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생애 최고의 날이었다.
어젯 저녁 봉주인님께서 두바퀴에 바람을 빵빵하게 채워주고 헤드라잇트 충전만탕을 두개씩이나 챙기시길래 봉주인님 맘 변했나 생각했다.
그랬는데 오늘새벽 5시반부터 날리부르스다."깜딱이야. 어델가려고 꼭두새벽부터 설치십니까? 봉쥔님"
평택 고속버스 터미널로 날 끌고 가더니 넓직하고 호젓한 고속버스 아랫깐에 나를 싣는게 아닌가.."고속뻐스에 몸을 맏기다니 왠 호강일까..평택 주변의 뜨거운 통복천 길만 델꼬 댕기더니 갑자기 고속뻐스를 태우고 어데로 간단말인가..혹시 날 팔려는 수작이신가? 싫~~어! 앙~~가! 내려줘~" "봉주인님 잘 할께여. 제발 같이 있어 주세요...ㅠㅠㅠ"
깜깜한 공간속에서 한참 시간이 지났을까 덜컹하며 문이 스르르 위로 올라가며 눈에 들어오는 곳이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이 아니던가.
"우~와! 난생처음 서울 구경왔네. 대단하구만..." 미지의 세계로 빠져들어 감상할 시간도없이 우리 봉주인님은 바로 나를 추껴 세우더니 이젠 지하철로 손잡고 가시다가, 때론 어깨에 들춰 맸다가, 이쪽 저쪽 왔다리 갔다리, 오르락 내리락하시더니, 어라~아 상봉역 플랫폼 맨앞칸 승차 할곳에 나를 세워놓으신다.
"높게 솟은 저게 아파트가 맞을텐데. 평택 아파트보다는 역시 높고만...설이니깐...흐~고개아프"
우리 봉주인님이 편의점에서 센드위치와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잠시 있었는데 저쪽에서 썩 괜찮아 보이는 깜우팅팅한 녀석을 끌고 와서 때규니 아자씨가 우리 봉주인님과 반가움의 악수를 나누신다.
"나보다 잘 생기고 탄탄해 보이는 쪼깐 값이 더 나가보이는 녀석인듸...으~흠! 격이 있어 보이네..."
때규니 아자씨가 우리 봉주인님에게 나를 만지작거리며 흘겨 보더니 "요즘은 검정색이 칼라 대세야"라고 하시며 나의 하얀 모습에 씁씁한 입모양을 비치며 이젠 바꿔보라고 말씀하신다....
"뭔 말이다요! 세상천지 내가 원해서 하얗게 태어난남요? 색깔공방 논하지 마시라고요.이래뵈도 아직은 살아있고만요..두바퀴 탄탄하고만요.."
큰소리는 쳤지만 나의 촌티나는 모습보단 훨씬 저 까망놈이 스마트하고 가볍고 귀티나보인다....에이씨~~하며 춘천 가는 전철에 올랐는데 아쁠싸, 여긴 까망넘들이 손목에 밴드도 하고 대여섯넘이 올라타있느게 아니던가..
"어~메! 기죽어!"
그저 눈만 차창 넘어 스쳐지나가는 바깥 세상에 고정시키고 파랗게 흐르는 강물줄기에 넋을 잃어 흔들흔들 도착한 역이 강촌이란 곳.
어..그란듸 옆에 까망놈도 함께 따라내리네. 쪼깐 기분이 껄쩍지근하지만 우리 봉주인님이 알아서 모실테니 봉주인님께 몸을 맡기고 떠나보자꾸나 다짐했다.
야~홋! 봉주인님 덕분에 신나게 호숫길을 달려본다. 우리가 늘 달리던 평택호 주변 땡볕이 내리쬐는 뚝방길과는 차원이 다른 강원도 호반의 도시 춘천의 의암호 잔찻길이제이...
달려가는 잔찻길 길가로 나무들이 간간이 또는 듬성듬성, 어느곳에선 빼곡히 서있어 그늘을 만들어 주니 쉼의 장소를 제공해주는 최상의 롸딩길이다..별천지의 잔차여행길이라고 감히 큰소리 칠만하고만..
"봉주인님! 감사하고만요. 이런 세상도 귀경 시켜주시고요"
호숫가 물위로 모터 보트에 수상스키를 즐기는 아가씨의 뒷모습은 여지없는 영화속에서 여배우가 나타나는 우아한 물놀이 모습 그대로 였다. "아~후!"
호숫가에 눈길을 빼앗기고 달려오다보니 경찰충혼탑 공원에 접어들었다. 아름들이 느티나무 그늘아래 묘령의 아가씨가 다소곳이 앉아서 나를 쳐다보는듯 했는데 우리 봉주인님이 아가씨옆에 살그머니 앉더니 다정스럽게 어깨를 감싸고 보듬어 앉는다..."쥔장~ 아니되옵니다. 싸모님이 집에서...."
그런데 까망이와 함께 달려온 때규니 아자씨는 느티나무 아래서 피어오른 능소화만 카메라에 연신 담느라 분주하시다.
