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장경(地藏經) 도리천궁신통품(忉利天宮神通品)
(상략)
상법 가운데 한 바라문 여자가 있어, 숙세의 복이 심후하여 뭇사람들이 공경하는 바이며, 행주좌와에 제천이 호위 하였다.
그 어머니가 사도를 믿어 항상 삼보를 가볍게 여기었으므로 이때에 성녀(聖女)가 널리 방편을 베풀어서 그 어머니를 권유하여 그로 하여금 정견이 생기게 하였지만, 이 여자의 어머니는 완전한 믿음이 생기지 않더니, 오래지 아니하여 목숨을 마침에 혼신이 무간지옥(無間地獄)으로 떨어져 버렸다. 그때 바라문녀는 어머니가 세상에 계실 적에 인과를 믿지 아니했으니 마땅히 업에 따라 악도에 날것을 짐작하여 알고 드디어 가택을 팔아서 향과 꽃과 모든 공양의 기구를 널리 구하여서, 저 부처님의 탑과 절에 가서 크게 공양을 올리다가 각화정자재왕여래를 뵈오니, 그 형상이 한 절 가운데 계시되 불상과 탱화의 위엄스러운 얼굴이 단정하고 엄숙함이 구비했거늘, 그 때 바라문녀가 높으신 얼굴에 첨례하고 경앙하는 마음이 갑절이나 생겨서 가만히 스스로 생각하여 말하기를, ‘부처님의 이름은 대각이라 일체지를 갖추었으니, 만약 세상에 계셨더라면 내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에 부처님께 와서 물었으면 반드시 나신 곳을 알았을 것이다.’고 하였다.
이때 바라문녀가 오래도록 슬피 울며 여래를 쳐다보면서 생각하였더니 홀연 공중에서 소리가 들려오기를,
‘우는 자 성녀야, 너무 슬퍼하지 말아라. 내가 지금 너의 어머니의 간 곳을 보여 주마.’ 하였다.
바라문녀가 합장하고 공중을 향하여 하늘에 아뢰기를, ‘이 어떠한 신의 덕이기로 저의 우려를 풀어 주시려 합니까?
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밤낮 생각하였으나, 어머니의 태어나신 세계를 물어서 알 곳이 없었습니다.’
그때 공중에서 소리로 두 번째 알려주기를, ‘나는 바로 네가 첨례하던 바로 과거의 각화정자재왕여래다.
네가 어머니를 생각하는 정이 보통 중생의 정보다 갑절이나 됨을 보았으므로 와서 너에게 일러 주노라.’고 하였다.
바라문녀는 이 소리를 듣자마자 몸을 들어 스스로 부딪쳐서 팔과 다리를 모두 상하였으므로 좌우에서 붙들어 모시니 오랜만에 깨어나서는 공중을 향하여 아뢰기를, ‘원하옵건데 부처님께서는 사랑으로 불쌍히 여기시어 빨리 저의 어머니가 태어난 세계를 말씀하여 주십시오. 저의 지금의 심신은 오래지 않아서 죽을 것 같습니다.’ 그때 각화정자재왕여래께서 성녀에게 이르시기를, ‘너는 공양을 마치거든 다만 일찍 집으로 돌아가서 단정하게 앉아 나의 명호를 생각하면 곧 너의 어머니가 태어나서 간 곳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때 바라문녀는 부처님께 예배하기를 마치고 곧 그녀의 집으로 돌아와서 어머니를 생각했기 때문에 단좌하여 각화정자재왕여래를 염하면서 하룻밤, 하루낮을 지내더니, 문득 자기 몸이 한 바닷가에 이르렀는데, 그 물이 끓어 오르고, 많은 악한 짐승들이 모두 쇠 몸을 하고 해상을 날아다니면서 동서로 쫓아 다니고, 모든 남자와 여인 백천만 명이 바다 가운데로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하다가, 여러 악한 짐승들에게 다투어가며 잡아 먹히는 것이 보이며, 또한 야차의 모양이 각각 달라서 손이 많은 것과 눈이 많은 것과 발이 많은 것과 머리가 많은 것과 어금니가 밖으로 튀어 나와서 날카롭기가 칼날 같은 것들이 여러 죄인들을 몰아서 악한 짐승들에게 가깝게 대어주며 다시 스스로 치고 받아서 머리와 다리가 서로 엉키는 등 그 모양이 만가지나 되어 감히 오래 볼 수가 없었다. 그때 바라문녀는 염불하는 힘 때문에 자연 두려움이 없었다.
