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삼거리 흥! 능수야 버들은 흥! 제 멋에 겨워서 휘늘어졌구나 흥! 에루화 에루화 흥! 성화가 났구나 흥~♬
- 흥타령, 천안삼거리
예로부터 교통의 요지로 유명한 천안. 흥타령 소리에 절로 흥겹고, 도로를 따라 심어진 능수버들나무가 바람에 흔들거리는 천안삼거리는 오래 전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떠나는 남도의 선비들이 부푼 꿈을 안고 지났던, 또한 수많은 장사치들이 오고 갔던 곳이다.
이처럼 천안은 철도뿐만 아니라 도로교통상으로도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으며, 재미있고 유익한 관광지와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튀거나 화려하지 않고 말랑말랑 흐물흐물하게 착한 천안은 자신이 가진 것만큼 여행지로써 사람들에게 사랑을 못 받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전철을 타고 1시간 반이면 휘잉~ 도착하는 서울의 근교로 변신해 버린 천안으로 떠나기로 했다.
흥흥!
수도권 전철 개통으로 충청남도에 위치한 천안은 이제 편리한 교통 덕분에 서울의 근교여행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남지역을 전철을 타고 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기하면서도 편리한 일인지.
게다가 2시간 반이나 걸리는 완행열차가 아닌 용산과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급행열차를 타면 1시간 30분도 걸리지 않아 서울 내에서 이동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더라. 인천에 거주하는 본 기자에게는 이 여행이 굉장히 짧게 느껴질 정도 였다.
단, 급행열차는 한시간에 한 대정도밖에 없어 이를 놓치게 되면 다음차를 기다리든지 완행을 타든지에 상관없이 한시간을 버리게 된다. 시간표를 반드시 확인하고 가야 불필요한 시간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천안행 급행열차> 아침시간에는 용산역발 08:56, 10:03, 11:35, 서울역발 07:14 열차가 있다.
매일 타고 다니는 같은 전철인데, 창밖으로 보이는 연두빛의 어여쁜 논과 밭들은 기분을 묘하게 만든다.
평소에 보는 창밖의 빡빡한 도시의 모습이 아닌 논밭을 구경하다보면 어느새 1시간 24분이 훌쩍 지나고, 천안역에 도착한다.
일반 기차를 타는 곳을 지나 동부광장으로 나오면 광장 왼쪽 편으로 관광안내소가 있는데 이곳에서는 관광지와 지도가 있는 작은 팜플렛을 받을 수 있으며, 주요 관광지로 가는 버스 노선이 입구의 문에 붙어있다. 사전에 여행정보를 조사 했더라도 유용한 정보가 많이 있으니 꼭 챙기고 출발하자.
버스정류장에 있는 원기둥을 돌리면 천안시내 모든 버스노선을 볼 수 있어, 다음 목적지와의 연계까지 계획할 수 있다.
천안의 시내버스는 체계가 잘 되어있어 차 없고 돈 없는 뚜벅이족들에게 더없이 좋은 여행지다.
시내버스 정류장 마다 모든 버스노선과 경유지 종착지까지 자세하게 써있으며, 각 버스마다 경유지, 종착지, 이번정류장, 다음정류장,소요시간이 LED화면에 표시되며 뿐만 방송까지 나와 천안을 처음찾는 여행자도 눈을 똑바로 뜨고, 귀를 쫑긋 세우기만 하면 매우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다.
단, 천안역과 버스터미널 주변은 마치 서울의 중심가처럼 번화하지만 관광지는 주로 외곽지역에 위치해 있는지라, 이용할 수 있는 버스의 수가 적고 버스의 배차 간격 또한 크기 때문에 편리한 대중교통만 믿고 여행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면 큰 낭패를 볼지도 모른다.
게다가 천안은 서울보다 커서 한번에 다 보려는 욕심을 부리면 하나도 제대로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서울에서 아침에 출발해 전철과 버스를 타고 걸어서 다닐 하루 나들이객은 가고 싶은 곳을 2군데 정도만 뽑아 여유롭게 천천히 여행할 것을 추천한다.
