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월례회 때 장성숙 교수님께서 정리하셔서 학회 게시판에 올려주신 글이 여러사람이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서 퍼왔습니다. 출처 : 한국상담심리학회 홍보게시판 - 장성숙 교수님
현실역동상담의 이론과 실제
장성숙 / 가톨릭대학교, 극동상담심리연구원
상담은 이론분야가 아닌 응용분야로서 내담자의 상태를 따라가며 실시되어야 하는 것이지, 이론에 내담자를 따라오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상담자는 필연적으로 내담자의 제반 여건 및 상태를 예의주시하며 상담을 해야 한다. 여기에서 내담자의 여건이라고 하는 것은 증상의 유형 및 정도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지니고 있는 기준이나 가치, 그리고 내담자가 두 발을 디디고 있는 그 사회의 풍토와 같은 문화변인을 뜻한다. 오늘날 현대 심리학에 문화는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데 특히, 적응을 다루는 상담분야에서는 그 중요성이 다른 어떤 분야에서보다 높다.
1. 한국문화와 한국인
개인주의 사회로 지칭할 수 있는 서양사회의 문화적 명제는 자율성과 독립성에 대한 추구로서 여기에서는 자기의 내적 욕구, 권리 및 능력의 표출, 사회적 압력에 대한 저항을 강조한다. 반면 유교사상에 문화적 뿌리를 둔 한국인은 개별성보다는 상호의존적 특성을 강조하며 주위 사람들과의 조화 및 사물과의 어울림을 중시한다. 한국사회는 개별성을 강조하는 개인주의 사회와는 달리 ‘우리’ 속에서의 관계를 중시하는 집단주의 사회로 분류된다. 특히 한국의 집단주의는 혈연을 근간으로 가족주의, 권위주의, 연고주의, 인정주의 등의 문화를 발전시켰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아래 한국인의 행동 특성은 후한 인심, 높은 교육열, 위계 강조, 체면 중시 등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우리사회에서 중요시 되는 가치는 서양사회에서처럼 자율, 독립, 공정, 자유보다는 화목, 인화, 의리, 겸손, 충성 등이 꼽힌다. 그리고 바람직한 자질로는 개인의 능력을 강조하는 창의, 성취, 개성, 도전보다는 공동체 의식과 연관이 있는 성실, 인내, 노력, 절제 등을 더 중요시한다.
2. 주요 상담이론의 특징
기존의 중요 상담이론들은 매우 체계적이고 나름대로 유용한 것이지만 모두 서양사회에서 발달한 것으로서 서양의 가치나 기준을 반영하고 있다. 즉 정신분석, 행동치료, 인간중심상담, 인지치료는 모두 백인중산층(WASP: White Anglo-Saxon Protestant)을 겨냥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아무런 변형 없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기존의 상담이론이 지니고 있는 보편적인 원리나 기술은 적극적으로 채택하되, 서양사회의 가치를 반영하는 문화 특수적인 것에 대해서는 우리사회의 문화 특수적인 것으로 교체를 하여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현실역동상담 체계
한국사회에서는 한 개인을 독립된 개체로 보기보다 우리성(weness)에 근거한 부분자로 보는 경향이 짙다. 그러므로 상담을 실시할 때 이런 문화적 특성에 입각해 내담자를 이해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나’에 대한 개별성을 소홀히 해서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상담자는 개별성과 우리성의 균형을 잘 유지하도록 내담자를 돕는 것이 관건이다. 필자는 한국인의 정서나 전통에 맞는 한국적 상담모형의 일환으로 현실역동상담을 제안한 바 있는데, 이 접근에서의 강조점은 조화로운 관계 속에서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것이다.
1) 인간관 사람은 대상과의 관계에서 ‘자기’를 인식하는 관계적인, 즉 사회적 존재다. 더구나 한국인은 ‘우리성’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무엇보다 강조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적응적인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이러한 사회의 가치에 부합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한국사회에서 상담자는 내담자를 주체적이 되도록 돕는 동시에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성을 함양시키는 어른 역할을 하는 전문인이다.
