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용인수지에 살고 있습니다만 얘들끼리 친구여서 아버지들도 친구처럼 지내고 있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제가 태백을 사랑하듯이 부산을 엄청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분이 계십니다. 그 분은 늘 자갈치 꼼장어 맛을 서울 근처에서 맛보지 못한다고 한탄하십니다. 또 굵은 멸치로 담근 멸치 젖갈을 제때에 먹을 수 없다고 푸념이십니다. 수지 부근에 꼼장어집이 생길라치면 남보다 먼저 달려가지만 이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어 댑니다. 그 맛이 아니라는거지요. 그럴 때 저는 얘기합니다. "그럼 부산가서 살면 되지!" 물론 고향을 잊지 못하는 마음을 모르지는 않지요...
저도 부산을 갈 때면 아무리 시간이 없을 때라도 자갈치 시장에 가서 은박지 위에 자글자글 꾸워지는 꼼장어는 꼭 먹고 오는 편입니다. 그 자갈치시장에 가면 빨간모자아주머니가 있는데 그 집이 제일인 것 같습니다.(빨간장갑이였던가...)
본래 자갈치라는 말은 남포동 영도다리 밑 갯가의 어패류처리장을 이르던 말이라고 합니다. 자갈치는 다른 어시장과 여러면에서 사뭇 다르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수많은 종류의 수산물 뿐 아니라 역사적 뿌리와 양적 규모로 볼 때도 일본 도쿄의 쓰키지(築地)어시장과 더불어 가히 세계적 수준이라고 합니다. 해마다 열리는 자갈치축제의 슬로건이‘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라고 하네요. 좌판에 터억 걸터앉아 지르는 아주머니의 호객소리가 시끄럽지 않는 곳입니다.
지난번 잠시 들렀던 때에 자갈치아지매가 말하는 '진짜배기 꼼장어'는 이렇습니다. 꼼장어는 제주도 남쪽이나 일본 해역에 많은데 대마도 가까운 수심 80∼130m의 바다는 물론 멀리 도쿄만의 수심이 300여m나 되는 곳에도 있으며 100여t급 어선이 출어하여 통발로 잡아 활어로 들여온다고 합니다. 꼼장어는 먹장어, 입이 뾰족한 하모는 갯장어, 아나고는 붕장어, 뱀장어는 민물장어를 말한다고 합니다. 늘 생각해 왔던거에 비하면 좀 복잡하기는 하네요. 꼼장어는 연골어류로 분류하며, 반면에 붕장어, 갯장어, 뱀장어는 뼈가 있는 경골어류입니다. 중요한 것은 양식 뱀장어와 달리 양식 꼼장어는 없기 때문에 서서히 가격차가 좁혀져서 이제는 뱀장어 가격을 능가할 판이라고 합니다.
꼼장어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요. 제가 한번 꼭 먹어보고 싶은 것은 '기장 짚불꼼장어' 입니다. 기장에는 유명한 '짚불꼼장어집'라는 게 있다고 하데요. TV에서 보니 지푸라기를 태우면서 그 위에 꼼장어를 얹은 다음 훌적 구워내어 껍데기를 벗기고 먹는 걸 보았습니다. 정말 침이 넘어가더군요.
기장 특산물 '짚불꼼장어' 먹기 전에라도 이번 겨울에는 '자갈치 꼼장어'를 먹으러 훌쩍 부산으로 떠나야 겠습니다.
여유롭게 열차에 몸을 싣고, 부산항에 슬슬 내린 다음, 부산에도 있는 전철을 갈아타고, 자갈치역에 내린다음, 시장내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빨간모자집을 찾아 주문하고, '시원소주'한잔에 꼼장어 한점씩 먹고, 갈매기소리 고동소리에 시름을 잊어 볼랍니다. 기간되면 기장에도 들러보고요.
---> 더끈이의 오늘의 생각 : 먹고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하고 싶을 때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