위의 지도는 천안역을 중심으로 버스의 방향만을 선택하고, 관광안내소에서 받은 지도와 각 버스정류장에 설치되어 있는 버스노선 안내도를 보고 원하는 목적지로 향하는 버스를 찾으면 된다.
각 버스의 출입문 옆에는 종착지와 경유지가 LED창에 뜨기 때문에 잘못 타게 될 일이 전혀 없어 서울에서도 맨날 버스 잘못타는 어리 버리한 사람도 문제없이 이용할 수 있으며, 버스비는 현금 1,100원으로 카드는 '마이비'라는 천안교통카드와 국민카드만 사용가능, 1,050원으로 버스간에 환승할인 된다.
시에서 운영하는 시티투어를 위한 '천안순환 관광버스' 가 화,목,토,일요일 코스로 나누어져 있을 정도로 다양한 관광지를 가지고 있는 천안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 산/사찰 광덕산,태조산,성거상,봉서상,마망산,흑성산,각원사,광덕사,광명사,성불사,은석사,만일사
- 명소/유적지 독립기념관, 유관순열사유적지,망향의 동산,천흥사지,박문수묘,봉선홍경사사적갈비,위례산성,문암저수지,용연저수지,노은정,우정박물관,상록리조트
- 공원/농원/휴양림 천안삼거리,태조산공원,남산공원,천동관광농원,유성관광농원,광덕산관광농원,동산식물원 태학산자연휴양림,자연누리성
등등등. 천안에는 가볼 만한 곳이 너무 많아서 어디로 가야할지 결정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차가 없는 뚜벅이 족이라면 천안역을 기점으로 소요시간이 40분이 넘지 않는 곳으로 2~3군데 정도 가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해야만 아침에 서울에서 출발하고, 다시 저녁 8시쯤 서울로 돌아가는 여유로운 하루여행을 즐길 수 있다.
천안역에 도착하면 곳곳에서 천안의 가장 유명한 특산품인 호두과자점을 볼 수 있는데, 천안에 있는 광덕사가 원나라 때 우리나라 최초로 호두나무가 심어진 곳으로, 그 일대에 호두나무가 많았고 1934년 처음 호두과자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천안역을 등지고 오른쪽으로 100M쯤 가면 '학화 할머니 호도과자' 라고 촌스러운 가게가 있는데 이곳이 바로 호두과자의 원조다.
이곳의 호두과자는 역시 원조답게 서울에서 맛보는 그저 달기만 한 호두과자랑 다르게 달면서도 텁텁하지 않은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앙금재료인 팥은 그 향미가 매우 독특한데 여러번 거피하여 곱게 앙금을 내어 만들기 때문에 그 색이 붉지 않고 노란 빛을 난다. 30개가 들어있는 작은 박스가 5,000원으로 여행 중에 주전부리로 먹기에 딱 좋으니 한 박스사서 가방에 넣고 야금야금 꺼내어 먹는 재미를 즐겨보자.
천안역에서 건너편의 버스정류장에 24번 버스를 타면 종착지인 각원사 좌불상역에 도착한다. 각원사 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데, 양 옆으로 보이는 정겨운 논과 밭들 덕분에 그 길이 심심하지 않다. 다만, 올라갈수록 양옆으로 늘어선 음식점들 때문에, 그 분위기가 망쳐지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본인은 참 운도 없지, 혼자서 취재를 가면 꼭 비가 온다. 파란 하늘에 구름이 뭉게뭉게 떠다니는 멋진 풍경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지만, 천안역에서는 찔끔 찔끔 내리던 각원사에 다다르니 천둥,번개가 치는 폭풍우 수준으로 변해버렸다. (사진이 예쁘지 않아 슬프고, 옷과 신발이 젖어 억울하고, 천둥에 비바람에 무서웠다.)
각원사를 오르는 길에 있는 작은 호수. 비가 오니 운치는 있었지만, 길에 아무도 없는 게 마치 공포체험 같다.
