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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과 카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들은 식사 후 커피를 마시거나 디저트를 먹기 위해 카페를 찾는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조별 과제를 하기에도 카페는 좋은 장소다. 남자친구, 여자친구와의 데이트를 위해서도 카페는 필수 코스가 된 지 오래다.
대학생들은 별다방이나 콩다방 같은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찾기도 하지만, 캠퍼스 안에 있는 카페도 자주 이용한다. 학생들이 교내 카페를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캠퍼스 내 카페는 접근성이 높다.
강의실에서 가깝기 때문에 교문 밖에 있는 카페보다 더 자주 가게 된다는 것이 학생들의 설명이다. 경희대학교 김도희(24) 양은 “점심을 먹은 후엔 가까워서 학교 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임혁래(24) 군 역시 “아침 수업에 들어가는 길에 음료를 사기엔 교내 카페가 편하다”라고 전했다.
또한, 캠퍼스 내 카페는 가격이 저렴하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경우 아메리카노의 가격이 3천 원에서 4천5백 원 정도인 반면, 기자가 방문한 대학교 내 카페의 음료는 1천 원에서 1천5백 원 사이로 2배 이상 저렴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영빈(25) 군은 “교내 카페는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맛도 뒤지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교내 카페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드러냈다.
캠퍼스 내 카페는 특색 있다.
대학교 안에는 일반 카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톡톡 튀는 이색 카페들이 많다! 지금부터 학생들이 추천한 캠퍼스 별 특색 있는 카페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경희대학교, 카페 ‘늘품’
개강을 맞아 교내 카페도 활기를 되찾았다. 카운터 건너편에 커피를 내리는 손이 분주하다. 잘생긴 카페 직원 분들에 한 번, 메뉴판에 적힌 저렴한 가격에 또 한 번 놀란다.
카페 ‘늘품’은 착한 가격을 자랑한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아메리카노가 단돈 1천 원! 다른 음료들도 2천 원을 넘지 않는다. 음료를 시키면 덤으로 쿠키도 나온다. 학생 사장님 정성호(25) 군은 “가격은 저렴하지만, 최대한 질이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다.
▲ 저렴한 가격으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 ‘늘품’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교내 호텔관광대학 외식경영학과 학생들이 보수를 받지 않고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수업의 연장선에서 실습도 하고, 봉사도 한다는 생각으로 카페에서 일을 한다. 카페 ‘늘품’의 운영진 고정인(21) 양은 “수업시간 배웠던 내용을 직접 적용해 볼 수 있어서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교내 실습실을 활용해 만든 카페이기 때문에 별도의 임대료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도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다.
▲ 카페를 함께 운영하는 ‘늘품지기’들
또한 카페 ‘늘품’은 수익금의 일부를 ‘늘품지기’들의 바리스타 시험 응시료로 지원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카페의 수익은 매년 경희대학교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된다. ‘늘품’은 학생들에 의한, 그리고 학생들을 위한 카페인 셈이다.
저기요, 어떻게 가나요?
위치: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지하 1층
영업시간: (월-목) 오전 10시 15분 – 오후 5시
(금) 오후 3시까지
(토.일) 휴무
가격대: 아메리카노 1천 원, 카페라떼 1천5백 원
한국외국어대학교, 카페 ‘베브릿지(beBridge)’
카페 베브릿지는 세계 각국의 음료를 맛볼 수 있는 이색 카페다. 이곳에는 대만의 쩐쭈나이차, 인도네이시아의 떼마니스, 베네수엘라의 꼬까다 등 그 이름도, 국적도 신기한 음료를 맛볼 수 있다. 그 종류만도 25가지가 넘는다. 달콤한 견과류를 곁들인 아랍식 디저트도 판매한다.
▲ 이색적인 디저트와 음료를 맛볼 수 있는 카페 ‘베브릿지’
학교 친구들과 함께 카페를 창업한 조현우(29) 군은 “인터넷을 찾아보거나, 외국인 학생들에게 물어보며 레시피를 전수 받았다”고 전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찾고, 현지화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카페의 이름인 ‘베브릿지(beBridge)’는 베버리지(beverage, 음료)와 브리지(bridge, 가교)를 합쳐서 탄생했다. 베브릿지는 외국인 유학생들과 한국인 학생들을 연결해주며 가교 역할도 한다. 언어교환 및 결연 맺기 신청서를 작성해 인연을 맺은 한국인과 외국인 학생이 함께 미션을 성공할 경우, 음료 쿠폰을 주는 등 학생들끼리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 카페 베브릿지의 세계 지도 모양 메뉴판
카페 베브릿지는 세계 여러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써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들과 차별화하는 데 성공했다. 다소 아담한 크기의 가게에는 학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어로 주문하는 소리와 외국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카페 안에 울려 퍼졌다.
