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끔하게 정리하자 ◈
대통령 기자회견을 보고 과거와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좋은 방향으로 변화였지요
답변하는 태도나 사용한 단어가 다듬어졌기 때문인 듯했어요
어쩌면 기대를 너무 낮게 잡은 데서 비롯된 착시(錯視)효과인지도 모르지요
‘좋은 방향으로 변했다’는 느낌은 심증(心證)뿐이었어요
몇 사람에게 전화를 돌렸지요
‘회견을 보고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100점 만점으로 하면 몇 점을 주겠는지’
‘그런 점수를 매긴 이유가 무엇인지’를 물었어요
응답자 10명 가운데 극단적 점수를 준 여당 의원과 야당 의원은 제외했지요
한쪽은 80점 다른 한쪽은 30점을 줬어요
여당 의원도 ‘야당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대담한 제안은 없었다’는
단서를 달았지요
나머지 응답자 8명의 연령은 40대에서 80대까지 고른 분포였어요
남성이 여성보다 많았지요
직장을 찾는 20대 청년, 첫 아이를 낳아 키우는 30대 주부,
동네 마트 주인 같은 영세 자영업자와는 선이 닿지 않았어요
수공업(手工業) 방식 간이(簡易) 여론조사의 한계이지요
회견 느낌은 전원이 ‘나아졌다’고 했어요
달라진 정도가 ‘조금’이라는 것도 공통됐지요
‘훈계조(訓戒調)가 줄어서’
‘부인 문제를 늦게나마 사과한 게 뭉개버린 것보다는 낫다’
‘전(前) 정권 탓이 사라진 듯해서’
'이런 회견을 두어 달에 한 번이라도 했더라면…’이라는
소감(所感)을 달았어요
‘대통령의 동문서답(東問西答), 영수회담 비선(秘線) 의혹 등을
‘추가 질문’ ’보충 질문’을 통해 따졌더라면 당장은 난처해도
결과적으론 대통령에게 득(得)이 될 텐데…'라며 기자 탓도 했지요
응답자들 6명은 60점, 2명은 70점을 줬어요
평균 62.5점이지요
답안지대로 채점한 게 아니라 대통령이 앞으로 변화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점수를 줬을 수도 있어요
야당은 낙제점을 줬지요
야당 입장을 수용하거나 구미를 돋울 제안이 없었으니 그럴만도 하지요
협치(協治) 자세를 보일 소재가 없던 것은 아니었어요
연금 개혁 법안이 그렇지요
여야는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는 데 의견 일치를 봤어요
그런데 ‘얼마를 받느냐’는 소득대체율을 두고
‘여당 43%’ ‘야당 45%’라는 차이를 좁히지 못했지요
대통령이 ‘야당 안을 받겠다’ 혹은 ‘서로 1%씩 물러서 44%로 하자’는
새 제안으로 물꼬를 텄더라면 협치의 첫 시범이 됐을지도 몰라요
대통령은 ‘부인 특검’과 ‘해병대원 특검’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어요
응답자 일부는 해병대원 특검은 공수처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겠지만
특검을 해야 하는 쪽으로 굴러갈 수도 있다고 봤지요
부인 특검에는 관심도 작고 ‘전(前) 정권 때부터 팔 만큼 팠다’는
대통령 설명을 어느 정도 받아들였어요
검찰이 디올백 수사를 가혹할 정도로 엄정하게 한다면
부인 특검에 대한 여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지요
어느 분의 마지막 말에 뼈가 있었어요
이번 기자회견은 ‘대통령이 부인 문제로 국민에게 사과할 수 있는
마지막 자리’라고 했지요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기더라도 사과할 기회가 없으리라는 것이지요
사과는 ‘잘못 인정’ ‘반성’ ‘재발(再發) 방지 제도 도입’의
세 요소로 구성된다고 볼수 있어요
이번 대통령 사과는 첫째 요건(要件), 넓게 보면 둘째 요건도 포함된
발언이지요
그러나 핵심인 재발 방지 제도 개선이 빠졌어요
특별감찰관 임명은 이번에도 거론되지 않았지요
대통령이 일하는 곳, 사는 곳을 구중궁궐(九重宮闕)이라 부르던 것은
옛말 이지요
용산 시대 대통령 환경은 안에선 밖을 내다보지 못해도
밖에선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 어항이지요
비서실에 대통령 부인 연(緣)줄로 들어온 비서관·행정관이 꽤 된다고 하지요
그 명단이 오래전부터 나돌았어요
입 밖에 내지 않아서 그렇지 공인(公認)된 비밀이라고 하지요
이 상황인데 회의에서 ‘부인 문제’를 누가 꺼낼 수 있을까요?
논의도 못 하는데 대통령에게 보고할 용기를 누가 낼수 있을까요?
설혹 한 번 용기를 냈더라도 대통령이 이마를 찌푸리는데
다시 보고할 바보가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요?
보고도 받지 못한 대통령이 어떻게 그 상세한 내용을 알수있을까요?
‘부인 문제로 다시 사과할 기회는 대통령에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건
무서운 말이지요
대통령이 바뀔 것이라고 믿고 싶은 국민들은
대통령의 좋은 변화를 뒷받침할 물증(物證)을 원하고 있어요
부인과 선(線)을 대고 있는 비서관·행정관을 내보내는 건
중요한 물증이자 대통령실 정상화를 향한 큰 걸음이지요
말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큰 변화의 밑걸음 일수 있어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
▲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