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公讌(공연)
조자건 류 창 하 옮김
公子愛敬客(공자애경객)
공자께선 객을 좋아하고 공경하여
終宴不知疲(종연부지피)
잔치 끝나도록 피로한 줄을 모르시네.
淸夜遊西園(청야유서원)
맑은 밤 서원에서 노니시는데
飛蓋相追隨(배개상추수)
수레들이 포장을 휘날리며 달리네.
明月澄淸影(명월징청영)
밝은 달이 맑은 빛을 뿌리고
列宿正參差(열숙정참차)
보석을 뿌린 듯 별들이 반짝이네.
秋蘭被長坂(추란피장판)
가을 난초는 긴 언덕을 덮었고
朱華冒綠池(주화모록지)
붉은 연꽃은 부른 못을 덮었네.
潛魚躍淸波(장어약청파)
물속의 고기는 푸른 물결 가르며 뛰어오르고
好鳥鳴高枝(호조명고지)
예쁜 새는 높은 가지에서 지저귀네.
神飇接丹穀(신표접단곡)
신묘한 회오리바람 붉은 수레를 밀고
輕輦隨風移(경련수풍이)
가벼운 수레 바람 따라 옮아가네.
飄(표)颻(요)放(방)志(지)意(의)
가볍게 바람에 날리듯 마음을 풀어 놓으니
千秋長若斯(천추장약사)
천추토록 길이 이러고 싶네.
공자; 국군의 아들 여기서는 조조의 아들 조비
비개; 수레위에 걸친 絹傘(견산), 수레가 빨리 달리는 것을 형용함
청영; 맑은 그림자
열수; 하늘의 성좌를 가리킴
참치; 가지런하지 않고 어지러이 흩어져 있는 모양
판; 언덕
주화; 붉은 연꽃
모; 복의 뜻으로 덮다
잠어 물속에 잠겨있는 고기와 아름다운 새
신표; 불사의한 질풍, 표는 아래에서 위로 부는 회오리바람
단곡; 화려한 수레를 뜻함
방지의; 마음을 자유롭게 풀어 놓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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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公讌(공연)’이란, 신하들이 公家國君(공가국군)의 집)의 연회에 참석하여 군을 모시는 것을 a말한다. 본 편의 배경이 된 연회는 업궁(하남성 장덕부)에서 있으며, 당시 연회의 주인은 曹丕(조비)였다. 조자건의 本集(본집)에는 ‘公宴(공연)’이라 제목 되어 있는데, 이는
‘讌(연)’이 飮宴(음연)을 뜻하기 때문이다.
조비를 가리켜 ‘공자’라 표현 한 것은, 당시 조비가 세자였기 때문이다. 본편은 지은이의 창의성과 시어 선택에 쏟은 깊은 배려가 글자 하나하나에 여실히 드러나 있는 역작이다. 당의 왕발이<등왕각서>에서 ‘鄴水朱華(업수주화)’라 한 것은 바로 본 편에서 취한 것이다.
조자건은 조조의 셋째 아들이자 조비의 아우로, 이름은 식. 조조 삼부자는 삼국시대에 많은 문인들을 이끌고 본격적으로 오언시를 짓기 시작하여, 중국문학에 끼친 공로가 적지 않은데, 그 중에서도 특히 조식의 문재는 비범하였다. 조조가 죽자 뒤를 이은 위 문제 조비는 자건을 죽이려 했으나. 일곱 발짝을 떼는 동안 시(七步詩(칠보시))를 지어내는 아우의 재능에 감탄하여 살려 주었다는 유명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