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의정부 전국문학공모전> 운문부문 심사평
낯설지 않은 소재의 낯설게 하기
제21회 의정부 전국문학공모전의 응모 편수는 일반부 139분 417편, 고등부 43명 129편, 중등부 43명 86편 총632편입니다. 양적으로는 많으나 전반적인 작품의 수준은 다소 낮았습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작품의 분량이 예년에 비해 길어졌다는 점, 산문투의 나열이 많다는 점, 낯설지 않은 소재의 낯설게 하기 등이 올해 응모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반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여 장원으로 선정한 작품이 타 지면 중복 응모한 응모자의 요청으로 급하게취소되었습니다. 문학적 열정과 의욕은 이해하나 심사가 끝나고 심사평까지 올린 상태에서 적잖이 당혹스럽고 허탈하였으며 착잡하였음을 고백합니다. 이참에 앞으로는 응모 규칙을 면밀하고 신중하게 살피셔서 응모해 주시기를 모든 문학 애호가님들께 당부드립니다.
이에따라 한 단계씩 격상시켜 차상으로 선정된 김희정 님의 <지moon>을 장원으로 올립니다. “엄마의 검지”와 “달”을 환치(換置), 일치(一致)시키는 능력이 돋보입니다. 발상의 전환이 참신하며 긍정의 힘에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시입니다. 다만 4연에서 5연으로 이미지의 급격한 전환에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함께 응모한 두 편의 시는 수준이 <지moon>과 고르지 않았고 언어를 부리는 재주는 있으나 대상에 대한 애절함과 간절함의 부족함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안준서 님의 <황혼의 집>을 차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시적 기교의 충실도도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고 시가 무엇인지, 어떻게 써야하는지, 숙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낱낱의 소재는 좋은데 지나치게 찬란하고 화려한 감이 있습니다. 시(詩) 한 편은 하나의 유기체와 같습니다. 시상(詩想)의 유기적 연관성에 심혈을 기울여 주시기를 당부합니다.
차하로 올린 김수진 님의 <동화책>은 다소 산만한 열거와 서술이 눈에 거슬렸음에도 ‘보여주기’ 능력이 돋보입니다. 현실에서 '꿈'의 소중함과 순수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줍니다.
장려상으로 올린 김영화 님의 <요양병원>은 겸허함과 사유(思惟)의 미학(美學)이, 최종길 님의 <기차가 오신다>는 깔끔하고 순수하며 예쁜 이미지가, 김희성 님의 <꿈꾸는 활주로>는 사물에 대한 천착(穿鑿), 묘사가, 이충기 님의 <물고기들이 죽는 땅>은 하나의 소재를 끌고 가는 힘과 비유의 참신함이, 임윤아 님의 <환상>은 다소 장황하지만 자연스러운 시상 전개와 이야기하는 능력이 돋보였습니다.
<고등부>
의정부고등학교 2학년 강동현의 <가을에 관한 보고서>를 장원으로 선정하였습니다. “낙엽처럼 초본식물처럼 / 납작 엎드린 고삐리 위로”에서 알 수 있듯이 고달프고 힘든 고등학생의 일상을 한 폭의 삽화같이 깔끔하게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응모한 3편 모두 기복 없이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 고등학생다운, 기성 흉내를 내지 않은 관찰과 표현, 과장 없는 수사(修辭)를 구사하지 않았음에도 회화적 기법을 활용하는 점, 의미 부여의 힘이 새로운 생명력으로 이어지는 점 등, 시쓰기를 오래하고 고민한 듯한 모습이 보입니다.
사우고등학교 2학년 최다운의 <뚝뚝, 누구 없나요?>를 차상으로 올립니다. 다소 산만하고 불필요한 산문적 기술(記述)과 리듬을 간과한 측면에서 아쉬움이 있으나 긴 호흡에도 관찰력이 뛰어나며 우수한 시적 기교를 구사하고 있습니다.
갈매고등학교 2학년 김혜나의 <구름의 속도>를 차하로 선정하였습니다. ‘깨달음’과 ‘생각하는 시’에 접근하는 점, 깊이 있는 관찰과 사색(思索)이 차후 기대를 많이 하게 됩니다.
장려상을 수상하게 된 고양예술고등학교 1학년 조가을의 <사월의 묵도>는 오빠에 대한 가족애와 형제애의 형상화가, 불암고등학교 2학년 박서연의 <미용실에서>는 살아 있는 듯한 사물 자체와 열거도 한 편의 시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동두천 신흥고등학교 박민혁의 <엑스트라가, 소설 밖에서>는 장황한 산문투, 설교조이기는 하나 대상을 분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이, 양주 백석고등학교 2학년 이수은의 <노란 두레박>은 어머니를 향한 따뜻함과 간절한 시선(視線)이 시선(詩線)으로 변화하는 것에서, 고양예술고등학교 1학년 임주란의 <반지하 물고기>는 생활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물고기’에서 ‘살아 있는 물고기’로 다시 ‘생각하는 물고기’로 변화 확장시키는 능력에서 두각을 보였습니다.
