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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갑중의 얼굴에 웃음기가 떠올랐다.
“오늘 저녁에 이번에 영입된 이준만 사장과 저녁 약속을 해 놓았습니다.”
이준만은 관리통으로 갑중이 공을 들여 영입해온 인물이다. 조철봉의 오성상사는 수십개의 사업체로 규모가 커졌지만 아직 총괄하는 부서가 없다. 상사 기조실에서 대충 관리는 했는데 이번에 김재석이 한랜드 업무를 맡는 바람에 공석이 되었다. 그래서 오성상사는 총괄기조실장으로 제일그룹 기조실 전무 출신인 이준만을 영입해온 것이다.
“좋아, 그럼 너하고 셋이냐?”
조철봉이 묻자 갑중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예, 그런데 장소는 ‘성진’으로 했습니다만.”
이것이 요점이다. ‘성진’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고급 룸살롱이 될 것이다. 회원들만 받는데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아서 국무총리도 되돌아 갔다는 믿거나 말거나 통신의 보도도 있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갑중이 말을 이었다.
“예약도 해 놓았습니다. 일류 애들로 셋을 준비 시킨다고 했는데요.”
요즘은 매매춘 금지 법안이 통과되어 공공연하게 이차는 못나간다. 그러나 그런다고 그 아까운 기회를 남녀 양측이 다 놓치겠는가? 방법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조철봉이 아직도 입을 열지 않았으므로 갑중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지난번에 조철봉은 이준만과의 저녁겸 술자리를 멋진곳으로 예약해 놓으라고 했던 것이다. 조철봉에 대해서는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해온 갑중이다. ‘성진’만큼 조철봉의 수준과 기호에 딱 맞는곳이 어디 있겠는가? 그때 조철봉이 입을 열었다.
“‘영원’으로 가자.”
“예? ‘영원’ 말씀입니까?”
갑중이 저도 모르게 한번 복창을 하고 나서야 정신이 났다. 온몸에 솜털이 잠깐 일어섰다가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영원’은 나이트클럽인 것이다. 그러나 10여개의 VIP용 룸이 있어서 그곳에서는 룸살롱처럼 손님을 모신다. 손님의 질은 고급이지만 뜨내기도 많다. 뜨내기가 벅적거려야 장사가 잘 된다고 하니까. 룸에는 손님을 단골 위주로 유치하는데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룸살롱 술값이상으로 받는다. 그렇다면 아가씨가 끝내주는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나이트클럽 아가씨는 룸살롱 보다 수준이 좀 처진다. 간혹 얼짱이 있기도 하지만 예외없는 경우가 없는 세상이니까. 그러면 뭐가 중심이냐? 뭐가 요점이냐고 묻는다면 ‘영원’의 웨이터 입장에서는 자신있게 ‘부킹’이라고 말할 것이다. 부킹이라도 그냥 부킹이 아니다. 선남선녀의 부킹은 쌔고 쌨다. 상류층 유부남 유부녀의 부킹이다. 그러면 상류층 기준에 대해서 잠깐 웨이터의 해설을 옮긴다면 지적, 물적, 육체적 수준이 삼위일체가 되어야만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다시 설명하는데 교양과 재산, 거기에다 얼굴과 몸이 수준급이 되어야만 한다는 말이다. 간혹 나이트에 중고차 시장에서 몇백만원이면 살 수 있는 벤츠를 몰고오는 사모님이 있는데 주머니에는 기름값도 없다. 웨이터들이 누군가? 차를 빌려타고 온 것까지 첫눈에 알아보는 작자들이다. 그때 조철봉이 다시 입을 열었으므로 갑중은 생각에서 깨어났다.
“예약을 해라. 이사장의 수단을 보자.”
“아. 예.”
눈을 치켜뜬 갑중이 커다랗게 머리를 끄덕였다.
“준비 시키겠습니다.”
