수치와 잘 일치되었고 다시 왼쪽으로 돌릴 때에도 거의 같은 부근에서 *딸깍*하는 소리가 들려 정밀도는 틀림없이 2도 이내의 제품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케이스가 플라스틱 사출물로 되어 있는 것은 대량으로 생산된 것임에 틀림없어 무슨 용도로 만든 것이냐고 물으니까 대형 수족관의 수온 조절용이라고 하더군요. 주문받아 생산하고 몇개 남은 것을 전시하고 있었다나요. 덕택에 나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용도에 꼭 맞는 것을 구하는 행운을 잡았지요. 한가지 아쉬운 것은 용량이 불분명한 것이었는데 2KW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3KW의 라디에이터에 2KW용량의 온도조절기를 연결시키면서 라디에이터에 달린 조절다이얼을 최대 세기의 70%정도 되는 위치에 고정시켰습니다. 최대 2KW이상으로는 작동하지 않도록 고정시킨 것이지요. 사실 대개의 기기들은 최대용량표시의 75%정도에서 사용하는 것이 효율도 제일 좋고 안전하다는 것을 고려할 때 3KW용량의 전열기를 2KW에서 사용하도록 한 것은 알맞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온도조절기에 연결된 센서는 조절기 박스에서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설치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센서의 위치를 어디에 놓느냐는 신중히 고려해야 합니다. 제 베란다에 있는 난대는 2단인데 아래단과 윗단의 온도는 윗단이 2~3도 정도 기온이 높습니다. 베란다 바닥과 1단과의 온도차이도 2도 이상은 될 겁니다. 나는 이 센서 위치를 1단의 위치에 두었습니다. 가장 추운 위치에 놓여 있는 난분 주위에 설치하고 여기서의 최저온도가 0도 이상이 되도록 설정하면 얼지 않는것이 확실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라디에이터의 위치가 이 센서와 가까우면 바로 복사열이 전해지므로 좋지 않습니다. 라디에이터의 위치도 난에 직접 열이 가해지지 않게 떨어진 상태에서 베란다 전체의 온도를 높일 수 있는 위치의 선정이 필요합니다.
온도조절기는 처음에는 영상 5도에 맞추어 놓았습니다. 0도 근방에 맞추어 놓았다가 몹시 추운날 용량이 부족하여 영하로 내려가게 되지나 않을까하는 노파심에서였지요. 그런데 처음 사용하던 달 전기요금이 평소보다 7만원이나 많이 나왔습니다. 아내에게 잔소리 좀 들었지요. 그런데 확실한 것은 최저온도의 눈금이 5도 이하로 내려간 적이 한번도 없다는 것이었지요. 이 정도의 용량이면 충분하다는 확신이 섰지요. 그래서 다음 달에는 온도조절기를 영상 3도에 맞추었습니다. 역시 잘 작동되었고 전기요금은 5만원 정도만 더 나왔습니다. 그래서 다음달에는 자기 전에 거실문을 5Cm정도 열고 온도조절기는 영상1도 정도에 세팅하였습니다. 라이에이터가 작동되는 시간은 극도로 줄었고 전기요금은 평소보다 2만원 정도 더 나오는데 그쳤습니다.
가습기는 주로 오전 햇빛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가동되어 간간히 켜졌다 꺼졌다하며 주로 낮동안에 작동됩니다. 밤에는 습도가 높아지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난방기가 밤에 작동되면 상대습도가 낮아져 가습기가 동시에 작동하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가습기의 설치에 있어서도 혹시 물방울이 직접 난 잎에 닿지 않도록 주의 해야합니다.