2) 목적 및 과정 우리의 삶이 이루어지는 현실은 다양한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역동적인 곳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내담자가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즉 주위와 조화를 이루며 당당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현실역동상담에서는 감정의 희석을 위해 공감을 해주거나 문제의 기원에 대한 통찰을 이룩하는 것 이상으로 현 상황에서의 적응을 돕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은 자신의 문제에 대해 상담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구체적인 도움이나 조언을 해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상담자는 내담자에 대한 이해나 분석뿐만 아니라 그 이상으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도록 직접 겨냥할 수 있어야 한다. 상담자의 역량을 강조하는 현실역동상담에서는 내담자의 상태나 사안에 따라 정서, 인지, 동기 모두를 중요하게 여기지만, 특히 변화에 대한 의지(will)를 강조하는 편이다.
3) 기본 구조 상담을 현실적으로 하자는 취지의 현실역동상담에서는 두 가지 기본 골격을 갖고 있다. 하나는 내담자가 호소 문제가 현 시점에서 어떤 자극에 의해 야기되었는가 하는 것을 살피는 ‘상담의 현재화’이다. 다른 하나는 당면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상담자가 부모와 같은 어른으로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문제해결을 돕는 ‘상담자의 어른역할’이다.
이러한 양대 골격을 근간으로 삼고 실제 상담에서는 다음과 같은 7가지 특성을 염두에 두면서 상담을 실시한다. 1. 문제의 실체 파악 - 한국인은 체면을 중시하므로 가급적 치부를 가리려 한다. 2. 심정 헤아리기 - 한국인은 정, 한, 흥과 같은 정서를 발달시킨 민족이다. 3. 외부현실 강조 - 한국인은 내적세계 못지않게 외부세계를 중시한다. 4. 역할 중시하기 - 한국인은 자아(self)의 확립 못지않게 구실이나 도리를 중시한다. 5. 직면 활용하기 - 사람은 부끄러움을 느낄 때 가장 빨리 변화한다. 6. 부모-자녀관계 복원 - 한국인에게는 혈연을 다른 무엇보다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7. 사회성 촉진 - 관계주의 사회에서 사람들과 어우리는 사회성은 매우 중요한 가치다.
현실역동상담
상담의 현재화 ------- 상담자의 어른역할 l l 1. 문제의 실체파악 2. 심정 헤아리기 3. 외부현실 강조 4. 역할 중시하기 5. 직면 활용 6. 부모-자녀관계 복원 7.사회성 촉진
4) 접근방법 1. 당면한 문제를 인간관계의 갈등으로 파악해낸다: 사람이 행불행을 느끼는 것은 관계에 의한 것이므로 어떤 인간관계의 불화가 문제를 야기하는지 살핀다. 2. 문제의 발생계기를 찾아낸다: 내담자의 취약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시점이 바로 처음 문제가 발생할 때 이므로 발병시기의 상황을 잘 살펴 본다. 3. 내담자의 발달과정을 살펴본다: 현실의 자극에 쉽게 흔들리는 내담자의 취약성이 어떤 과정에서 형성된 것인지 가족관계를 살펴봄으로써 이해한다. 4. 문제의 제반 역동을 수렴해 하나의 이야기로 엮는다: 내담자의 증상 및 문제를 인과적 차원 이상으로 목적론적 관점에서 하나의 이야기가 되도록 엮어 그러한 문제가 지닌 의미를 파악한다. 5. 문제가 지닌 의미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내담자에게 들려준다: 내담자가 우선적으로 자신의 문제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상담자는 설득력이 있는 완결된 이야기 형태의 해석을 해준다. 6. 내담자에게 필요한 방향 및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일단 내담자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상담자는 적극적으로 방향제시를 해주거 나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해 일러준다. 7. 내담자의 적응 및 성장을 위해 상담자가 적극 관여한다: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치료자로서 뿐만 아니라 부모나 스승과 같은 어른으로서 지도편달을 해주는 역할을 담당해주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