당번 웨이터를 시켜 수준높은 유부녀 셋을 준비해야만 한다. 오늘 밤에는 그셋을 놓고 놈자 셋이 경쟁을 해야만 한다. 조철봉이 물을 먹을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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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조철봉은 이준만과 최갑중을 데리고 ‘영원’으로 들어섰다. 청담동 사거리에 위치한‘영원’은 처음에 보통 수준의 나이트클럽으로 시작했지만 장사가 안 되어서 일년 사이에 주인이 두번이나 바뀌었다. 그래서 세번째 주인이 된 사내는 웨이터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고급 나이트로 운영 방침을 정해놓고 몇달간은 싸모님들에게 죽기살기로 킹카를 공급해 주었다는 것이다.
돈 많고 뻐기기 좋아하는 싸모님들을 방에 모셔놓고 취향에 어울리는 넘들을 밀어 넣었는데 쪽수를 채우려고 잘생긴 웨이터를 변장(?)시켜 대타 역할을 하게 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어쨌든 ‘영원’의 물이 좋다는 소문이 나이트 세계에 퍼지자 일차로 싸모님 손님이 몰려들었다. 그 다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 싸모님을 노리는 장안의 온갖 백수, 흑수들이 소문을 듣고 몰려오지 않겠는가?
조철봉이 들어선 방은 ‘영원’에서도 가장 고급인 특실이다. 3개밖에 없는 특실 중 하나를 차지한 것이다. 조철봉은 이곳에 두번밖에 오지 않았지만 당번 웨이터 안정남하고는 10년 단골이다. 안정남이 다른 카바레에서 100번 명찰을 달고 있을 때부터 손님으로 찾았기 때문이다. 안정남은 ‘영원’에서 지배인급인 것이다. 방에 안내되어 앉았을 때 조철봉이 안정남에게 직접 주문했다.
“우리는 건설회사 사장들이야. 쓸데없는 이야기는 하지 말라구.”
“알았습니다. 사장님.”
눈치 챈 안정남이 빙긋 웃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어떤 여자들이야?”
조철봉이 대뜸 물었다. 예약을 해놓은 터라 준비를 해 놓았을 것이다. 그러자 정남이 정색했다.
“두 팀이 준비되었습니다. 하나는 분당 사는 대학 동창들인데 수준이 높습니다. 또 하나는 회사를 경영하는 여사장들입니다. 두 팀 모두 수준 이상이죠.”
“연령대는?”
“분당팀은 30대, 여사장들은 40대입니다.”
그러자 조철봉이 머리를 돌려 이준만과 최갑중을 차례로 보았다.
“어떤 팀으로 할까?”
조철봉이 묻자 당황한 준만은 눈동자만 굴렸으나 갑중이 얼른 대답했다.
“분당팀으로 하시지요.”
“이 사장은?”
“저는, 뭐….”
“확실하게 말해.”
“예. 저도 분당팀으로.”
“그럼 결정했어.”
머리를 든 조철봉이 정남에게 말했다.
“분당팀으로.”
“예. 사장님.”
“파트너는 여기서 정할 테니까 미리 찔벅거리지 말고 그냥 데려오도록.”
“예, 사장님.”
기운차게 대답한 정남이 방을 나갔을 때 조철봉이 다시 준만과 갑중을 둘러보았다.
“자, 그럼 셋이 수단껏 파트너를 꼬시기로 하자구.”
갑중은 조철봉을 따라 다니면서 이런 일에 이골이 났지만 준만은 아연 긴장했다. 조철봉이 말을 이었다.
“작업이 잘 되면 데리고 그냥 나가도 돼. 즐기려고 온 것인데 눈치 볼 것 없어.”
“예, 사장님”
했지만 준만의 긴장은 풀어지지 않았다. 준만은 미국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에 대기업인 제일그룹 기조실 과장으로 특채되었다가 8년만에 전무까지 승진한 인재였다. 조철봉의 시선을 받은 준만이 쓴웃음을 지었다.
