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서 산행기 안쓰나, 잊어쁘렸나’
‘바빠서’.
대전으로 내려온 지 벌써 6년이 흘렀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조용히 지내지 못하는 탓에 귀향하여 농사 짓고 시민대학에 다니며 여러가지를 배우며 시간을 보냈다. 지난 학기부터는 50여년 전에 마치지 못한 학업을 끝내기 위해 학교에 다니는 중이다. 수업시간 중에 전화기의 진동을 느끼고 확인해보니 산악대장 친구의 카톡 메시지와 질문에 대한 답이다.
“이번 산행기는 친구가 써야하겠네”
대모산역에서 만난 산악대장 친구의 엄명이다.
“글쎄”
정말 산행기를 써야하나? 그동안 글쓰기 대신 동영상을 만드는데 집중하다보니 글과는 거리가 멀어졌는데…
친구의 말이 이젠 산행기를 써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어렵단다. 그렇다면 산행기를 쓰게하는 촉매제로 그동안 써놓은 산행기를 카페에 담아 놓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정리하고 책으로 엮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11월 홍콩 해안 트레킹 설명회가 있어 대모산 산행에 참석하려고 SRT를 예약하려니 2주전에 이미 매진되었다. 용산으로 오는 KTX를 이용하다 보니 집합시간보다 약간 늦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열차가 지연되어 예상보다 더 늦게 되었다. 늦게 도착한 나를 기다려준 친구의 엄명과 뒤풀이 때 산행기를 쓰라고 발표를 하는 바람에 꼼짝없이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대모산역에 도착하여 친구를 만나 산행을 시작하였다. 등산로에는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헬기장이 있는 능선에 올라서야 우리 일행을 만날 수 있었다. 정겹고 반가운 동문들이다. 보고픈 많은 친구와 동문이 보이지 않는다.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위해 참석하지 못한 동문, 다른 일이 있어 사정상 건너뛴 동문, 건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동문들이 있다고 한다.
조금 더 진행하여 대모산 정상에서 정상주를 마시며 시간을 잠시 보내고 하산이다.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어렵지 않게 수서역 방향으로 하산할 수 있었다. 맨발 걷기가 유행이라서 그런지 대모산역 입구로 내려오는데 신발을 벗어 놓은 것이 보인다. 신발을 신은 사람은 외지인이고 맨발은 근처 사람이라는 데 그럴듯하다.
몸은 비록 대전에 있지만 수도권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탓에 안테나는 항상 서울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산행은 여건이 허락하면 참석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해외 산행도 참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청원산악회의 관심이 많이 간다. 우리 산악회는 수도권으로 진입하는 후배가 없어지는 구조적 문제가 있어 후배기수들의 참여가 저조하다. 따라서 산악회 회원의 감소가 걱정된다. 하기야 산행에 참석하여 산행기를 써서 수상한 막내가 환갑 진갑이 지났으니 우리 산악회는 초고령 산악회가 된 셈아닌가.
또한 산악회를 이끌고 갈 집행부의 구성이 문제될 듯하다. 집행부의 구성은 거꾸로 타는 보일러처럼 위로 올라가거나 다시 위에서 시작하여 후배 기수로 내려오거나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아야 할 듯하다. 회원 증원 보다는 내실있는 산악회 운영을 하고 회비 소진을 위해 먹거리도 풍부하게 하고 해외 여행도 지원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일인 듯하다.
수서역 근처의 이조복집에서 뒤풀이를 마쳤다. 뒤풀이 후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용산역을 거쳐 집으로 귀가하니 하루가 금방이다.
2024. 9. 7.
동영상을 보는 법
유투브에서 '안병국의 추억만들기'를 검색하시면 동영상이 있습니다.
첫댓글 병국 형님^ 프로 수준급인 각종 동영상 제작 실력만 있는줄 알았는데^ 대모산 산행기를 보니 글쓰는 솜씨도 대단 하십니다^ 행복하게 즐감 하였네라^ 수고 많이 하셨고, 늦은 열공에 열렬한 박수를 보냅니다 ~~~
부탁하는것도 어렵지만 선뜻 받아주니 이것이 우리 해파랑동지구나? 생각드네, 고맙고 아직 녹슬지 않은 필체 잘 다듬어 보세..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뵈어 감사인사드립니다
매월 안전산행하시고 추석명절 가족모두 건강과행복이 함게하시길 기원드립니다
멀리 대전에서 오시는 것만 해도 고마운데 이렇게 멋진 산행기까지 남겨주시니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즐거운 추석명절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