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일
바람 한점 없는 날이었다.
그래도 오탁방지막이 춤을 춘다. 먼바다에서 밀려오는 너울 때문이다.
오탁방지막이 법적 기준을 맞춰 제대로 설치된 상태에서 공사가 진행된 경우는
여지껏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너울 또는 풍랑 때문에 하루가 멀다하고 파손된다.
파손되면 보수하고 제대로 다시 설치하면 된다.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 공사 강행만이 살 길이기 때문이다.
돈도 부족하다. 작년의 이월 예산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내년 예산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그러니 오로지 공정률을 높이는데에만 사용해야 한다. 나름 절박하다.
5일
꽤 세찬 바람이 불었다.
레미콘이 구럼비 끝까지 내려와서 토해 내기 시작했다.
문화재보호법도 환경영향평가합의 조항도 아랑곳 없다.
국책사업 앞에서 안보사업 앞에서 법은 그저 종이조각에 불과하다.
10일
일요일 20:24
야간공사를 진행했다.
준설공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흙탕물들이 어둠속에 몸을 숨긴다.
지난 4월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강경식 의원이 도정질문을 하면서 서면 답변을 요구했던 ‘해군이 불법적으로 공사를 했던 사례와 조치 결과’에 대한 제주도정의 답변 내용이다.
"2011년 10월 10일 공유수면매립면허 부관 미이행. 오탁방지막 훼손 복구 후 공사토록 지시, 가배수로 및 임시침사지 설치 후 공사토록 지시했다.(해양개발과 소관)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을 이행하지 않은 환경분야 불법공사 부분에 대한 지적이다.(환경정책과 소관)
- 가배수로 일부 미설치, 침사지 겸 저류지 규모가 협의 내용과 다름
- 사후환경영향조사 결과 대장 정리 누락(1, 2분기)
- 환경영향평가 시공사 주변 자생지가 확인된 법정보호식물인 솔잎란(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Ⅱ급) 조사 및 관 리 부실
- 이식수목 관리대장 및 생육상태 모니터링 자료 없음
- 임목폐기물 현장 방치 및 임목폐기물 관리대장 미비치
- 건설폐기물 미처리 및 건설폐기물 처리대장 미비치
- 협의내용 관리대장 기제 누락 등 작성 부실
- 은어 서식실태 및 모니터링 계획을 강정천 하류까지 포함하도록 변경
다음은,
서귀포시가 해군의 불법사항에 대해 시정을 요구했거나 과태료를 부과한 내용들이다.
- 강정항 동방파제 안전펜스 및 철조망 설치 1식 : 제거 요청 2회(2012년 2월 17일, 3월 6일) 원상회복 계고(2012년 3월 20일, 4월 15일) 자진철거 조치(2012년 4월 15일)
-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 관련 공사장에서 발생한 비산먼지로 인해 인근지역 과수원 농작물 피해 발생(2011년 9월 26일 ~ 9월 30일) : 개선권고 처분(2011년 9월 30일) <개선권고사항> 비산먼지 발생 억제시설 설치 및 조치사항 보완(공사차량 통행로 포장, 세륜시설, 살수시설, 보관시설 덮개 추가 설치, 공사장 외곽지 순찰로 폐쇄 등)
비산먼지로 인한 과수원 등 농작물 피해 관련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재정신청(2011년 11월) : 4농가(백합 2, 천혜향 1, 한라봉 1), 피해 신청액 2억2600만원
공사장 주변 비산먼지․대기질 측정 및 농작물 피해조사(2011년 11월) : 비산먼지․대기질 측정(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 농작물 피해조사(제주도농업기술원)
차량운행제한 위반(2011년 6월 21일) : 단속기준보다 차량의 총중량을 15톤이상 초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시공에 필요한 크레인을 트레일러에 적재시켜 제1강정교(통과하중 43.2톤)를 단속 기준(40톤)을 초과하여 운행. 과태료 위반 처분통지(2011년 7월 19일), 과태료 부과 및 자진납부(2011년 8월 3일, 120만원)
-미디어제주 홍석준기자 기사 참조.http://www.mediajeju.com/news/articleView.html?idxno=131037
11일,
준설과정에서 다량의 흙탕물이 연산호군락지인 등대 부근으로 흘러들었다.
불법공사 라고 해경과 서귀포시에 신고하자 준설하는 주위에 작은 오탁방지막 하나 설치했다.
해양오염과 불법공사에 대해 해경도 제주도정도 손놓고 있다.
'해양팀'이 뛰어들었다.
해경은 오히려 해양팀을 저지하기에만 골몰이다.
'해양팀'이 찍은 사진이다.
제주해군기지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오탁방지막은 '사석투하, 기초 및 박지준설 등 공사시 발생되는
부유물질 확산으로 인해 주변 해역 어장, 천연기념물 보호구역 및 자연환경에 마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사 중 설치한다'로 명시돼 있다.