“저는 이런 파티는 처음이어서…. 하지만 즐기려고 온 것이니만큼 적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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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방문이 열리더니 웨이터 두 명이 술과 안주를 날라 왔으므로 방 안의 분위기가 조금 가벼워졌다. 조철봉은 이준만과 처음으로 술을 마신다. 영입할 때 두 번 점심을 같이 먹었지만 업무 관계여서 분위기는 긴장되었다. 준만은 조철봉이 이런 곳으로 데려올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런 곳 출입도 처음일 것이었다. 제일그룹 기조실 전무였으니 서울 최고의 룸살롱인 ‘건성’도 여러 번 출입했다고 봐야 한다.
“이야, 오늘 안주 괜찮은데.”
웨이터들이 물러갔을 때 갑중이 테이블을 보면서 감탄하는 시늉을 했다. 술은 물론 양주였지만 훈제 연어에다 캐비아가 그득 쌓인 커다란 안주접시가 놓여졌고 그 옆에는 고래고기, 쇠고기 육포, 치즈에다 땅콩, 입가심으로 과일과 우유, 콜라, 생수, 비타민 음료까지 10여종의 음료가 진열되었다.
갑중이 술병을 들더니 조철봉의 잔에 잠자코 술을 채웠다. 술 마시러 왔으면 철저히 즐기는 것이다. 여자가 있는 곳에 오면 더 그렇다. 팁 주고 그만큼 대가를 받는 룸살롱식 접대가 조철봉에게는 이제 무미건조해진 모양이라고 갑중은 추측했다.
곧 들어올 여자들은 선택당하려고 오는 것이 아니다. 어설프게 작업을 했다가는 망신만 당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여자의 환심을 얻고 나서 안는 그 기쁨을 갑중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때 방 문이 열렸으므로 셋은 긴장했다. 정남이 앞장을 섰고 여자 셋이 따라 들어왔는데 첫눈에 보아도 상급 수준이었다.
“앉으시지요.”
허리를 꺾으면서 정남이 여자들에게 권한 자리는 조철봉 일행과 마주보는 위치였다. 룸살롱에서는 미리 앉을 곳을 지정해 주거나 룸에 왔을 때 남자들이 파트너를 고른다. 여자들에게 선택권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여자들은 조철봉 일행과 마주보고 앉았다. 셋 다 엷게 웃음을 띠고는 있었지만 눈이 또렷했다. 그들은 남자 셋을 열심히 관찰하고 있는 중이다.
“저, 그럼.”
이 시점에서 정남이 할 일은 더 이상 없다. 더 나섰다가는 맞아 죽지는 않겠지만 손님이 끊긴다. 정남의 입장에서 보면 조철봉 일행이나 여자들이나 똑같은 고객인 것이다. 오히려 여자들 측이 더 영향력 있는 손님일 수도 있다. 허리를 꺾어 인사를 한 정남이 방을 나갔을 때 조철봉이 헛기침을 했다. 선택권은 없더라도 리드는 해야 하는 것이다.
“저는 조봉철이라고 합니다. 조그만 건설회사를 하고 있지요. 그리고.”
그러면서 옆을 보자 갑중이 입을 열었다.
“저는 최중갑입니다. 저도 역시 작은 건설회사를 운영합니다.”
“예, 저는 이만준이고 저도 그렇습니다.”
준만도 분위기를 맞췄다. 남자 측 인사가 끝났을 때 자연스럽게 여자들로 이어졌다.
“저는 이윤아예요.”
“저는 유미선이고요.”
“전 강시영입니다.”
셋이 소개를 하는 동안 남자 셋의 눈동자가 열심히 굴렀다. 조철봉은 셋이 모두 나름대로 개성있는 미인이지만 그중 이윤아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처음 방에 들어설 때부터 이윤아에게 끌린 것이다. 첫째로 좀 부자연스러운 자세가 분위기에 어울렸다. 나머지 둘은 자연스럽게 행동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부자연스러웠다. 연기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다음은 얼굴, 눈동자가 또렸하고 눈이 맑았는데 도톰한 입술은 섹시했다. 바로 이 여자다. 그러나 조철봉은 심호흡을 했다. 놈자의 시각은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갑중이나 준만도 같은 느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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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든 조철봉이 여자들을 보았다.