저멀리 보이는 각원사의 모습. 산 속에 폭 파묻힌 모습이 참 예쁘다.
사실 이번 뚜르드맨발은 걷기 싫어하는 사람은 절대가면 안되는 여행이다. 물론 대중교통이 편리해서 여행하기에 좋지만, 정거장에서 목적지까지 가는데는 적어도 걸어서 10분에서 20분씩은 걸리기 때문이다. 이 점을 꼭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편안한 신발과 많이 여유로운 마음을 갖는 것도 필요하다. '호두과자를 왕창 먹고도 여행하며, 걸으며 살이 빠져 좋구나~' 라고 생각해보자.
비오는 산사의 대웅전.
각원사는 1977년에 세워진 것으로 그 역사가 오래되진 않았지만 남북통일의 기원사찰로 빼어난 산수와 함께 동양최대의 아미타여래청동좌불로 더욱 유명한 곳으로 경주 불국사 이래로 가장 큰 사찰이다.
비와 안개 속에 폭 파묻힌 산사의 모습은 한없이 경건하기만 하다. 날씨가 청명한 날에는 맑고 푸른 하늘과 어우러져 또 다른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할테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산사에서는 종교에 상관없이 곳곳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것이 한없이 많다.
연꽃봉우리를 따라 흐르는 물도 마시고, 동전을 던져 소원도 빌어보자~
대웅전 모습 #1 건물을 따라 자세히 둘러보자. 마치 불교 미술관에 온 느낌이 든다.
대웅전 모습 #2
비가 너무 많이 오거나 혹은 너무 덥다면, 마루에 앉아 산사의 풍경을 바라보거나 조용히 법당에 앉아 쉬어보자. 걷다 쉬다를 반복해야 걷는 재미, 쉬는 재미를 다 알 수 있는 법이다.
본인 역시 비가 너무 많이 와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잠시 작은 법당에 앉아 있었는데, 그 분위기와 향내음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무언가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어 잠시 후 비가 그친 후에 힘을 내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 여러분도 반드시 쉬어가며 여행하기를.
부처님의 불상이 아닌 아주 조그만 목각들이 줄지어 있던 작은 법당.
마루에 앉아 바라본 처마 밑의 풍경
연꽃을 품은 물은 법당의 처마의 끝을 비추고 있다.
대웅전과 그 근방을 돌아봤다면, 이제는 아미타여래청동대좌불을 보러 갈 차례다. 대웅전 왼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5분정도 오르면 동양에서 가장 크다는 좌불상을 볼 수 있는데, 그 길의 끝에서 불상의 뒷머리만 보고 그 크기에 놀라 '헉' 하면서 뒷걸음을 치고 말았다.
실제로 산사를 향해 오르고, 또 오솔길을 따라 언덕을 향해 올라야만 사진에서는 표현되지 않는 그 숨막힘을 느낄 수 있다.
그 뒷모습, 옷주름의 디테일, 색감 모두가 신비롭고 아름답다. 특히 보일 듯 안보일 듯한 에스라인.
정면에서 본 좌불상
안개 낀 태조산을 뒤로한 좌불상은 비를 맞아서 그런지 더욱 푸른 빛을 내뿜는다.
부처님 진신사리와 팔만대장경을 복장한 이 좌불상은 높이가 14.5m 둘레 30.3m 귀 1.75m 손톱길이 무려 30cm이며 무게는 60 톤으로 태조산 주봉을 뒤로하고 서향을 바라보고 있으며 자비로운 미소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돌로 가득한 땅에서 유독 불상 근처에만 예쁜 꽃들이 아기자기하게 피어있다.
각원사에서 내려오는 길에 있는 불교용품점과 음식점. 기념품을 사거나, 도토리묵에 동동주를 먹을 수 있다.
각원사에서 다시 24번 버스를 타고 천안버스터미널로 나온다. 각원사에서 20분 거리일 뿐인데 버스터미널역은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한 듯 서울의 중심지처럼 번화하다.