환경영향평가서에 오탁방지막 막체 1공구인 경우 2m, 2공구는 5m로 돼 있다.
또한 방지막 전체에 주름이나 굴곡이 지지 않게 막체 하단에 스틸체인을 부착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오탁방지막이 전혀 설계기준을 충족하지 않은 채 1년 넘게 공사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해양팀' 현장 확인결과
막체 길이는 대부분 1m가 안되고, 막체가 찢어져 있었으며 일부는 아예 막체를 돗자리 말 듯 말아 올려 묶어 놓았다.
스틸체인 역시 대부분 분리되어 있고 그나마도 조류에 따라 날리고 있었다.
또한 오탁방지막에 부착생물 억제장치를 설치해 부유물질 제거효과와 막체 수명연장, 유지관리비용
절감효과를 발생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부착생물 억제장치는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막체에는 해조류들이 잔뜩 붙어 있어서 오탁방지막 주변은 해조류 양식장을 방불케 했다.
12일 강정포구 새별(세벨)코지 부근.
해군기지 방파제 준설공사를 위한 바지선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그 옆 한쪽에선 50여명의 해녀들이 물질을 한다.
강정어촌계에 등록된 해녀는 160명 가량이다.
실제 물질을 하는 해녀는 100명 정도라고 한다.
2007년 4월 해군기지유치 신청에 찬성한 87명 중 40명이 해녀다.
'강정바당을 팔아먹었다'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강정해녀.
오래된 노동도
그만큼의 삶도 고통스럽다.
(위 수치가 정확한 것은 아니다. 대략 그렇다는 것)
숨비소리
- 조영자
나는 강정 바다 열세 살 해녀였다
더블클릭으로 위내시경 열어보면
허기진 만성위염이
너덜너덜 붙어산다
그렇지, 숨비소리 그것이 숨어있었지
꿩망골 장기소리 바다엔 숨비소리
그 바다 매립된다는
소식이나 전해준다.
지금 해군기지 공사의 직접적 영행을 받고 있는 썩은 섬과 등대 주변의 바닷속에는
바다의 꽃인 각종 연산호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나팔고동,둔한진총산호,금빛나팔돌산호, 자색수지맨드라미,해송 등은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종들이다.
정의논깍
강정의 동쪽에 냇깍이 있다면 서쪽엔 정의논깍이 있다.
정의논깍은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광활한 기수역의 해안습지를 이루면서
갈대군락이 자라고 있다.
마을사람들은 정의논깍 바닷가를 '돈물깍'이라 하는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동물인 '기수갈고둥'이 서식하고 있다.
이 지역은 철새들의 서식처여서 겨울 철에는 하늘을 하얗게 수놓는 물새들의 군무를 볼 수 있다.
새별(세벨)코지와 드러물코지 사이를 흘러 바다와 만난다.
강정의 바다와 민물을 오가며 사는 놈들이다.
참집게, 바위게,납작게,무늬발게,비단게,톱장절게,뿔물맞이게... 붉은발말똥게.
붉은발말똥게
- 허은호
냇물 한 모금에도 말똥 냄새 묻어난다
지렁이 갈대 뿌리 죽은 은어 창자까지
와드득 집게이빨로 씹어대고 있었다
해군기지 찬성 반대 포클레인 서너 대
강정은 철거지역 구럼비해안 발파소식
바다도 숨비소리로 부서지고 있었다
슬금슬금 게눈질, 떠나는 게 사람뿐이랴
흡사 그 예비검속령 잡혀 나온 303마리
난리 때 난리 때마다 강제 이주 당했으니
이 당 저 당 해도 괸당이 제일이라는
절에서도 교회에서도 말문 닫은 친척들
약속의 악수 끝에서 꼭 깨무는 집게발
둘은 지금 사랑을 하는게 아니다.
뒤에 있는 놈인지 년인지 하나를 두고 싸우는 중이다.
게싸움 장난 아니었다. 몸통 맨 아래 두 발로 전체 몸을 지탱해서 꼿꼿이 세운다.
그리곤 두개의 집게로 마주 서서 쥐어패기 시작했다.
주먹이 보이지도 않게 빠르다. 결국 한놈이 물러나고서야 끝이났다.
무섭다. 사랑.
"강정은 단순한 마을이름이 아니다.
강정의 주인은 사람만이 아니고, 강정에 살아있는 것들은 동식물만이 아니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강정의 바다와 냇물과 바위들도 말을 걸어오고
마음을 열면 강정사람들도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윤용택 < 생명평화의 섬,제주를 꿈꾸며> 중에서.
6월 15일 오늘
송강호 재구속 76일 째 되는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