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에 거주하는 강동팔 (29세)씨는 재소자용 의복을 입혀서 수사 또는 재판을 받게 한 행위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고 청구인들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 사건은 미결수용자에게 재소자용 의복을 입게 한 것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가 중요한 쟁점이 되었다.
미결수용자는 관급의복과 법무부 예규가 정하는 자비부담의 평상복 중에서만 선택할 수 있으나 이와 같은 의류 이외의 사복은 입지 못하게 되어 있다.
수사를 받기 위해 유치장에 수감되어 있을 때나 법정 내에서는 재소자용 의복을 입더라도 일반인의 눈에 띄지 않고, 수사 또는 재판에서 자기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그리고 미결수용자에게 사복을 입도록 하면 면회객 등과 구별이 되지 않고, 의복의 수선이나 세탁 및 계절에 따라 의복을 바꾸는 과정에서 증거인멸 또는 도주를 기도하거나 흉기, 담배, 약품 등 소지 금지품이 반입될염려도 있다.
또한 사회적 신분이나 빈부의 차이가 의복을 통하여 드러나고 이로 인한 수용자 간의 위화감으로 사고발생도 예상된다.
따라서 미결수용자에게 시설 안에서 재소자용 의복을 입게 하는 것은 구금 목적의 달성, 시설의 규율과 안전유지를 위한 필요최소한의 제한으로써 정당성과 합리성을 갖춘 재량의 범위 내의 조치다.
다음으로, 미결수용자가 수사 또는 재판을 받기 위해 구치소 밖으로 나올 때에 사복을 입지 못하게 하는 것이 구금의 목적 달성이나 시설의 규율과 안전유지를 위한 제한의 한계범위를 벗어난 것인지의 여부다.
미결수용자에게 구치소 안에서 사복을 입지 못하게 하고 재소자용 의복을 입게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로운 인격 발현을 억제하고 모욕감이나 수치심을 느끼게 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면이 있다.
미결수용자가 일반인과 같은 사복을 입고 시설 밖으로 나오게 되면 중형에 해당하는 죄의 수사 또는 재판을 받는 자는 도주할 생각을 갖는 경우가 있고, 또 도주를 하면 일반인과 구별이 어려워 이를 제지하거나 체포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
수사 또는 재판을 받을 때에 재소자용 의복을 입게 하는 것은 이와 같은 사고 방지에 필요하고 또한 유용한 수단이다.
게다가 기본권 보호의 필요성이 현저한 수사 또는 재판에서 사복을 입지 못하게 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를 내세우더라도 그 제한은 정당화될 수 없으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의 기본권 제한에서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피청구인들의 이 사건 행위 중 미결수용자에게 수사 또는 재판을 받을 때에도 재소자용 의복을 입게 한 부분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고 청구인들의 인격권 및 행복추구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이 글을 쓴 노량진 이그잼고시학원 헌법 법학박사 채한태 교수는 노량진 수험가, 중앙대와 경찰종합학교에서 강의 중이며, '맥헌법'과 '채한태헌법'의 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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