"저 꽃속에 필히 사연이 있으신게 분명혀. 감성 풍부한 때규 아자씨! 싸랑해요"
그렇게 한숨을 돌리고 다시 물길따라 내 두 바퀴따라 패달에 힘을 주어 달린다...
신매대교.
찰랑거리는 물가 옆에서 사진도 찍고 때앗볕 피해서 나무그늘아래서 목도 축이고우리봉주인님 살그머니 데이또도 즐기고혀서 다리건너 이름난 이디오피아 집 커피숍에서 인증샷, 소양강처녀상에서도 인증샷 찍다보니 먼길은 아니지만 어찌어찌하여 남춘천역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다시 전철 타고 돌아갈 남춘천역으로 계속 고고 Let's go!
살살 허기가 느껴지고 닭갈비, 막국수 간판이 눈에 자꾸 뜨이는게 봉주인님이 식당 찾아 삼만리구만.
닭갈비는 더워서 패쓰, 막국수 둘에 션한 맥주 두병요.
최고여! 최고여! 땀 흠뻑 흘리고 마시는 막국수의 냉육수가 그렇게 시원하고 맛날수가 없단다.---봉주인 왈---
눈깜짝할세 뚝딱 한그릇씩 비워버렸으니 이젠 돌아가야할 시간.
남춘천역으로 올라가서 봉주인님이 냉커피 한잔을 내 안장에 올려 주신다.
오~잉! 잘됐다.까망이 녀석두 옆에 있으니 같이 목축이자고 슬쩍 기대볼까...
"까망이 시원한 커피 마실려?" 한발 빼는듯 하더니 좋다고 응수하며 다가서 기댄다.
봉주인님도 오시고 때규니 아자씨도 옷갈아 입고 돌아오시고 전철 플랫폼으로 봉주인님 어깨에 들춰 올려지고 계단을 올라와 전철 앞칸으로 몸을 싣고 상봉역으로 되돌아 간다.
우째 아침시간보다 까망녀,까망놈들이때거지로 몰려들 기대고 뻣팅겨 있다. 건장하고 늘씬한 까망것들....
난 봉주인님만 꼭 붙들어 이리저리 흔들리며 차창가로 스쳐 지나가는 강가의 아름다움에 눈맞추고 춘천에서 추억들을 한장씩 되세겨 담으며 아름다운 호반의 도시 춘천을 기억할것이라 다짐한다.
봉주인님과 때규니아자씨는 걍 헤어짐이 아쉬워 상봉역에서 내려 수육에 쑈주 각 일병 반씩 나누고 안녕하신다.
빠이빠이! 고맙다. 태균아^^; 복받을껴^^;
봉주인님이 기분이 억수로 업되셨나보다.. 집으로 가야하는데 어딜 또 가시려고 옥수역행 열차를 타고 계신가...
아~하! 금호동 숭이친구님 만나러 가시는구나! 우정을 나누는 친구님!
잘했쓔~봉주인님!
패리카나에서 환대를 받고 어둡기전에강남 고속버스터미널로가야하니 서둘러 일어납시다.
"금호역까징 나에게 몸을 맡기시와요"
봉주인님! 출발 평택집으로!!
강남고속버스 터미널 도착...
아! 이번 내려가는 버스엔 벌써 누군가 누워있다.
양팔이 구부러지고 날씬한 까망녀가 먼저 내 자릴 차지하고 있는게 아닌가.. 이런 낭패가 있나..
어찌 낯모르는까망녀와 내가 깜깜한 공간에 어떻게 함께 몸을 비데며 가야할찌.. 어~허 낭패롤쎄.
고민하는 사이 덜커덩 문이 또 스르륵 위로 올라 가더니 봉주인님이 내리라고 날 끌어 땡기시는데 ""봉주인님 미워"
아뭏튼 어둔밤 평택시내를 눈에 불을 켜고 달려 달려 도착한 나의 구석 공간.. 내자리에 무사히 도착했다.
봉의 두바퀴는 멋지고 넓은 세상 구경 잘했다는 얘기..
"봉주인님! 또 부탁혀요....
달리니까 청춘이다-----경춘국도 잔차 가드레일에 붙은 문귀 잘 봤죠^^;
2018년 7월 15일 일요일 의암호에서 춘천으로 잔찻길여행기
봉의 두바퀴가....
첫댓글 우와,, 부럽고도 부럽소이다.
이 더위에 잔차여행을 다니시다니 대단한 체력입니다.
잔차들이 잘 모르고 있는 것 하나 알려드리자면,, 제놈들은 흰옷이 예쁘네 검은 옷이 예쁘네 젠체하지만 기실 사람들이 감탄하는 건 누구를 모시고 가는가 하는거. 봉주인님을 모시고 다닌 하양이는 춘천가도의 최고의 스타였다는,,,
ㅋㅋ 멋진 인생, 멋진 봉주인 경봉이.
삼복더위에 멋진 여행 했구려.
글 읽으며 묘령의 아가씨가 누굴까 자못 궁금했더니 사진을 보고나서야 껄껄껄 웃음만 터졌다는...
가끔씩 까페에 좋은 소식과 글 띄워주시길 앙망하외다.
담엔 나도 데려가 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