“마음에 드는 사람을 지금 고르라면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고 또 잘못 고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먼저 심지로 뽑고 나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30분쯤 후에 교환을 합시다.”
“교환이라뇨?”
그렇게 물은 것은 가운데 앉은 유미선이다. 셋중 가장 화려한 스타일이었는데 용모도 뛰어났다. 미선이 짙은 인조 속눈썹을 치켜들고 조철봉을 보았다.
“그럼 30분 후에 다시 심지를 뽑는 건가요?”
“그렇죠. 하지만 파트너하고 호흡이 맞았을 때는 안해도 됩니다.”
“알았어요.”
여자가 활짝 웃더니 제 친구들을 보았다.
“재밌겠네요.”
그러자 조철봉의 눈짓을 받은 갑중이 간단한 방법을 쓰자면서 여자들한테는 이쪽을 쳐다보지 말라고 하더니 조철봉과 준만의 시계를 걷어갔다. 그러고는 제 시계까지 풀어 여자들 앞에 놓았다.
“자, 고르시죠.”
지난번에 갑중과 둘이 이곳에 왔을 때 처음에는 미국에서 온 사업가라고 했다. 그런데 30분쯤이 지났을 때 조철봉은 정남을 불러 여자들을 내보내야만 했던 것이다. 어지간하면 꾹 참고 목적이나 달성했을 조철봉이다. 그런데 그날의 파트너는 견디기 힘들었다.
“오늘 디너 드셨어요?”
해서 처음에는 디너가 무슨 음식 이름인가 했다.
“이 워러는 깨끗한가요?”
하고 생수병을 들고 물었을 때도 그냥 넘길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 참 스카이가 하이하고 크린했지요. 그렇죠?”
했을 때는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외국에 사는 아줌마들 일부가 한국에 잠깐 다니러 왔을 때 나이트클럽에서 몸을 풀고 간다는 것은 조철봉도 안다. 그때 여자들이 시계를 집었는데 조철봉의 시계는 유미선이 쥐고 있었다. 그리고 준만의 시계를 쥔 것이 바로 이윤아이다.
심호흡을 한 조철봉이 자리에서 일어나 유미선을 맞았다. 운명이다. 셋중 가장 마음에 안드는 여자였지만 어쩔 수 없다. 여자들은 각각 파트너 옆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준만과 갑중의 얼굴은 환했다. 물론 조철봉도 내색하지는 않았으니 분위기는 부드러웠다.
“영광입니다.”
조철봉이 미선의 옆에 바짝 붙어 앉으면서 말했다. 미선한테서 짙은 향수 냄새가 맡아졌다. 꽃 향내였다.
“실망하신 건 아녜요?”
미선이 조철봉의 귀에 입술을 붙이더니 속삭이듯 물었다. 조철봉은 상석으로 옮겨 앉았는데 준만과 갑중이 좌우 좌석에 벌려 앉아서 ㄷ자형 소파의 한면을 각각 차지했다. 간격이 넓어서 각자 작업하기에 불편하지는 않다.
“아니, 내가 왜?”
하고 조철봉이 눈을 둥그렇게 떠 보이자 미선이 붉은 입술 끝을 올리며 웃어 보였다.
“윤아한테 관심이 있죠?”
“이거 왜 이러십니까? 사람을 어떻게 보고.”
정색한 조철봉이 더 바짝 붙어 앉아 미선의 귀에 입술을 붙였다. 귀가 도톰하고 잘 생겼다.
“난 처음부터 미선씨를 찍었습니다. 아마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일단 띄워는 줬지만 조철봉은 긴장했다. 여자의 육감은 놀랍다. 조심하지 않으면 이 여자도 놓칠 가능성이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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