터미널 역 바로 옆에는 아라리오 갤러리가 있는데, 서울에서도 보기 어려운 세계각국 유명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으니 시간이 넉넉하다면 버스를 갈아타기 전에 한번 들려보거나 내부로 들어가지 않아도 외부에도 많은 전시품이 있으니 슬슬 둘러보는 것도 좋다.
아라리오 갤러리는 외관에도 특이한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버스터미널에서 400번버스를 타고 종점인 병천에서 내리자. 병천의 옛이름 아우내 장터는 유관순열사가 만세를 외쳤던 역사적 장소보다 병천순대로 더 유명 할 정도로 수십 곳의 순대집이 있다.
병천순대는 소창에 당면과 배추, 양배추 등의 야채를 넣어 만든 야채순대로 대창을 쓰는 아바이 순대와 다르게 돼지 누린내가 덜 난다고 한다.
병천순대골목
청결한 위생상태를 자랑하는 충남집의 오픈 키친. 만들고, 삶고, 자르고 하는 모든 모습을 공개한다.
담백하고 쫄깃쫄깃한 맛의 병천순대
순대국: 5,000원 순대 한접시: 8,000원
병천순대를 맛있게 먹었다면, 배부른 배를 소화도 시킬 겸 슬슬 걸어서 유관순 열사 사적지에 가자. 다리를 건너고 논길을 따라 걸어 20분 정도 걸리는데 순대골목에서 이곳으로 가는 버스는 없다. 역시 주변으로 보이는 논과 밭을 구경하며 가자. 도시에 사는 우리에게는 논과 밭과 잡초도 좋은 구경거리가 되니 말이다.
유관순열사 사적지 가는 길. 솔직히 참 멀다...
1902년 충남천안의 병천면에서 태어나 이화학당을 다니다가 3.1운동이 일어나자 학생단 시위애 참여하여 '대한독립만세' 를 부르고 고향으로 돌아와서 아우내 장터에서 독립만세 운동을 하다가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되어 모진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순국한 유관순 열사의 정신을 후세에 길이 전하기 위해 1969년 열사의 고향인 아우내에 추모각을 건립했다.
사적지 안에는 봉화대, 추모각, 초혼묘, 생가, 아우내 실내체육관, 유관순열사 기념관, 동상, 기념공원, 열사의 거리 등이 있다.
사적지 내 공원에 있는 유관순 열사의 동상
추모각의 모습
추모각 내부의 유관순 열사 영정. 향을 피우고 묵념을 할 수 있다.
유관순열사 기념관에서는 이화학당 시절의 사진,서대문 형무소 기록표 등 열사 생전의 생생한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초혼묘, 봉화대는 산을 따라 0.2~0.5 km 걸어야 하고, 유관순열사의 생가는 추모각에서 1.3km정도 걸어야 하기 때문에 차 없이 가는 것은 조금 멀다. 시간이 많거나 걸음 빠르다면 시도해 보도록.
관람시간: 09:00~18:00 (동절기 9:00~17:00 30분전 입장) 관람료: 무료(365일 개방) 문의:041.564.1223 |
자, 마지막으로 유관순열사 사적지에서 다시 병천순대 골목으로 걸어나와 버스정류장이라 이름 지어진 슈퍼 앞에서 400번 버스를 타고 천안역으로 되돌아 가면 대중교통을 이용한 하루동안의 천안여행은 끝이 난다.
적은 돈을 들여 전철타고 버스를 타고, 이렇게 귀한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 천안 말고 또 어디 있을까?
많고 많은 천안의 관광지 중에 몇 군데밖에 둘러보지 못해 안타깝다면 다음 번 천안여행에는 다른 코스를 계획하자. 천안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서울의 근교가 아니던가.
다음 라텍스 카페는 유로 라텍스에서 운영하는 태국산 천연 라텍스침대 매트리스, 베개 등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 할 수 있는 정보 제공 카페입니다. - 다음 라텍스 카페 가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