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해전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뇌리에 거의 잊혀진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연평해전을 주제로 하는 영화를 만든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나는 영화를 좋아해서 극장을 자주 갑니다만 대개의 국산 영화는 보고 난 후 뭔가 개운하지 못한 여운을 느꼈습니다. 솔직히 그래서 요 몇 년 간은 국산 영화를 별로 안 봅니다.
웰컴투 동막골에서 국군이 동막골 촌장을 무자비하게 린치하는 장면과 국군 탈영병과 북괴 잔류병이 뭉쳐 미군과 남한을 공격하는 장면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영화 괴물에서 미군이 흘린 물질로 인해 탄생한 괴물의 설정이 참 난감했습니다. 영화를 영화로만 보면 되지 뭘 그렇게 따지느냐고 물으신다면 이렇게 대답합니다. 좌익운동 텍스트에 문학이나 영화에서 전체 줄거리의 한 장면만 사상을 삽입하면 성공이라고 합니다. 영화 설국열차도 그렇고 특히 변호인이라는 영화는 분명히 '이 영화는 허구'라는 자막을 내 보내면서도 사람들에게는 실화라고 강요합니다.
변호인이라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한 허구입니다. 글자 그대로 그냥 영상 작품으로 보면 됩니다. 그런데 이런 작품을 보고 난 후 마음 한 구석이 개운치 못한 것은 순수 영상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주장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눈에 극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연평해전 시나리오를 보고 당시 제작자들이 아무도 지원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소문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민들에게 십시일반으로 제작비 지원을 호소했었지요. 그 때 나도 소문을 듣고 한 구좌 동참을 했습니다. 어제 집사람과 관람을 간 것은 그 때문에 온 티켓 때문이었습니다.
어쨌던 극장에 가서 좌석에 앉았습니다. 사람들도 별로 없었지요. 평일 12시 쯤의 시간이었는데 들어 온 관객 수가 대충 한 스무 명 정도 되었을까요? 의외로 젊은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나도 뭐 내용이야 그저 그렇겠지.... 하고 시작 시간만 기다렸습니다.
줄거리를 말할 수는 없지만 처음에는 배 안의 생활이 나옵니다. 참 흐믓한 장면들이 많습니다. 나는 공군에서 34개월을 복무했지만 특히 군대 경험이 있는 남자는 많은 공감대가 있을 것입니다.
나중의 삼십 몇 분, 북괴 함선으로부터의 피습 상황은 실제 상황과 시간이 같다고 하더군요. 정말 하나의 다큐멘터리였습니다.
무슨 좌우 이념 같은 장면은 없었습니다. 내 자식 같은 아이들이 한 편에서는 월드켭 응원으로 붉은 옷과 붉은 도깨비 뿔을 착용하고 축구에 열광하던 바로 그 시각에 죽어갔습니다.
난데없는 공격 중에서도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하면서 죽어간 그 영웅들이 바로 내 자식들 아니겠습니까.
나라와 애국과 忠이 무엇인지 우리를 되돌아보게 한 멋진 영화였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반드시 보아야 할 영화라고 느꼈습니다.
다만 내가 오늘 이 자리에서 카페에 글 쓴다고 타이핑을 하는 이것이 바로 그 아이들의 죽음 덕분이라는 생각에 많이 울었습니다. 오랜만에 극장에서 좀 울었습니다.
(蛇足)
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고 그래도 화면에는 제작자들의 명단이 위로 올라갑니다. 불이 켜졌으므로 다들 일어서서 계단 까지는 갔으나 계속 올라가는 제작진 명단의 왼쪽 작은 화면을 보고는 멈추어 서서 모두들 움직이지 못합니다.
한참이 지나도 사람들이 나오지 않자 밖에서 기다리던 젊은 직원이 무슨 일인가 하고 문 열고 들어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다가 한참 후에야 하나 둘 밖으로 나가더군요.
그 작은 화면이 뭔지는 다들 직접 보시기 바랍니다.
첫댓글 연평해전에 곧 500만 관중 돌파를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근데 우리 한문방 분들은 아무도 안 보셨나요?
혹 보신 분들은 감상평을 답글로 좀 달아주세요.
나중에 후원자 명단에 제 이름도 나옵니다.
영화가 대박 나도 내 몫은 없지만....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