한 귀왕(鬼王)이 있어 이름을 무독(無毒)이라 불렀는데, 머리를 조아리며 와서 성녀를 영접하면서 하는 말이,
‘착하신 보살이시여, 어떠한 연유로 이곳에 오셨습니까?’
이때 바라문녀가 귀왕에게 묻기를, ‘이곳은 어디입니까?’
무독이 대답하기를, ‘이곳은 대철위산(大鐵圍山)의 서쪽에 있는 첫째 중해(重海)입니다.’
성녀가 묻기를, ‘내가 들으니 철위산 안에 지옥이 있다고 하는데, 이것이 사실입니까?’
무독이 대답하기를, ‘실제로 지옥이 있습니다.’
성녀가 묻기를, ‘내가 지금 어찌하여 지옥이 있는 곳에 이르게 되었습니까?’
무독이 대답하기를, ‘만약 위신력(威神力)이 아니면 곧 업력(業力)일 것입니다.
이 두 가지가 아니면 끝내 이곳에는 오지 못할 것입니다.’
성녀가 또 묻기를, ‘이 물은 무슨 연유로 끓어 오르며, 여러 죄인들과 악한 짐승들이 많습니까?’
무독이 대답하기를, ‘이것들은 염부제(閻浮提)에서 악을 지은 중생들로, 새로 죽어서 49일이 지나도록 그 자식이 망자를 위해 공덕을 지어서 고난으로부터 구제해 줄 사람이 없으며, 살았을 때 또한 착한 인(因)이 없으므로 마땅히 본업이 지은 대로 지옥으로 가려면 자연히 바다를 건너야 되며, 바다 동쪽에 십만 유순을 지나면 또 하나의 바다가 있는데, 그곳의 고통은 이곳보다 갑절이나 되며, 그 바다의 동쪽에 또 하나의 바다가 있는데, 그곳의 고통은 다시 배가 됩니다. 삼업이 악함으로 받는 것이니, 함께 업바다(業海)라고 부르는데, 그곳이 바로 여기입니다.’
성녀가 또 귀왕 무독에게 묻기를, ‘지옥은 어디에 있습니까?
무독이 대답하기를, ‘삼해(三海) 안이 바로 대지옥(大地獄)이며, 그 수는 백천이고 각각 차별이 있는데, 그 중에서 크다고 하는 것이 모두 18개이며, 다음이 5백개로 그 고통과 독은 헤아릴 수 없으며, 다음이 천백개로 또한 한량없는 고통이 있습니다.’
성녀가 또 대귀왕에게 묻기를, ‘내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오래지 않은데, 혼신이 어느 곳으로 갔는지 알지 못합니까?’
귀왕이 성녀에게 묻기를, ‘보살님의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어떠한 일을 하였습니까?’
성녀가 대답하기를, ‘내 어머니는 삿된 소견으로 삼보를 비방하고 훼방했습니다.
설혹 잠시 믿는 척 하다가도 곧 또한 불경을 저지르곤 했으니 죽은지 아직 일천 하지만 어느 곳에 났는지 알지 못합니다.’
무독이 묻기를, ‘보살님의 어머니 성씨가 무엇입니까?’
성녀가 대답하기를, ‘내 아버지와 내 어머니 모두가 바라문종(種)인데,
아버지는 시라선견이라 부르고, 어머니는 열제리라 부릅니다.’
무독이 합장하고 보살께 여쭈어 말하기를, ‘원하건데 성자께서는 돌아가시고 너무 근심하거나 슬퍼하지 마십시오. 열제리 죄녀가 천상에 태어난지가 지금 삼일이 지났습니다. 효순한 자식이 어머니를 위해 공양을 베풀어 복을 닦아 각화정자재왕여래의 탑사에 보시했다고 하니, 다만 보살의 어머니만 지옥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응당 이 무간지옥에 있던 이날 죄인은 모두 즐거움을 얻어 받아서 함께 천상에 태어나고 말았습니다.’
귀왕이 말을 마치고 합장하며 물러나니, 바라문녀는 곧 꿈같이 돌아와서 이러한 일을 깨닫고 문득 각화정자재왕여래의 탑상 앞에서 큰 서원을 세우기를, ‘원컨데 나는 미래겁이 다하도록 응당 죄고가 있는 중생을 위하여 널리 방편을 베풀고 그들로 하여금 해탈하게 할 것이다.’라고 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이르시기를,
“그때의 귀왕(鬼王) 무독(無毒)은 지금의 재수보살(財首菩薩)이요,
그때의 바라문녀는 곧 지금의 지장보살이니라.”고 하시었다.
(※절구경 법당안내: 지장보살님 양 옆에<도명존자, 무독귀왕> http://cafe.daum.net/santam/IZ0A/7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