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의 도덕경 강의 중에서 / 김기태
樂與餌, 過客止. 道之出口, 淡乎其無味.
아름다운 음악과 맛있는 음식은
지나가는 나그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만,
도라는 것은 밋밋하여 아무런 맛이 없다.
보아도 족히 볼 만한 것이 없고,
들어도 족히 들을 만한 것이 없으나,
아무리 써도 다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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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깨닫기만 하면 힘들었던 그동안의 모든 삶을
한꺼번에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나를 비웃겠지만, 지혜로운 자는 알리라.”라는
임제 선사의 말씀처럼, 도란 그냥 이대로,
이대로가 도 아님이 없었습니다.
깨달아야 할 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들끓는 번뇌 그대로가 보리(菩提)요, 중생 이대로가 부처이기 때문입니다.
‘깨달음’이라는 것도 본래 없습니다. 그냥 이대로일 뿐인 것을요.
우리는 지금 이대로 이미 깨달아 있습니다.
그렇기에, 매 순간 있는 그대로 존재하며 그냥 살면 되어요.
이것이 바로 존재의 진실한 모습 즉 실상(實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고, 그렇게 살지도 않아요.
도무지 이런 말들을 믿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초라하고 볼품없고 마음에 들지 않는 것
투성이인 자신이 어떻게 부처일 수 있느냐고,
허둥대는 이 모습이 너무 못나 보여서
그러면서 스스로 ‘그 자리’를 황급히 떠나버리지요.
조금 전까지 딛고 서 있던 그 진리의 자리를 말입니다.
한 순간만이라도 그 발걸음을 멈추어 보십시오.
자유는 자유의 모양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거부하지 않고 저항하지 않으며
다만 받아들여 그 속에 있어 보십시오.
자유를 찾고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고 하지 말고,
다만 지금 여기에 존재해 보십시오.
그 부족 속에, 그 허둥댐 속에, 그 번뇌 속에 말입니다.
단 한 순간도 나를 떠난 적이 없었다는 것을…….
- 김기태 선생님의 서울강의 중에서
출처: 무진장 - 행운의 집 원문보기 글쓴이: 유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