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의 의미를 되새기며
승인 2024.05.20
강상돈, 시인·前애월문학회장
아내와 함께 새벽기도를 다니기 시작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집안에 급한 일이 없는 때를 제외하곤 매일 다녔다. 처음 새벽기도를 다니기 시작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무슨 일을 해도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건강도 좋지 않았다. 그래서 부처님께 모든 것을 의지하기로 하고 스님을 찾아뵀다.
그 당시 스님은 ‘진흙으로 가득 찬 유리컵을 맑아지게 하려면 매일 매일 새로운 물을 넣다보면 언젠가는 흙탕물이 빠져나가 맑아지게 된다.’며 ‘매일 정성껏 기도하면 일이 잘 풀릴 것이다.’라 한다. 이 말을 마음속 깊이 새기며 새벽기도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든 일이 서서히 풀려지는 걸 느꼈고, 마음도 한결 평온해졌다. 비 내리는 어느 날 언제나처럼 새벽기도를 가기 위해 사찰로 향했다. 일주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니 어느 때보다도 솔잎에 맺힌 물방울이 무척 영롱하고 아름답다. 기도를 마치고 법당을 나오는데 가늘게 내리던 비는 제법 굵어져 그 물방울을 지워내고 있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작은 연못에 눈이 멈췄다. 연꽃 세 송이가 ‘품자(品)’ 모양으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그 연꽃을 가만히 쳐다봤다. 이 연꽃도 비로 인해 밤새 많은 고난을 겪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 한편이 아프다. 아내도 처음엔 빨리 내려가자고 보채더니 어느 순간부터 연꽃을 쳐다보기 시작한다. 아직 연꽃이 활짝 피진 않았지만 둘이서 연꽃을 하염없이 쳐다봤다.
그런데 빗방울이 연잎에 한동안 고이더니 어느 정도 고이니 그 빗방울은 연잎에서 떨어지는 것이었다. 연잎도 감당할 만큼의 자기 몫만을 챙긴다.
일찍이 법정스님은 ‘연잎의 지혜’란 시에서 ‘욕심대로 받아들이면/ 마침내 잎이 찢기거나 줄기가 꺾이고 말 것이다/ 세상사는 이치도 이와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무엇이든 욕심을 부려선 안 된다는 것이 세상의 진리이고 이치라는 것을 깨우쳐 준다.
연꽃은 진흙 속의 연못에서도 꽃을 피운다. 이렇듯 연꽃은 속세의 더러움 속에서 피지만 그 속에 물들지 않는 청정함을 유지한다. 진흙 속에서도 청정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어내는 모습은 마치 사바세계에 존재하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연꽃은 ‘순결, 청순한 마음, 당신은 아름답습니다.’란 꽃말을 갖고 있다. 연꽃이 지닌 청결함과 순수함은 부처의 성스러움과 깨달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래서 불교미술에서도 부처님의 연꽃에 앉아있는 모습을 자주 묘사하기도 한다.
또한 연꽃은 아침에 꽃을 피웠다가도 저녁이 되면 잎을 닫는 독특한 특성이 있다. 이는 새로운 시작과 재생의 의미가 있다. 이처럼 연꽃자체의 고유한 아름다움은 어렵고 힘든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말라는 삶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필자도 연꽃처럼 순수함과 정직함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지 반성하며 오늘도 연꽃의 주는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며 청순한 마음을 갖고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이번 주말에 가족과 함께 한적하고 고요한 곳을 찾아가 연꽃을 보면서 삶의 지혜와 마음의 안정을 추구해 보는 건 어떨까?
첫댓글 날마다 아침 기도, 마음이 청정하니 집안에 서광이 비치리이다.
더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