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믿게 해 주세요
신 권사는 믿음이 좋고 전도도 잘한다고 알려진 분인데 남편을 교회로 인도하지 못해 그것이 늘 가시처럼 가슴을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초대교회 시대처럼 환난과 궁핍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사탄과 동거하는 것 같아 마음이 괴로웠습니다. 딱히 남편은 사탄이 아니었습니다. 신 권사가 교회에 나가는 것과 교회 활동을 하는 것을 전혀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자기를 교회에 나가자고 괴롭게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꼴 보기 싫으니 자기가 보는 앞에서는 기도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식사 때도 혼자서 마음으로 기도하는데 여간 괴롭지 않습니다. 외동딸을 시집보내고 나서는 이 부부는 각방을 쓰는 처지입니다. 사위를 고를 때도 신 권사는 믿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었고 남편은 상관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신 권사는 또 자기와 같은 부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적극, 반대하여 믿는 사위를 얻었지만, 결혼식은 교회는 안 된다는 것 때문에 밖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부부 동반으로 놀러 나갈 때는 교회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고 자기 친구들과 만날 때는 가게 되는데 나가면 술 마시고 떠들고 고스톱 치는데 신 권사는 생활습관이 맞지 않아 참는 데 너무 힘이 듭었습니다. 이렇게 일마다 의견이 맞지 않아 적과 동침한다는 말이 격에 맞는 말처럼 되었습니다.
얼마 전 교회에 새로 교구담당 부목사가 부임했는데 신 권사 집에 심방을 왔습니다. 그때 그 목사가 준 성경 구절이 계시록 2:9절이었습니다. 서머나 교인들이 얼마나 환난을 겪었는지 맹수의 굴에 던져지고 원형극장에서 야수의 먹이로 희생되며 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하지 않아서 물건을 사고팔지 못해 굶는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요한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전했는데 “네가 모욕을 당한 것도 나는 알고 있다”라고 주께서 그 괴로운 사정을 알고 있음을 말씀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서 권사님의 고난도 주께서 아십니다.’ 이렇게 마치 부목사가 자기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해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사실 그녀는 오직 남편에게 믿음이 생기는 일만을 위해 100일 새벽기도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좀 큼직한 가방을 들고 그 속에 남편이 주로 외출할 때 신는 신을 넣고 자기 자리 옆에 놓고 “신발만 나오지 않고 실체가 나와서 기도하도록 믿음의 은사를 내려 주십시오.” 하고 기도하는 중이었습니다. 남편도 은퇴해서 이제 둘이 살고 있는데 죽기 전에 나란히 교회에 나와 구원받게 되기를 간절히 원하던 중이었습니다. 아무에게도 이 말을 하지 못했는데 주께서 아신다는 말을 부목사를 통해 들으니 그렇게 눈물이 났던 것입니다.
다음 날 아침 아내의 표정을 보고 남편이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습니다. 신 권사는 용기를 내어 자기가 구두를 들고 새벽 기도에 나가고 있는 일을 말하고 새로 부임한 부목사가 자기에게 들려준 성경 구절을 말하며 너무 큰 위로를 받았다고 고백했습니다.
“하나님은 볼 수 없지만, 당신이 나를 믿고 교회에 나와 줄 수 없어요?” 남편은 크게 화내지 않았지만 그런 창피한 짓 왜 하느냐고 말하며 미친 짓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얼마 뒤 새벽기도를 나가려고 구두를 챙기고 있는데 그두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창피한 짓 하지 말라고 어디다 숨겨버린 거라고 생각되어 그냥 새벽기도에 나갔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묵도한 뒤 눈을 들어보니 두 세줄 자기 앞에 남편이 앉아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구두가 아니라 실체가 나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