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1일 (월) >
새벽에 일어나 아르메니아에서 강의할 구원론에 대한 내용들을 다시 읽으면서 성구들을 영어로 써서 통역하는 사람에게 주도록 만들었다. 아직 강의를 얼마나 해야 하는지도 결정되지 않았으니까, 가서 상의해 보아야 하겠지만 준비는 많이 해야 하겠다.
6시에 오트밀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30분에 정확하게 찾아온 자알 목사를 만나 공항에 왔다. 출국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에 들어가서 잠깐 눈을 부쳤는데 어느새 비행기가 이륙하여 한참 잘 가고 있었다. 원래 8시 출발, 45분에 예레반에 도착할 예정이었는데 35분쯤에 일찍 도착하였다. 비행기 안에서 물 한 잔도 주지 않는다.
내려서 출국 수속하는 곳에 갔다가 아직 비자를 받지 않았다고 했더니 비자 수속하는 곳을 가리키면서 가서 받아가지고 오라고 한다. 신청 서류를 써서 내는데 초청자의 이름과 주소를 쓰는 난은 거기 있는 직원 아가씨에게 부탁하니 잘 써 주었다. 비자 발급비가 3000드람인데, 마침 김바울 목사님이 주신 5000드람이 있어서 그것으로 지불하고도 2000드람이 남았다. 360:1 정도라니까 미국돈으로는 8달러가 조금 넘는다. 무척 싼 편이다.
수속을 마치고 나오니 하칙 사파리안(Hachik Safarian) 목사 父子가 나와서 맞이한다. 영어를 모르니 대화가 안 된다. 집으로 오는 길에 통역할 릴리트(Lilit Gevorgian) 양을 핔업하여 같이 목사님 댁에 도착하였다. 8년 동안 영어를 배웠고, 지금은 영어 개인교습을 하여 돈을 조금씩 벌면서 산다고 한다. 아버지가 모스크바에서 마피아에게 피살되어 49세에 일찍 죽었고, 오빠는 결혼하여 한 집에서 다 같이 산다고 한다.
하칙 목사님 댁은 예레반에서 정남쪽으로 10km쯤 떨어진 아르타솨트(Artashat)라는 도시에 있다.
집에 도착하여 우선 식사를 하였는데 빵을 위시하여 여러 가지를 잘 차려 놓았다. 배고플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스케줄을 상의했다. 내일부터 나흘간은 여기서 강의하고, 토요일은 쉬고, 주일에는 두 교회에서 설교하고, 다음 주 월화요일을 다른 도시에 가서 강의를 하게 된다고 한다. 강의 스케줄을 나에게 짜라고 한다. 내일 11시에 시작하여 90분 강의를 세 번 하여 5시에 끝나도록 하자고 했다.
간밤에 잠을 잘 못 잤기에 잠깐 눈을 붙이고, 오후 3시가 좀 넘어서 집에서 나가는데, 아까는 아들이 운전하는 차였는데, 이번엔 목사님이 운전하는 러시아의 LADA라고 하는 싸구려 차인데 10년이 되었다고 한다. 역시 엉성하다. 먼저 교회에 가서 또 식사를 하였다. 이것이 점심이냐 저녁이냐고 물으니 저녁이라고 한다. 교회 안에 들어가서 보니 400명은 넉넉히 수용할 수 있겠다. 이층 공사를 하고 있으나, 손질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
다음에 St. Astvatsatsin Church라는 유서 깊은 성당을 찾아가는 도중에 주유소에 들렀는데, 작은 바케스에 가득 담아서 큰 통에 붓고, 또 한 번 그렇게 한 다음에, 깔때기와 그 큰 통을 들고 자동차의 흡입구에 깔때기를 넣고는 휘발유를 부어 준다.
이 성당은 옛날의 수도였다는 도시에 있었다. 튼튼한 성(城)으로 되어 있는데 박해시에 좁은 층계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 그곳에서 미사를 드렸던 모양이다. 비밀리에 창문으로 누가 음식을 넣어주었다고 한다. 성당을 나와서 언덕에 올라가서 앞쪽 아라랏산을 바라보았다. 너무나 가깝게 다가와 있다. 예레반에서 7km의 거리에 있는데, 터키 땅으로 되어 있어서 산에 들어갈 수 없다고 한다.
