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26.
부패와 발효
커피 가루를 어디에다 버리지. 좋은 빛과 바람에 보슬보슬하게 말리기는 하지만 늘 그 이후가 문제다. ‘냄새 먹는 하마’ 대용으로 집 안 구석구석에 넣어 둔다마는 쉴 새 없이 나오는 커피 가루를 말리기만 하고 있다. 질소, 인, 칼륨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어 친환경 비료로 활용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접한다. 그러나 정작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른다.
화분이나 밭에 뿌리라고 한다. 화초나 농작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소를 제공하면서 토양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된다니 매우 유용해 보인다. 커피 가루와 음식 찌꺼기를 함께 섞어두면 커피의 질소 성분이 발효를 촉진하여 지력을 높여주는 퇴비가 된다고 했다. 비닐봉지에 과일 껍질이나 채소 찌꺼기를 커피 가루와 층층이 쌓아 며칠을 기다렸다. 아무리 봐도 퇴비가 되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텃밭에 뿌리고 땅을 뒤집었다. 퇴비가 되었을까?
퇴비는 흙이 먹는 밥이다. 작물의 건강한 성장을 돕는 흙은 유기물이 풍부한 퇴비에서 힘을 얻는다. 음식 찌꺼기와 커피 가루가 잘 발효되어 흙이 좋아하는 밥이 되었으면 한다. 발효(醱酵)의 사전적 의미는 효모나 세균 따위의 미생물이 지닌 효소의 작용으로 유기물이 분해되어 알코올류, 유기산류, 탄산가스 따위가 발생하는 작용이라 한다. 답답하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알 수가 없다. 그러한지 아닌지를 말이다.
부패인지도 모르겠다. 노란색에 가까운 미색의 곰팡이가 피어 있는 땅은 내가 커피 가루를 묻은 곳이다. 부패(腐敗)는 유기물이 미생물에 의하여 불완전 분해를 하여 악취가 나고 유독성 물질이 생기는 과정이라고 백과사전에 적혀있다. 땅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아봤으나 구분이 어렵다. 내 커피 가루는 발효하여 퇴비가 되었는지 부패하여 땅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인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왜냐하면 미생물이나 유기물의 분해를 눈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김치의 발효가 퇴비의 생성과 흡사하다. 소금의 농도를 조절해 배추를 절이는 과정은 수분 조절에 있다. 수분이 너무 많거나 적으면 제대로 된 발효가 안 된다. 고춧가루, 마늘, 생강의 기본양념 재료에 젓갈을 넣는 것이 우리나라 김치의 표본이다. 젓갈은 김치를 발효시키는 촉매제가 된다. 젓갈은 김치의 맛을 좋게 하고 숙성을 통해 유익한 미생물을 증식하는 효과가 있다. 젓갈 없이 소금만으로도 자연 발효는 일어난다. 잘 익은 김치는 유익한 효모균과 젖산균이 증식하지만, 반대로 미흡한 발효와 숙성이 잘 안되면 부패균이 증식할 수도 있다.
퇴비는 발효를 거쳐야 가능하다. 커피 가루와 음식 찌꺼기는 발효되어야 퇴비가 될 수 있다. 부패한 음식물이 퇴비가 되지는 않는다. 발효와 부패의 구분을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가.
첫댓글 ㅋㅋㅋ 냄새을 맡아봐도 안되고
그냥 좋은쪽으로 발효라고 생각하자
내 코에 문제가 있는가? 아마 여전히 발효와 부패의 구분이 안되는 상황일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