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예천 테마맛집정보]먼길 떠나는 이의 든든한 요깃거리 돼지막창순대 이야기
안동댐을 지나온 낙동강, 태백산에서 발원한 내성천, 죽월산의 금천. 이 세 물줄기는 경북 예천군 풍양면에서 만난다. 예로부터 사람들은 이곳을 ‘삼강’이라 불렀는데, 일제강점기 때 이곳에는 부산에서 올라온 소금 배와 쌀을 실은 미곡선이 모여들었고, 여기저기서 흥정하는 상인들로 항상 북적거렸다. 장이 서는 날이면 하루에도 나룻배가 30여 차례 넘게 강 이쪽과 저쪽을 오갔을 정도였다고.
삼강나루터와 가까운 용궁면에는 4와 9가 들어가는 날에 용궁장이 섰는데, 이때 즐겨 먹던 음식이 바로 순대다. 특히 이곳에선 동네 아낙들이 도톰하게 만들어 파는 돼지 막창순대가 인기였단다. 돼지 창자에는 얇은 소창과 두툼한 대창, 중간 두께의 막창이 있는데, 막창은 껍질이 도톰하면서도 부드러워 안에 내용물을 많이 넣어도 씹는 데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다.
소금으로 주물러 씻어 하룻밤 물에 담가놓은 돼지 막창에 찹쌀밥, 숙주, 양파, 당면, 부추, 깻잎, 대파, 선지 등을 채워 넣어 폭 삶은 다음에 머리고기와 함께 내면, 강을 건너 먼 길을 떠나는 사람들 속을 든든하게 채우는 데 좋은 요깃거리가 되었다. 이런 용궁장의 순대는 속이 꽉 차고 푸짐하기로 유명해 이 지역주민들은 집안에 큰 행사가 있을 때면 일부러 장터까지 나와 순대를 사 가곤 했단다. 요즘도 용궁면 순댓집에서 만드는 순대는 돼지 막창 안에 16가지 정도의 내용물을 넣어 일반 순대보다 훨씬 속이 꽉 차 있고, 쫄깃한 막창과 차진 순대 속이 알맞게 조화를 이루며 씹히는 맛이 좋다. 이곳 사람들은 특이하게도 순대를 석쇠에 구운 매콤한 오징어 불고기와 함께 먹는데, 담백한 순대와 매콤한 오징어의 환상 궁합이 기가 막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