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나이는 너무 길어서 보통사람의 상상을 넘어선다. 그러므로 지구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말에는 시간의 개념이 결여되어 있는 듯한 인상을 풍기기도 한다. 또한 그 대화 속에는 `대(代)'와 `기(紀)'라는 말이 붙은 이름들이 자주 나오는데 이 이름들은 곧 생물역사의 진정한 기록을 나타내는 것들이다.
46억년이라는 태양계의 방사성을 띤 암석 덩어리에서 시작된 지구는 약 40억년 전에 물이 생기기 시작하여 생물이 살 수 있는 상태로 바뀌었으며, 약 37억5천만년 전 드디어 핵이 없는 세포 즉 원핵생물로 알려진 단순한 생명체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생물계는 `무질서'에서 `질서'로 향하며, 생물체는 점진적이고 계속적으로 더 복잡한 형태의 생물들로 지구상에 나타나게 된다. 이들은 약 18억년 전 유전물질을 핵속에 갖는 진핵생물로, 엽록체를 갖는 분화된 기관으로, 다세포 생물로, 5억3천만년 전에는 무척추동물에서 척추동물로, 양서류와 파충류에서 포유류로, 그리고 마침내 약 500만전 전 인류인 호모사피엔스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런 생물상의 변화에 기본을 두고 시간을 접목시켜 지층을 구분한 표가 지질연대표이다. 지층은 크게 화석이 잘 나타나지 않는 아주 오래된 지층인 선 캄브리아기층(지구 탄생부터 약 5억3천만년까지)과 화석이 많이 산출되는 고생대(5억3천만~2억2500만년 전), 중생대(2억2500만~6500만년 전), 신생대(6500만년 전~현재) 층으로 나뉜다. 이들 시대의 차이는 새로운 창조의 물결에 의한 결과이다. 고생대말 바다생물의 대절멸 사건과 고생대말 육상을 지배했던 포유류형 파충류의 멸망, 그 이후 약 1억4천만년 동안 육상을 지배한 공룡의 절멸, 그리고 신생대에 들어서며 포유류가 공룡의 뒤를 이어 육지의 지배적인 척추동물이 된 사건이 그것이다. 물론 이들 생물의 변화와 더불어 환경의 변화, 지각판의 변화 등은 지구상에 항상 일어나고 있으며 미래를 향한 변화를 예측케 하고 있다.
이렇게 복잡하고 긴 지구역사를 쉽게 이해하기 위하여 1년의 달력에 비교하면, 1월1일 0시에 지구가 탄생했다면 원핵생물의 첫 등장은 3월31일, 녹조류의 출현은 5월, 고생대 바다생물의 출현(고생대의 시작)은 11월21일, 최초의 공룡 출현(중생대)은 12월14일, 최초의 포유류 출현(신생대)은 12월18일, 최초의 영장류 등장은 12월27일로 볼 수 있다. 이어 직립 원인은 12월31일 오후 4시16분에, 오후 8시께에는 인간이 도구를 사용한 기록이 있다. 단군의 개국은 12월31일 밤 11시59분에 이루어졌으며 그후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인류의 역사는 지구의 역사에 비해 얼마나 짧은 시간에 이루어졌나를 실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