<중등부>
오랜만에 품격과 수준을 고루 갖춘 작품을 찾았습니다. 생연중학교 1학년 이서연의 <간질간질 도서관>을 장원으로 올립니다. 참신한 의성어와 의태어의 적절한 구사와 의인화 기법, 재치 있는 표현과 형상화 능력이 으뜸입니다. 1연의 “샤샤샥 / 내 도서관에 누군가 찾아왔다”, 3연의 “내 머리카락들이 탈탈 / 털린 것 같다” 5연의 “사서 선생님은 내 도서관 청소를 안한다 / 그래서 정수리 냄새가 난다” 중학교 1학년 학생으로서는 비유 구사를 위시하여 압권(壓卷)입니다. 무릎을 치게 하고 웃음을 주는 시입니다.
함현중학교 2학년 심현주의 <중학생이 된 뽀로로와 친구들>을 차상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초등학생 때의 순수와 추억을 간직한 채 중학교 2학년이 된 화자의 현실 상황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소재 자체가 순수하고 어여쁘며 적절하고 가감 없는 시상 전개가 대견하기도 합니다.
차하를 수상하게 된 유봉여자중학교 2학년 김하은의 <구름 위 산책길>은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돋보였습니다. “비행기의 비행운에 / 할머니의 미소가 묻어난다” 마음이 이쁘니 그리운 대상도 곱고 이쁘게 보이는 것이지요.
장려상을 받게 된 인천진산중학교 2학년 신소민 학생의 <비 오는 대청호>는 일상 속 자아성찰의 한 조각이 눈부신 사금파리처럼 빛이 납니다. 충주 중앙중학교 2학년 최예나의 <안경>은 길이며 눈이고 감사함의 또다른 이름이 바로 ‘어머니’임을 말하고 있는 점이, 삼숭중학교 1학년 정시은의 <거울>은 깊은 사색의 흔적이, 용수중학교 2학년 김예린의 <Fine>은 볼 수 있고 찾을 수 있는 힘을 키우고 노력하는 모습이, 관동중학교 1학년 정해린의 <또 한 마리의 거북이가 죽었다>는 현대문명의 비정함 고발이라는 주제의식과 깊이 있는 역설(逆說)의 구사가 새롭고 뛰어나며 대견하고 큰 가능성을 갖기에 충분하였습니다.
곧 눈이 내리겠지요. 하늘 바라보는 당신의 이마 위로, 때로는 땅에 떨군 갈대꽃처럼 희고 긴 목덜미 위로 여러분들의 낱말들도 곧 쏟아질 함박눈처럼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와 펑펑펑 울고 빵터지게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눈처럼 감사드리고 축하드립니다. 이 겨울, 조금은 하얗게 아파도 괜찮겠습니다.
심사 : 한국문인협회 의정부지부 운문분과 회원들
심사평 : 김선용 시인(한국문인협회 의정부지부 운문분과장)
제21회 의정부전국문학공모전 운문부 수상자
<중등부>
장원 : 이서연(생연중학교 1학년) ‘간질간질 도서관’
차상 : 심현주(함현중학교 2학년) ‘중학생이 된 뽀로로와 친구들’
차하 : 김하은(유봉여자중학교 2학년) ‘구름 위 산책길’
장려 : 신소민(인천진산중학교 2학년) ‘비 오는 대청호’
장려 : 최예나(충주중앙중학교 2학년) ‘안경’
장려 : 정시은(삼숭중학교 1학년) ‘거울’
장려 : 김예린(용수중학교 2학년) ‘Fine’
장려 : 정해린(관동중학교 1학년) ‘또 한 마리의 거북이가 죽었다’
<고등부>
장원 : 강동현(의정부고등학교 2학년) ‘가을에 관한 보고서’
차상 : 최다운(사우고등학교 2학년) ‘뚝뚝, 누구 없나요?’
차하 : 김혜나(갈매고등학교 2학년) ‘구름의 속도’
장려 : 조가을(고양예술고등학교 1학년) ‘사월의 묵도’
장려 : 박서연(불암고등학교 2학년) ‘미용실에서’
장려 : 박민혁(동두천 신흥고등학교 2학년) ‘엑스트라가, 소설 밖에서’
장려 : 이수은(양주 백석고등학교 2학년) ‘노란 두레박’
장려 : 임주란(고양예술고등학교 1학년) ‘반지하 물고기’
<일반부>
장원 : 김희정(경기 의정부시) ‘지moon’
차상 : 안준서(경기 화성시) ‘황혼의 집’
차하 : 김영화(서울 중랑구) ‘요양병원’
장려 : 김수진(서울 강동구) ‘동화책’
장려 : 최종길(전북 군산시) ‘기차가 오신다’
장려 : 김희성(광주광역시) ‘꿈꾸는 활주로’
장려 : 이충기(경남 창원시) ‘물고기들이 죽는 땅’
장려 : 임윤아(대구 달서구) '환상'
첫댓글 심사평 잘 읽었습니다. 심사하시고 심사평 쓰시느라 애쓰셨고 감사드립니다.
제21회 의정부전국문학공모전에 응모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수상하신 분들 축하드립니다.
늦은 시간까지 심사해주신 운문분과장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제가 경황이 없어 수고하셨다는 인사가 너무 늦었습니다. 수고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