라디에이터를 설치하고 나서 난을 동사시킬 염려는 없다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한가지 있었습니다. 동향이라 오전 햇빛을 받게 되는데 겨울철 오전 9시까지의 햇빛은 직사광선을 받는 것이 좋긴 하지만 온도가 올라가는 것이 문제입니다. 꽃봉오리를 단 색화만 아니라면 기온은 차게 유지시키면서 햇빛을 충분히 받게 하는 것이 겨울철 관리의 키포인트인데 말입니다. 또 온도를 낮추기 위해 창문을 열면 습도가 떨어지고 안열자니 통풍이 안되는 딜렘마에 빠지게됩니다. 그래서 베란다의 구조를 고려하여 가습기 근처의 창문은 닫고 먼쪽의 창문을 여닫는 방법을 썼지요. 난대는 가습기 쪽에 가깝게 있지요. 또 난실 바닥 쪽에는 가정용 선풍기가 15분 간격으로 조정되는 timer에 의해 베란다 내에서의 통풍을 돕도록 하되 난 잎에는 직접 바람이 닿지 않도록 위치를 고정시켜 놓았지요
그런데 일일히 온도를 보고 창문을 적절히 여닫는 일은 대단히 신경이 쓰이는 일입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집사람의 내조 없이는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었지요. 집사람은 난에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내게는 관심이 있어) 고맙게도 정성스럽게 이것을 관리해 주었는데 난 때문에 마음 놓고 외출도 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어쨌든 그렇게 그해 겨울이 지나고 다음해 봄에 대부귀와 송매가 한껏 꽃봉오리를 터뜨려 춘란의 그윽한 향을 선사해주었습니다. 거실문을 열고 베란다에 들어서면 이 향기에 도원경을 헤메는 것 같았지요. 실로 구입한 지 6년 만의 결실이었어요. 특히 우리집 대부귀는 세력이 왕성해서 매년 꽃대가 계속말라 비틀어져 꽃대를 뽑아내면 다른 쪽에서 또 꽃대가 올라오고 또 뽑으면 또 올라오는 줄기찬 생명력을 보였는데 이 해에는 처음에 올라온 꽃망울을 그대로 피웠지요. 꽃대 하나는 쌍두화까지 피웠습니다. 다른 춘란의 경우도 개화시키지 못한 꽃대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가습기는 늦가을에서 초봄까지만 사용하고 있는데 습도가 적절히 유지되면 난 잎에 윤기가 돌아 관상미가 한층 돋보입니다.
작년 가을에 오랫동안 생각해오던 방법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베란다 한 쪽 끝의 창문을 열고 두꺼운 베니아 합판으로 막아 이 합판의 윗쪽에 환풍기 두개를 달아놓는 일이었지요. 그리고 이 환풍기의 전원 코넥터를 자재가게에서 파는 자동 슬라이닥스에 연결하였지요. 자동슬라이닥스에는 보통 최고온도와 최저온도 셋팅장치가 있습니다. 최고온도로 설정해 놓은 온도보다 높은 기온이면 최대속도로 작동하고 최저온도로 셋팅해 놓은 온도보다 낮은 기온이면 정지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사이의 온도가 되면 사용자가 임의로 셋팅한 속도로 환풍기가 작동되도록 되어있습니다.
환풍기는 내부공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가도록 하였습니다. 외부공기가 들어오도록 하면 온도가 급격히 낮아지므로 난에 해롭기 때문이지요. 베란다 공기중에 데워진 공기가 위로 올라가기 마련이고 이 공기를 윗쪽에서 빨아내면 샤시의 어느 틈새로인가 외기가 자연스럽게 들어오기 마련입니다. 이 장치의 최고온도를 영상 10도로 하고 최저온도를 0도에 셋팅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의 온도에서는 환풍기가 최대속도의 50%의 속도로 작동하도록 하였지요..
이 장치를 하고 베란다의 모든 창문을 닫은 채로 며칠 가동해본 결과 낮기온은 10도 이상이 되는 경우가 없고 난방기에 의해 0도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으며 가습기로 최저습도 40% 이상이 유지되고 선풍기와 환풍기에 의해 통풍이 해결되는 거의 자동시스템을 구축하게 된 것이지요. 전체 소용비용을 산출해보면 가습기+물통=20만원, 환풍기+슬라이닥스=13만원 그리고 난방기+온도조절기=20만원, 선풍기용 Timer 일만오천원해서 55만원 정도의 경비가 들어간 셈입니다. 경비야 어쨌든 저희 집사람은 난으로부터의 속박에서 해방이 된 것을 기뻐했습니다. 이 덕택에 작년 봄 아름다운 주홍화의 발색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치는 작년 겨울의 이상 기온을 대처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외기온도가 설정온도보다 높은 경우에는 환풍기가 아무리 작동해도 외기 온도 이하로 내려가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냉방을 하기 전에는 방법이 없지요. 이러한 포근한 날씨에는 차라리 문을 모두 열어 놓는 편이 낫습니다. 창문을 닫고 환풍기를 열심히 돌려야 전기료만 나가니까요. 작년 봄 색화발색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매우 어려웠지요. 전시회에서도 발색이 잘 된 것은 극히 드물었어요. 선천성으로 아주 발색이 잘 되는 종자만이 제 색을 냈을 뿐이니까요. (그러고 보면 주진수님 주금화는 올 봄에 색이 더 잘 들어갔다니 분명 Ace인 것 같아! 분양받으신 분들 횡재하신겁니다!)