저 앞쪽에 보이는 곳이 에덴에 있던 4대 강 중의 하나인 기혼강의 근원(출발지)라고 한다. 얼핏 창세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옛 수도가 있었다는 이 땅은 사방이 큰 산들로 둘러싸인 천연의 요새요, 비옥한 광야가 펼쳐져 있다. 이스르엘 평야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그곳이 아마겟돈이 아니었던가? 이 나라도 실크로드에 있는 나라로 교통의 요지였기에 수없이 외침(外侵)을 당하였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나라는 국토 면적이 겨우 3만 km2에, 인구도 2-300만 명 정도인 작은 나라인데(외국에 나가 있는 사람들은 합치면 1100만 명이라고 한다), 동쪽엔 아제르바이잔, 서쪽엔 터키, 북쪽엔 그루지아, 남쪽엔 이란과 접경하고 있어서 끊임없이 전쟁을 치른 나라였다. 이 나라가 자랑하는 것은 세계 최초의 기독교 국가라는 것이다. 예수님 당시에 이 나라의 왕이 예수님께 친서를 보내서 이 나라에 오시도록 초청을 하였는데, 예수님이 답신을 주시기를 당신은 못 오시고 후에 제자들을 보내주시겠다고 약속하셨는데, 정말로 바돌로매와 다대오가 와서 선교하였다고 한다.
돌아오는 길에 공장 같은 곳에 들렀는데 곰 두 마리를 우리에 가두고 기르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이 집 16살 먹은 막내딸에게 부탁하니 내 컴퓨터로 인터넷을 할 수 있도록 금방 만들어준다. 통역하는 아가씨는 계속 여기에 머물면서 나를 도와준다고 한다. 미국에서 가지고 온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았으나, 통역할 사람에게 줄 선물이 마땅치 않았고, 돈도 남은 것이 많지 않아서 좀 미안한 마음이 든다.
< 11월 2일 (화) >
새벽닭 우는 소리가 너무나 정겹다. 얼마 만에 들어보는 소리인가? 나는 일찍 일어나 강의할 것을 정리해 보고 읽어보고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직도 꿈나라에 있는 것 같다.
10시가 넘어서야 아침 식사를 하였다. 그루지아에서는 9시에 식사를 했는데, 여하간 체질적으로 일찍 일어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어제 4시 좀 넘어서 저녁식사를 했으니까 17시간 이상이 지나서야 식사를 하는 셈이다. 많이 출출했지만, 그루지아에 있을 때보다는 훨씬 좋다. 그루지아에서는 저녁에 포식을 하게 되니까 밤에 거의 시간마다 일어나서 물을 한 컵씩 마셔야 하고 또한 화장실에 자주 가야 했는데, 여기서는 거의 깨지 않고 잠을 잘 잘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11시에 강의를 시작해야 하니까 서둘러서 식사를 마치고 교회에 갔는데 본당은 크고 날씨가 좀 쌀쌀하여 어린이 예배실로 가자고 해서 작은 교실로 옮겼다. 훨씬 아늑하고 사람들이 가득하게 차서 좋았다. 70명은 더 될 것 같다.
그루지아 청년들에게 했던 말로 강의를 시작하였다. 지혜로운 자가 될 것인가, 어리석은 자가 될 것인가? 어리석은 자는 하나님이 없다고 하는 자다(시 14:1). 지혜로운 자는 하나님을 잘 섬기는 사람이요, 또한 하나님의 말씀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나아가 하나님을 잘 섬기는 사람을 친구로 택한다. 이런 사람은 행사가 다 형통하게 된다. 오늘날 세계에서 제일 큰 복을 받은 나라는 미국과 한국이다. 한국은 60년 전에 일어난 전쟁으로 완전히 폐허가 되었고, 학교에 갔지만 먹을 것도 없고 옷도 없고 공책도 없고 연필도 없었다. 그러나 예수님을 친구로 모시고 교회들이 열심히 기도하였더니 오늘날 이렇게 놀라운 기적의 나라가 되었다. 전 세계에 선교사를 20,000명이나 파송하고 있는 나라다. 세계에서 가장 발전하고 잘 사는 나라들은 기독교 국가들이다. 그런데 이 아르메니아는 세계에서 최초로 기독교국가가 된 나라였다. 주변에 강대국들로 둘러싸여 침략을 많이 받았고, 고난의 세월을 보냈지만, 이제 주님을 친구로 모시고 미국과 한국을 친구로 하여 크게 발전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첫 시간은 요한복음 15:13-15 “너희는 나의 친구라”라는 말씀을 중심으로 전하였다. 이 사람들이 특히 은혜를 받은 말씀은 우리의 비밀을 말씀하면 주님은 우리에게 하늘의 비밀을 주신다는 말씀이었다. 우리의 비밀, 곧 죄를 회개해야 한다고 강조할 때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모두가 예수님을 친구로 삼아 잘 섬기겠다고 약속한다. 아주 순박하게 복음을 잘 받아들이는 좋은 성도들이다.
