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이 다음에 내가 커서 무엇이 되었으면 좋겠어?
의사가 되어서 돈 많이 벌면 좋겠어? 아니면 어떤 사람이 되면 좋을까?”
초등학생 무렵 똘망똘망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아들은 나름(?) 진지하게 묻곤 했다.
“엄마는 울 아들이 의사가 되든 뭐가 되든 상관없어.
울 아들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
어려서부터 두 아들에게 특별히 뭐가 되어라, 어떤 직업을 가지라고 강요(?)한 적은 없었다. 30년 전, 부모님이 직업 군인의 길을 선택하겠다는 딸을 믿고 지켜봐 주셨던 것처럼 나 역시 아들의 선택을 믿고 지켜보는 것이 부모의 도리라 생각했었다. 단, 선택도 책임도 모두 본인의 몫임은 늘 강조를 해두었다.
“형이나 나나 어렸을 때 엄마 아빠 군인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고 3때 엄마 아빠 따라 군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네.”
진로를 고민하던 둘째 아들이 사관학교를 가겠다고 했다.
물론 사관학교도 나쁘진 않지만, 직업 군인(부부 군인)을 경험해 본
엄마로서는 선뜻 환영하기가 쉽지 않았다.
부부 군인으로 아들을 멀리 떨어뜨려 놓고 생활한 시간이 길었기에
이제는 곁에 두고 대학생이 되고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봐 주고 싶다는
바램과 욕심 때문이었다.
어려서부터 여군장교가 꿈이었고 그 꿈을 이룬 후 전역하기 전까지
부모님을 자주 뵙지 못했던 아쉬움과 죄스러움이 마음 한 켠에 있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군인이라는 부모의 직업을 이어가겠다는 아들에게 흐뭇한 마음도 있었다. 결국 아들은 사관생도의 길을 선택했다.
입학식을 엊그제 한 것만 같은데 벌써 4학년이 되었다.
늘 자랑스러운 아들이었고 기쁨을 많이 준 아들이었기에,
이제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갖고 행복하기를 바라고 지켜볼 뿐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세 가지 선택은 직업, 배우자, 가치관이라고 한다.
직업은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개인의 사회적 역할과 부담을 의미하는 자아실현의 도구라고 하다. 내게 군인은 자아실현과 존재의미를 갖게 한 직업이었다.
【일하는 것이 즐거울 때 인생은 얼마나 기쁜가?
일하는 것이 의무일 때 인생은 얼마나 노예와 같을까?】란 말이 있다.
진정으로 하고 싶고 원하던 일을 선택하고,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인생은
기쁘고 축복 받은 삶이 될 것이다.
군인이란 직업은 내게 행운이었고 감사의 삶을 주었다.
오래 전, 여군시험에 합격한 후배의 인터뷰에 깊이 감명을 받은 기억이 있다.
"군인이라는 직업은 명예롭고 군인을 바라보는 시선에 존경심이 묻어나게 노력하겠다. 여군이란 선물을 준 조국에 보답하겠다."
이제는 우리 아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사관생도로서 잘 성장하여
군인이라는 직업을 명예롭게 생각하며
군복을 자랑스러워하고
군복 입을 기회를 준 조국에 보답하겠다는 각오로
앞으로의 군 생활 잘 하기를 바랄 뿐이다.
조국의 아들로 거듭 태어난 둘째 아들과
불철주야 조국의 산하를 지키고 있는 대한의 모든 아들·딸들의 건승을
빌면서∼
그대들이 대한민국입니다. 파이팅!!