겨울철 휴면관리에 대한 보충-작성자 : 변승완 (swanbyun@samsung.co.kr)
춘란의 겨울철 휴면관리에 대해 자세한 사항에 관한 질문이 있어 보충합니다.
첫째는 채광입니다. 흔히 "겨울에는 춥고 어둡게 관리한다"라고 하는 것을 그대로 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색화가 기대되는 품종에 한한 것입니다. 화예품으로 색화가 아닌 것은 어둡게 관리할 필요가 없습니다. 색화가 아닌 춘란들은 겨울철 오전에는 직사광선을 충분히 받도록하는 것이 오히려 좋습니다. 이 때 주의해야할 사항은 온도의 상승입니다. 바깥 날씨가 춥다고 문을 닫은 상태에서 빛을 쐬면 베란다의 온도가 상승하여 휴면온도 (낮 기온 최대15도 이하, 가능하면 10도 이하)를 웃돌게 되므로 기온을 잘 관찰하여 통풍이 되도록해야합니다. 난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창을 조금 열어 온도를 조절해야되지요. 물론 영하의 기온이 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합니다. 집사람의 보조가 없이는 무척 어려운 일이지요. 한겨울에 며칠간 집을 비울 때는 차라리 창문을 닫고 완전 차광을 하여 낮의 온도 상승을 막는 것이 좋습니다.
색화의 경우는 어둡게하여 발색을 돕습니다. 2중 난대에서 기른다면 자연히 어둡고 기온이 낮은 아랫단에 위치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베란다에서 겨울에 온도를 재어보면 바닥면과 조금 높은 곳의 온도 차이가 의외로 크다는 사실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바닥에서 천장까지는 최소한 3~4도 이상의 차이가 납니다. 색화가 아닌 소심이나 백복륜화 또는 황복륜화등은 캡처리를 하지 않고 그냥 밝은 곳에서 일반 춘란과 같이 관리해도 됩니다. 소심의 경우 녹색이 더욱 진해져서 오히려 보기가 좋습니다. 물론 햇빛이 비치고 있는 곳은 국부적으로 습도도 낮아지기 때문에 습도가 50% 이하로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꽃대가 마르지 않습니다.
다음은 밤 온도인데 산지에서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더라도 웬만해서는 얼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는 지상부위는 영하가 되더라도 뿌리만 영하로 내려가지 않으면 충분히 견딘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집에서 기를 때는 난 분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난 분의 온도도 기온과 같은 온도가 된다고 생각해야합니다. 그래서 영하로 내려가지 않도록 주의해야합니다. 그렇지만 일이십분간 영하의 기온이 된다고 물이 얼지는 않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영하의 온도가 된 것에 걱정을 할 필요는 없지요. 아침 나절에 관수를 할 때는 어느 정도 문을 열어 통풍을 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겨울철 관수간격에 주의를 해야하는데 전에 제가 올린 글(16번 난의 물주기 요령)을 참조하면 실수가 없을 것입니다. 제 경우에는 베란다에서 요즈음은 5~6일만에 한 번씩 관수를 하는데 곧 일주일 간격 그리고 1월이나 2월에는 2주~3주에 한 번으로 충분할 정도로 물이 마르는 것이 더딥니다. 온도를 낮게 관리할 수록 이 간격이 길어지게 마련입니다. 관수간격은 이렇게 길어지더라도 습도는 50%이하가 되지 않도록 가습기를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파트의 경우 고층일수록 습도가 낮아진다는 것을 주의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