1시에 점심식사를 하고 2시부터 강의를 하는데, 동방박사를 영어로 wise men이라고 하는데, 아르메니아에서도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그들이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으니 아르메니아 사람은 아니라고 한다. 성경에는 그들의 국적이 나오지 않은 것은 누구나 wise men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foolish men이 되지 말고, 아기 예수님을 찾아와 경배하는 지혜자들이 되어야 하겠다. 마태복음 19장의 부자 청년에 대한 설명으로 우리가 예수님을 따라가려면 하늘의 보화를 받아가지고 따라가야 한다. 오늘날 하늘의 보화를 받지도 않고 주님을 따라간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그들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세상 것에 대한 욕심을 다 버리고 주님을 따라가야 한다.
3시 20분에 20분간 휴식하고 40분부터 시작하여 5시에 마쳤다. 지혜로운 건축자, 지혜로운 처녀, 어리석은 부자 등에 대한 설명에 이어서 하나님의 뜻을 아는 사람까지 설명하였다.
오후에는 직장 관계로 많은 사람들이 먼저 떠났지만, 남은 사람들은 열심히 진지하게 말씀을 듣고 기뻐한다. 자주 와서 강의를 해 달라고 간청한다.
한국말을 하는 하스믹이라고 하는 한 자매를 만났다. 2005년부터 남편과 함께 5년 동안 한국에 있으면서 아기도 낳았다가 금년에 돌아왔다고 하는데, 발음도 좋고 우리말을 제법 잘한다. 일상 대화는 큰 문제없이 할 것 같다. 그래서 하칙 목사에게 제안하기를 한국어 학급을 만들어서 청년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고, 한국 교회에서 이곳에 많이 찾아오도록 선전도 하여 교류를 증진시키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 나라 사람이 모두 합치면 1100만 명인데, 모두 외국에 나가 있고, 여기에는 300만 정도밖에 없다고 한다. 외국에 보내면 돌아오지 않으니까 그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또한 이 나라 위정자들의 부정과 부패가 극심해서 애국심이 없어지고 떠나려는 마음만 커지는 것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문제는 우리 교회들이 기도해야 하지 않겠는가고 하였다. 하나님이 훌륭한 인물들을 일으켜주셔야 하겠다.
통역하는 릴리트 아가씨는 영국식 발음을 하니까 종종 서로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성도들이 모두 잘 들어주니까 너무 감사하다. 이만큼이라도 영어로 강의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하루를 잘 보냈으니 더 자신이 붙는다. 주님께서 이렇게 역사해 주심을 감사한다.
김바울 목사님은 지금 자카르타에 가 계신다고 이메일이 왔다. 타코마에는 가림(薛佳琳)이와 두 손자가 와 있고, 금요일 밤 기도회에 은성이 설교에 큰 은혜가 있었던 것 같다. 주일에 설교하신 김정복 목사님은 경기고 선배님이시라니 반갑고 감사하다. 신희는 성지순례차 떠났다.
세미나에 온 사람들의 점심 식사비를 하칙 목사에게 드렸다.
저녁식사는 8시가 되어서야 먹었다. 그러나 빵으로 먹으니까 배가 부담이 없어서 더 좋다. 화장실이 밤에는 물이 나오지 않아서 좀 불편하고, 욕조가 있기는 하지만 따뜻한 물이 나오는지 아직 목욕을 못해 보았다. 또 누가 목욕탕이나 온천에 가자고 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냥 집에 가만히 있는 것도 좋다.
저녁에는 풍선 삐라 사역을 하고 있는 이민복 선교사의 탈북수기를 읽었다. 한국 크리스찬신문에 연재한 것이다. 죽을 고비를 수없이 겪었지만, 매번 놀라운 기적을 체험하였다. 주님께서 이렇게 귀하게 쓰시려고 구원해 내신 것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주 내가 날기 전 날 먼저 사랑했네.”라는 찬송이 저절로 나온다. 이렇게 귀한 사람들을 보내주시고 북한 구원을 위해 풍선 삐라 사역을 감당케 하시니 주님의 은혜가 얼마나 놀라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