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我)’라는 것이 무너져야 한다. / 대원 큰스님

[寶山]

‘나(我)’라는 것이 무너져야 한다. / 대원 큰스님

중생이 가진 나라는 것이 무너져야 한다(無我).

예전에 어느 공부하는 거사한테

"양잿물 먹고 죽어라" 했더니 그만 안 와 버린다.

그까짓 놈의 자존심 가지고 뭘 하겠다는 건가?

그걸로 생사자재가 되나? 대통령, 재벌, 학자가 되나 뭐가 되나?

아무짝도 쓰잘데 없는 자존심, 나라는 걸 가지고...

한신(韓信)이는 여자가 가랑이 밑으로 기어가라고 하니 기어갔다.

그래서 한신은 영웅이고 대인이라 한다. 소인은 그렇게 못한다.

조선시대, 황진이가 서경덕과 지족선사를 유혹했다는 일화가 있다.

유학자들은 지족선사는 황진이의 유혹에 넘어간 걸로 폄하하고,

서경덕은 유혹에 넘어가지 않아서 대단하다고 하지만 그게 아니다.

지족선사는 황진이가 시키는대로

홀랑 벗고 황진이를 업고 동네 마을에 다녔다.

명예와 도덕을 생각하는 서경덕은 그렇게 하질 못한다.

초연히 벗어난 대인만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방하착(放下着)을 하기 어렵지만, ‘나’는 아닌 줄 알아야 한다.

보이지 않는 속에 수미산 보다 큰 것(我相)이 자리 잡고 있어서,

다른 이야기(法問)가 들어가지를 않는 것이다.

(171210 학산 대원 스님 소참)

출처: 학림사 오등선원 지대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