저기요, 어떻게 가나요?
위치: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비돔 3층
영업시간: (월-금) 오전 10시 – 오후 7시
(토. 일) 추후 결정
가격대: 아메리카노 1천5백 원, 쩐쭈나이차 2천5백 원, 망고라씨 2천5백 원
이화여자대학교, 카페 ‘아름뜰’
따뜻한 봄 햇살 아래서 맛있는 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이화여자대학교에 있는 카페 ‘아름뜰’을 찾아가 보자. 기자가 이곳을 찾았을 때, 아름뜰 바깥 테라스에는 아름다운 여대생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떡볶이와 파스타를 먹고 있었다.
▲ 아름뜰의 인기 메뉴 '게살크림 오므라이스'와 '돈까스'
카페 아름뜰은 카페이면서 동시에 ‘고급 분식집’이자 ‘레스토랑’이기도 하다. 각종 커피와 생과일 주스는 기본!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오므라이스, 스파게티, 쌀국수, 샌드위치 등 30여 가지의 메뉴를 즐길 수 있다. 이 카페를 운영하는 홍명숙(60) 씨는 “유명 호텔 쉐프가 매 학기 2~3가지의 새로운 메뉴를 개발한다”라고 전했다.
▲ 오픈한 지 16년이 되었지만 깔끔한 모습을 자랑하는 '아름뜰'
다른 교내 카페와 달리 아름뜰은 오전 7시 반부터 10시까지 미니 조식 뷔페를 제공한다. 토스트, 계란 프라이, 소시지 등 원하는 메뉴를 골라 계산하는 식이다. 또한 음식은 기숙사부터 교수 연구동까지, 교내 어디든 배달된다. 합리적인 가격에 배까지 든든하게 채울 수 있는 캠퍼스 내 이색 카페, 아름뜰로 친구들과 함께 봄 소풍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저기요, 어떻게 가나요?
위치: 이화여자대학교 헬렌관 (중앙도서관 계단 옆)
영업시간: (연중무휴) 오전 7시 30분 – 오후 9시
(주문 가능 시간) 오전 11시 - 오후 7시 30분
가격대: 게살 로제 스파게티 5천8백 원, 치킨 샐러드 4천5백 원, 아메리카노 2천백 원
서울대학교, 찻집, ‘다향만당(茶香滿當)’
다향만당은 ‘차향이 가득한 곳’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 이름처럼 찻집 안에는 은은한 차 향기가 가득하다. 창문 넘어는 관악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도자기 다기와 병풍, 문살무늬가 한국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다향만당에서는 은향, 연향, 설향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녹차와 오미자차, 대추차와 같은 대용차를 모두 맛볼 수 있다. 이곳을 자주 찾는다는 이은솔(22) 양은 “겨울에 감기 기운이 있을 때 이곳에 와서 따뜻한 쌍화탕을 마시면서 힐링한다”고 말했다. 인스턴트 분말이 아닌 단호박을 직접 갈아서 만든 단호박라떼와 든든한 호박죽도 인기 메뉴다.
▲ 다식과 떡, 그리고 향긋한전통차
다향만담에서는 1년에 두 번, 3월과 9월, 다도 교실도 연다. 학생들과 교직원은 다도 특강을 통해 차 문화사, 다례 및 다구 사용법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우리나라의 차 문화에 관심 있는 외국인 학생들과 교수가 이곳을 종종 방문한다고 한다.
▲ 차를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은솔(22)양과 곽선경(22)양
다향만당은 국내에 유례가 없는 캠퍼스 내 전통 찻집이다. 소곤소곤 말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학생들은 오히려 조용해서 다른 카페보다 좋다고 이야기한다. 한 단골 학생은 “고리타분하기보다는 편안한 느낌이 든다”라고 전했다. 다향만당은 이처럼 ‘빨리빨리’에서 잠시 벗어서 느긋한 마음으로 차를 즐기기에 좋은 쉼표 같은 곳이다.
저기요, 어떻게 가나요?
위치: 서울대학교 두레 문예관(67동) 1층
영업시간: (월-금) 오전 10시 30분 – 오후 6시 30분
(토.일) 휴무
가격대: 은향 2천5백 원, 모과차 3천 원, 단호박라떼 4천5백 원
이제 막 1학년이 된 새내기 대학생이라면 투박한 교내 카페에 실망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시험기간에 졸음을 쫓고, 선후배들과 커피를 마시기 위해 교내 카페를 자주 찾게 될 것이다. 저렴하고, 가깝고, 이색적인 캠퍼스 내 카페를 이용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대학생들이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